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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말부록|입체분석 4·13 총선의 핵심변수

16대 총선의 정치적 의미

  • 박경석 배제대 객원교수

16대 총선의 정치적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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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의 정치사를 보면 총선에서 표출된 총선민의와 대통령선거에서 표출된 대선민의가 상호 존중되고 조화되기 보다는 후자가 일방적으로 전자를 압도해왔다.》
오는 4월13일에 실시되는 16대 국회의원선거는 몇가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우선 들 수 있는 것은 21세기 새 밀레니엄을 맞아 처음 실시되는 선거라는 상징성이다.

전지구촌이 새 세기. 새 밀레니엄을 도약과 영광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모든 역량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도 이번 선거를 국가적 도약의 일대 계기로 삼아야겠다는 염원을 부풀리고 있다. 즉 대전환기의 첫 출발을 알차고 보람있게 하자는 뜻을 담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이번 선거는 金大中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을 지닌다. 취임 2년2개월을 맞는 金대통령은 알차게 일할 수 있는 임기의 한가운데에 서게 된다. 따라서 여당은 외환위기 극복 등 그의 치적을 최대한 홍보하고 있고 야당은 실정(失政)을 들춰내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총선의 관전 포인트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金대통령은 비교적 원활히 국정을 수행해나갈 수 있겠지만 패배할 경우엔 레임덕현상의 촉발 등 리더십발휘와 국정수행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주목할 것은 전례없는 시민단체들의 낙천낙선운동이 대대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실시된다는 사실이다.

정치개혁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는 때여서 이 운동은 국민들로부터 폭발적인 지지를 받고 있으며 선거혁명의 기대마저 모으고 있다.

이 운동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게 된다면 우리의 정치발전에 획기적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역주의, 사리당략(私利黨略), 누적된 각종 병폐, 국민일반의 정치수준 저급 등으로 인하여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좌절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에 덧붙여 공명선거의 실현여부도 큰 관심사이다.

어떤 선거든 최대의 관심사는 어느 편이 이기고 지느냐는 승패의 향방이다.

그 가운데서도 관전(觀戰)의 포인트는 집권 여당의 승패 여부다. 여당의 승패 여하가 선거 뒤의 국정운영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승패에 관한 사전 예측 여하에 따라 당사자들의 선거전략과 전반적인 선거양상이 크게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여당의 승리 가능성이 클 때보다 패배 가능성이 클 때 관권 금권 동원과 불법 타락상이 더 자심했던 게 우리의 선거사이다.

관제민의(官製民意)가 판친 사례가 허다했고 이 때문에 우의마의(牛意馬意)란 말까지 나왔었다.

여기서 총선결과 드러날 여야간의 승패와 대통령과의 관계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의 정치사를 보면 총선에서 표출된 총선민의(總選民意)와 대통령선거에서 표출된 대선민의(大選民意)가 상호존중되고 조화되기 보다 후자가 일방적으로 전자를 압도, 왜곡해 왔다. 따라서 앞으로 있을지도 모르는 가능성을 상정하여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

총선민의란 총선에서 과반다수당을 지지한 민의, 바꾸어 말하면 다수국민의 지지를 받은 정당의 의사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여당이 과반의석을 확보할 경우 국회는 여대야소(與大野小)가 되고 반대로 야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하면 여소야대(與小野大)가 된다.

전자는 총선민의와 대선민의가 합치되는 것이고 후자는 두 민의가 충돌하는 것이다. 미국에선 전자는 unified govern ment라 불리고 후자는 divided govern ment라 불린다.

두 민의의 합치와 충돌관계가 어떻게 되느냐는 것은 우리 정치현실에서는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데 특히 충돌의 경우가 그렇다.

두 민의(民意) 조화 이루는 미국

이해를 돕기 위해 우리와 가장 유사한 대통령제 국가이며 대통령제의 원조격인 미국의 경우를 살펴보자.

