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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말부록|입체분석 4·13 총선의 핵심변수

전국 5대 도시 밑바닥 民心을 훑다

전국 5대 도시 밑바닥 民心을 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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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13 총선을 향한 정치권의 물살이 가파르게 흐르고 있는 가운데 전국 주요도시에서 살핀 민심은 아직 겉으로는 조용하다. 그러나 깊숙이 자리잡은 지역감정의 파고는 시민단체 낙선운동을 계기로 싹트는 ‘인물교체론’을 또다시 삼켜버릴 조짐이다. <편집자주> 》
[ 부산 - 심화된 대여(對與) 비판정서 ]

조용휘/동아일보 지방자치부 기자

4·13 대 4·13총선은 새 천년 정치의 잣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총선이 과연 금권, 관권선거 및 지역주의 할거 등 역대 선거의 구태를 벗고 ‘유권자 혁명’을 통해 선진 정치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부산지역 총선 분위기는 ‘이렇다’ 하고 뚜렷하게 단언할 단계는 아직 아니지만 여권에 대한 시민들의 정서가 어떻게 작용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공조체제가 무너진 상태에서 여권에 대한 비판적인 지역정서가 별로 바뀌지 않았기 때문.

최근 지역언론의 여론조사 결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부산시민들은 절반(52%) 정도가 보통수준, 33.9%는 ‘못하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잘못하고 있는 점으로는 지역차별정책 심화(30.6%), 부산경제 낙후(12.2%) 등을 들었으며 특히 부산이 다른 지역보다 경제회복이 느린 이유도 정부의 차별정책(37.1%)을 으뜸으로 꼽고 있다.

현 정부의 지역감정 타파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역갈등과 비판적 정서는 더욱 심화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다 여야 정당과 후보들은 ‘당선’을 담보로 지역감정에 호소하는 과거와 다름없는 선거운동을 할 것으로 우려돼 자칫 총선이 혼탁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이번에는 극단적인 지역감정이나 특정 정당에 표가 몰리는 현상은 완화되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치분석가들은 이번 선거가 새 천년의 첫 선거라는 점과 변화와 개혁을 원하는 젊은층의 투표율이 예년에 비해 높을 것으로 분석하는데, 최근 시민단체의 ‘낙선운동’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할 수 있다.

지역차별론·침제론이 변수

이런 분위기 속에 여야 선거법 협상 결과 부산지역은 4개 선거구가 통합될 것으로 보여 이곳을 텃밭으로 여기고 있는 한나라당의 공천갈등 여부가 총선판도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원외지구당을 놓고 측근들의 부산출마를 희망하는 김영삼(金泳三) 전대통령측과 30%의 지분을 요구하는 이기택(李基澤) 전총재권한대행측, 당내 계파불인정을 밝힌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3각 구도에 따른 힘겨루기가 어떻게 매듭지어질지 관심거리다.

아울러 김전대통령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 먹혀들지도 이번 부산 총선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당에 비해 부산지역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는 민주당은 지역정서의 장벽을 뛰어넘는 묘안을 찾고 있지만 이런 분위기가 바람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김기재(金杞載) 전행자부장관과 김정길(金正吉) 전청와대정무수석, 노무현(盧武鉉) 의원 등이 포스트에 포진하고 지역 상공계 및 여성계 인사들이 외곽에서 지원사격을 아끼지 않고 있으나 제자리를 잡지 못하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에 대해 시지구당 당직자는 “선거를 앞둔 중요한 시기에 중앙당에서조차 부산지역의 민심을 추스릴 만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지구당 차원에서 침체된 부산지역 경제를 되살리고 산업구조를 재편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정권상실 후 커져만 가는 지역차별 등으로 인해 부산지역 경제가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해 민심을 총선에 유리하게 이끌어간다는 전략이다.

부산의 경우 유일 야당인 한나라당이 어려울 때마다 시민들이 성원과 지지를 아끼지 않았던 점을 중시하고 이번 총선에서도 ‘건강한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강력한 야당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시지구당 당직자는 “한일 어업협상으로 인한 어민들의 피해와 삼성자동차 문제 등은 부산의 권리를 빼앗긴 것과 마찬가지가 아니냐”며 “잃었던 것을 되찾기 위해 정부측에 대안을 촉구하고 시민들에게 ‘작은 공약 큰 실천’을 내걸고 동의를 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자민련은 부산경제와 부산발전을 책임지는 신보수 정당의 슬로건을 내걸고 균형 있는 지역발전 책임론의 여론을 확산시켜 나간다는 전략이다.

시지부는 국내정치 환경이 보수와 개혁으로 나뉘고 신보수와 안정이 경제발전과 직결된다는 점을 최대한 활용해 침묵하고 있는 40%의 보수층 잠재세력을 단계적으로 공략하고 정책여당으로서 여야 3당과 정 관 학계 지도자가 공동 참여하는 ‘부산발전협의체’를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시지부 관계자는 “이를 위해 3당 상설협의체 구성을 이달 중 실현하고 해묵은 정치행태의 구악과 관습을 일소하며 희망찬 부산을 위해 우리 당이 앞장서겠다”며 “현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정서가 자칫 자민련으로 흘러들지 않을까 그것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학생 조현제(趙鉉濟·24·B대 3년)씨는 “여야가 어차피 3당 3색으로 유권자들에게 다가가겠지만 이제는 ‘정치의 질’ 자체가 선택의 기준이 될 것”이라며 “정치가 지역이나 나라발전의 방해꾼이 될 수 없도록 유권자들이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근로자인 이강호(李康浩·35)씨는 “선거때만 되면 온갖 사탕발림의 망령들이 되살아난다”며 “이번 선거는 정치인들의 자정노력뿐만 아니라 유권자의 혁명도 필요하다”고 과열 혼탁 분위기를 경계했다.