미국은 1789년 조지 워싱턴이 초대대통령으로 취임한 이래 지금의 42대 클린턴대통령에 이르기까지 2백11년 동안 여소야대와 여대야소 (분리정부와 합치정부)를 수없이 되풀이해 왔다.

그 가운데서도 1953년 아이젠하워 대통령 취임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47년동안의 경우를 보면 여소야대기간은 합계 31년으로, 여대야소기간 16년의 거의 배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부와 입법부의 충돌 내지 갈등으로 국정이 표류하거나 주요국사의 처리에 큰 지장을 겪은 일이 없었다.

그 한 예로 1949년부터 1989년까지 40년간 대통령의 조약체결에 대한 상원의 비준율을 들 수 있겠다. 에서 나타나듯 비준율은 의회의 의석분포와 거의 무관함을 알 수 있다.

미국은 여소야대인 지금도 유일 초강대국으로서의 국제적 위상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고 국내적으로도 유례없는 경제호황과 번영을 누리고 있다.

대통령이나 여당이 여소야대 탈피를 위해 야당의원을 빼가는 일이 없고 그러한 시도나 발상을 하는 이도 없다. 이런 사실은 역대 집권여당들의 생성과정과 야당의원 빼가기에서 쉽게 알 수 있다. 즉 우리나라 역대 여당들은 최고권력자에 의하여 만들어졌고 다수의석을 확보했다.

건국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52년동안 8명의 대통령중 특수상황에 있었던 윤보선(尹潽善) 최규하(崔圭夏) 두대통령을 제외한 6명의 대통령은 모두 자기 정당을 만들었다.

이승만(李承晩)대통령은 자유당, 박정희(朴正熙)대통령은 민주공화당, 전두환(全斗煥)대통령은 민주정의당, 노태우(盧泰愚)대통령은 민주자유당,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신한국당,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새천년민주당을 창당했다.

李·朴·全대통령은 자신들이 만든 당초의 자기정당 소속의원만으로 과반수를 확보했고, 盧·金·金대통령은 여소야대판도를 여대야소로 바꾸었다.

총선민의 압도·왜곡해온 대선민의

盧대통령은 88년 4월26일 실시된 13대 총선에서 집권 민정당이 패배하여 소여로 전락하자 90년 초에 통일민주당(총재 金泳三) 신민주공화당(총재 金鍾泌)과의 3당합당 (민주자유당)을 통해 대여로 전환시켰고, 92년 3월24일의 14대 총선 결과 민자당이 다시 소여로 되자 야당의원을 입당시켜 7개월만에 대여로 복원시켰다.

김영삼대통령은 96년 4월11일의 15대총선에서 집권 신한국당이 소여로 전락하자 두달이 채 되기 전에 야당의원들을 입당시켜 대여로 되돌렸다.

원내 제2당인 새정치국민회의의 말을 타고 97년 12월 대선에서 당선된 김대중대통령은 자민련과의 연합(제휴)과 야당의원영입으로 8개월만에 소여에서 대여로 탈바꿈시켰다.

노태우·김영삼 두 대통령의 경우는 재임중에 총선이 실시됐고 김대중대통령은 현15대 국회임기중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여야간 대소판도를 역전시켰다.

88년 이후 10년동안 여야간 대소판도의 변화 계기가 모두 네번 있었는데 1백% 예외없이 모두 여소판도에서 여대판도로 바뀌었다.

이는 결코 간단히 보아 넘길 수 없는 의미심장한 중대현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성급한 추단일지는 모르겠으나 하나의 추세로 이해될 수도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 계속 일어날 개연성이 지극히 크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여소판도후 여대로 바꾸는 과정에서 여야간의 갈등과 충돌 등 부작용도 심각했다. 여당측은 원활한 국회운영과 국정수행을 위하여 안정의석의 확보가 필요하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야당측은 야당파괴, 야당죽이기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이로 인해 국회운영의 파행을 초래했고 소모적인 정쟁을 연출했다.

더욱이 그 배후엔 대통령의 힘이 작용했고 야당의원들에 대한 표적사정설이 뒤따랐다. 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가. 그리고 이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 것인가.

여소판도가 여대판도로 바뀐다는 것은 대선민의와 총선민의의 충돌에서 전자가 후자를 압도, 왜곡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3권분립체제를 갖고 있다. 3권은 상호 견제와 균형의 원칙위에 서고 대등하다. 따라서 서로 존중되어야 한다.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의 위에 서거나 압도해서는 안된다. 더우기 총선에 의해 표출된 민의를 대통령의 힘으로 압도하거나 왜곡하는 것은 타당치 않다. 즉 민주주의 원리와 3권분립의 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다.

미국과 달리 우리의 경우는 왜 이런가. 미국의 대통령은 헌법정신과 민주원칙에 충실한 교과서적인 민주적 대통령인데 반하여 한국의 대통령은 흔히 일컬어지듯 제왕적 대통령이기 때문일까.

그 책임을 대통령 한사람에게만 돌릴 것인가, 국회의원과 정치인들에게 동시에 지울 것인가. 아니면 국민전체의 책임이라고 해야 할 것인가. 어떻든 우리 정치문화의 소산인 것만은 틀림없다. 따라서 그뜻을 깊이 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대등과 견제 균형은 조화를 도출하는 데에 묘미가 있다. 미국처럼 두 민의는 상호존중되고 조화를 이루어 나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예상되는 승패 시나리오

앞에서 두 민의의 충돌 가능성 즉, 대선민의가 총선민의를 압도함으로써 여소판도를 여대판도로 바꾸는 사태가 재연될 개연성이 크다고 언급했는데 4·13총선뒤에도 그러한 일이 일어날 것인가.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4·13총선 결과 나타날 의석분포를 예측하기는 현재의 여러 상황으로 보아 지극히 어렵다.

먼저 몇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편의상 여대와 여소 여부에 초점을 맞추어서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은 새천년민주당 의원만으로 안정 과반의석을 확보하는 것, 즉 단독 여대판도가 형성되는 것이다.

두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단순 제1당이 되느냐의 여부이다. 2월9일 현재 민주당소속 의원은 103명으로 제2당이고 한나라당은 131명으로 제1당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경우는 한나라당과의 제1당 경쟁을 뜻한다.

세번째는 자민련과의 연합으로 과반선을 확보하는 것, 즉 공동 여대판도가 형성되는 경우이다. 지금의 상황이 이어지는 것이다.

네번째는 민주 자민 연합으로도 과반선을 확보하지 못하는 패배의 경우이다. 이는 98년초 金대통령 취임 당시의 상황과 같다.

마지막 다섯번째는 민주 자민 연합 제휴로 3분의 2선 내외의 압도적 다수의석을 확보하는 것이다. 즉 개헌선확보 내지 그에 준하는 거대 여대판도가 형성되는 경우다. 이렇게 될 경우 양당간의 약속인 내각제개헌이나 다른 형태의 개헌이 적극적으로 추진될 수도 있다.

이들 다섯가지 경우 가운데 첫번째와 다섯번째는 그 가능성이 지극히 희박할 것으로 보인다.

세번째의 경우는 여당의 프리미엄 등을 감안할 때 그 가능성이 다소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연합공천 등 양당의 공조가 어떤 형태로, 그리고 어느 정도로 이루어질지 불확실 요소가 많아 그 전도는 불투명하다.

총선 뒤의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 소지가 많은 것은 두번째의 경우에서 상정할 수 있듯이 민주당이 제1당이 되지 못하거나 네번째의 민주 자민련이 연립해도 소여로 전락하는 경우이다.

이렇게 될 때 金대통령은 이러한 의석판도를 존중하면서 국정운영을 할 것인지 취임초에 했던 것처럼 여소야대판도를 깨고 여대판도를 형성하기 위한 시도를 할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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