지역주의 조장후보 응징 움직임

한마디로 요즘 현역의원들은 ‘걱정되네’다. 과거의 선거와는 달리 시민단체의 낙천 낙선운동은 이번 선거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기존 정치권에 대한 시민들의 염증이 극에 달해 있는데다 시민단체의 운동이 신선한 충격과 함께 후보선택과 투표 참여 유도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

부산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어서 ‘낡은 정치판’을 바꿔보자는 ‘유권자 심판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를 중심으로 일고 있는 이 운동은 서울 중심의 총선 관련 시민운동을 벗어나 지역 여건에 맞는 운동을 벌이는 것이 특징.

시민연대는 출마예상자들의 정보를 공개하기로 하고 지역감정 조장이나 개혁입법 반대 등의 공천 후보자를 상대로 낙천 낙선 운동을 벌이고 있다.

시민연대는 지난달 부산YMCA 등 부산지역 4개 시민단체와 부산공명선거실천시민협의회에 참가한 20여개 단체와 함께 이 운동을 벌이기 위해 시민단체 워크숍을 갖고 후보자 바로 알기와 정보공개, 전자메일을 통한 선거개입운동 등 다양한 방안을 논의했다.

또 최근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와 광주시민연대,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마산 창원 진해 참여자치시민연대, 지방자치참여 순천시민연대, 청주시민회, 울산참여자치시민연대, 전북시민운동연합, 새대구경북시민회의 등 9개 단체로 구성된 ‘국민통합 지역연대’는 부산에서 모임을 갖고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정치인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역연대는 선거운동기간에 지역주의를 조장하는 후보자에 대해 법원에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당선될 경우 당선무효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적 대응도 불사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또 공천 신청자의 재산현황과 납세실적, 병역기록, 전과기록 등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 그 내용을 공개하고 후보자의 공약을 분석해 유권자에게 알리기로 했다. 부산참여자치 박재율(朴在律) 사무처장은 “비교적 균형적인 경쟁구도를 갖춘 수도권과는 달리 지방에서는 특정 정당과 후보가 거의 독점적으로 우세하기 때문에 지역특성에 맞는 실질적인 수단을 동원, 총선대응 운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부 황현희(黃鉉熙·36·부산진구 양정동)씨는 “서민들을 고통에 빠뜨린 낡은 정치권이 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아줌마부대’가 이번 기회에 본때를 보여줄 것”이라며 “앞으로 시민운동이 ‘국민에 의한 선거혁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실마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여정서 = 한나라당 지지?

부산 시민들의 역대 투표선거 성향은 야당 지향적이고 정치권에 대해 ‘억센’ 모습을 감추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지금도 전국 어느 곳보다 ‘반여(反與)정서’가 강한 곳이지만 최근 시민단체의 낙천 낙선운동 등과 지역 저변에 깔려 있는 정서를 감안하면 이러한 성향이 야당 지지로 작용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무당파’ 비율이 전례없이 높아 정치권 전반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해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지역 언론의 여론조사 결과 무당파 비율이 62.5%로 나타나 기존 정치인과 정당에 대한 물갈이 욕구가 적지 않음을 반증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야당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부산지역 의원들은 시민연대의 낙천대상자 발표에 ‘영남 죽이기’라고 주장하며 시대착오적인 발상으로 부산지역의 성향을 역이용하려는 눈치가 역력하다.

시민 김재천(金在千·44·연제구 거제동)씨는 “과거에는 일부 정치인들이 ‘우리가 남이가’라는 식으로 지역감정을 조장하면서 금배지를 달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그런 것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정치인들에게 경고했다.

부산은 또 15대 총선까지만 해도 ‘YS’란 1인 보스정치에 길들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득’보다는 ‘실’이 많았다는 ‘1인 그늘 정치’의 폐해를 유권자들이 분석하고 우선 사람과 정치행태가 바뀌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신진 정치인에게 거는 기대가 과거와 달라 보인다. 현재 참신성 개혁성 전문성을 내세우며 4·13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정치 신인은 15명 내외.

기성 정치권에 물들지 않은 이들의 활약은 당선 여부를 떠나 단순한 인적 교체의 의미보다 국민에게 실망을 주는 현 정치권의 구조적 변화가 시도됐다는 점에 더 큰 의의가 있다고 정치학자들은 보고 있다.

부산에서는 선거 때마다 공무원의 ‘여론’이 위력을 발휘하는 특유의 지역성향을 갖고 있어 이들의 움직임과 여론몰이를 무시할 수 없는 것도 한 특징이다.

특히 IMF체제 이후 봉급삭감과 구조조정 등으로 누적된 불만이 유무형으로 표출될 경우 엄청난 파장이 예상되기 때문에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공무원의 정치세력화를 무마하는 대안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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