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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기자 총선 관전평

경제위기 극복한 DJ의 이상한 패배

  • 도널드 컥

경제위기 극복한 DJ의 이상한 패배

  • 《외신 기자 눈으로 볼 때 이번 총선 결과는 이해하기 힘들다. DJ는 경제위기를 극복했고 개혁도 했고 정상회담도 발표했는데 왜 1당이 되지 못한 것일까.》
한국은 정말 놀라운 나라다. 당장 내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다. 아니 심지어 다음주도 내다보기 힘들다. 최근 우리는 두 번이나 충격적인 일을 겪었다. 첫 번째 충격은 김대중 대통령한테서 나왔다. 그는 북한의 김정일과 정상회담을 한다고 발표해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이는 어느 누구도 예측 못한 일이었다.

DJ가 최고 업적으로 재임 기간중 정상회담을 원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분단 이후 한국의 어느 대통령도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키지 못했다. 만약 성사된다면 이는 확실히 역사책에 기록할 만한 사항이었다. 사실 지금까지 대북 화해 정책인 햇볕정책은 성공이 보장되지 않은 불확실한 정책이었다. 만약 정상회담이 이루어지더라도 올해 후반이나 내년쯤 가능하리라는 예상이었다. 그런데 불과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DJ는 자신이 ‘정치꾼(politician)’이 아니라 국가 대사와 외교를 이끄는 ‘정치가(statesman)’라는 사실을 대한민국 모든 국민에게 자신있게 이야기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상대역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일과 항구적인 평화를 협상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을 것이다. 그는 이 사실로 총선 바로 직전에 유권자를 설득하려 했다. 그래서 총선 바로 직전에 유리하게 전개하고 싶었다. 그는 정상 회담 발표야말로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의 시기를 고른 것이다. 과거에는 ‘3김씨’가 한국(South Korea)’정치를 좌우했다면 현재 한반도(Korean peninsula)의 정치는 ‘두 김씨’가 맡고 있다. 두 김씨는 서울의 김대중과 평양의 김정일이다.

정상 회담을 발표한 지, 사흘 뒤 한국은 다시 한번 쇼크를 받았다. 투표함을 닫자 마자 나온 출구 조사 결과는 분명히 DJ의 새천년민주당 후보들이 근소한 차이지만, 승리한다는 것이었다. 서울 주재 외국 언론사들은 이 출구 조사 결과를 재빠르게 받아, 투표 직후인 4월13일 저녁부터 숨가쁘게 보도했다.

그런데 다음날 새벽 모든 것이 뒤집혔다. 한국의 텔레비전 방송들은 전혀 엉뚱한 결과를 방송하는 것이었다. 저녁까지만 해도 굴욕적인 패배를 당하는 듯했던 한나라당은 결국 되살아나 다수당을 차지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아침이 되니 결과는 분명해졌다. 한나라당은 과반수에서 4석이 모자라는 결과로 선거를 끝냈다. 김종필씨의 자민련이 몰락한 반면, 새천년민주당은 115석이나 얻는 행운을 얻었다.

이는 이전 어느 때보다 많은 의석이지만 과반수에는 한참 모자란다. DJ가 지난 2년 동안 펼쳤던 정책을 추진하기에는 모자라는 것이다.

미래에 이보다 더한 충격이 있을 수 있을까? 정치 지도자들이 엎치락뒤치락하는 것처럼, 분명히 이런 일은 일어날 것이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분명히 자신이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가장 바람직한 후보라고 주장할 것이다. 그는 1997년에 DJ에게 단 2%도 안 되는 표차로 뒤졌다. 지금 그는 한나라당 당권만 유지할 수 있다면 대통령이 될 수 있는 확실한 기회를 잡았다고 보고 있다.

이인제씨 경우를 보자. 그는 분명히 1997년에 이회창의 낙선을 좌우했다. 그는 아마 틀림없이 대권에 도전할 것이다. 현재 그는 DJ당 대통령후보가 되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인제씨에게도 고민은 있다. 민주당 지도부가 총선 패배 책임을 선거대책위원장인 그에게 물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을 외국인의 시각에서 보면, 아마도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이런 것이다. 한국 경제가 1997년 12월 IMF 체제로 들어갔다가 회복되었는데도, 유권자들이 여기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외국인들은 아마 한국 유권자가 김대중 대통령에게 남은 기간 개혁을 실천할 수 있도록 의회 다수당을 안겨주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이제 DJ는 지난 2년 동안 추진했던 개혁 프로그램을 지속하기 위하여 야당과 필사적으로 싸워야 한다. DJ의 경제수석비서관이자 재경부 장관이던 강봉균씨가 이번 총선에서 떨어진 것은 이런 맥락에서 기록할 만한 일이다. 정부 바깥에 있는 한국인들은 DJ를 믿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많은 외국인들은 그가 개혁을 꾸준히 추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DJ개혁 좌초할 수도

사실 많은 사람들은 DJ가 외국인 투자자에게 나라를 팔아먹는다고 비난해왔다. 의회 다수당을 차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의 재벌 개혁 정책은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심지어 개혁이 좌초할 가능성도 있다. 그 결과 부채를 자산의 4배, 5배나 축적하던 재벌의 과거 나쁜 습관이 되살아날지도 모른다. 현재 ‘빅4’재벌들은 한결같이 부채 비율을 200% 이하로 낮추도록 강요하는데 대해 불만을 갖고 있다.

이들이 지금처럼 낮아진 부채 비율을 유지하리란 보장은 사실 없다. 은행 시스템 문제점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대우그룹의 운명, 특히 대우자동차의 운명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개혁이 더 진행되지 않는다면 한국은 몇 년 안에 다시 경제적인 어려움에 빠질지도 모른다. 세계 경제는 주기적으로 하락세에 빠지기 때문에 이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번 선거는 DJ의 햇볕정책이 여전히 불안정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한국인들은 햇볕정책에 대해 뒤섞인 견해를 갖고 있다. DJ가 정상회담을 발표한 시기는 총선 사흘 전이었다. 만약 그가 통일 문제를 국내 정치에 이용했다는 의심을 받는다면, 북한을 어떻게 정상회담 테이블로 끌어들였느냐 하는 의혹도 분명히 일어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가 베이징에 보낸 특사가 북한에 대해 거대한 원조를 약속했다고 믿고 있다. 괴멸 지경인 북한 경제를 떠받들 사회간접자본을 몇 년 안에 건설하겠다는 약속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 DJ가 북으로 보내는 원조 가운데 수백, 수천만 달러가 김정일의 해외 계좌로 흘러 들어간다는 의혹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이런 자금 흐름은 한국 역사에서 전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분명히 김정일은 세계에서 가장 부패한 지도자고 국민을 잔인하게 통치하고 있다. 그는 조선 왕조에서 가장 악독했던 임금보다 더하다. 김정일과 그의 측근들은 결사적으로 자금을 원하고 있다.

여하튼 DJ가 북에 제공하는 원조는 분명히 한반도 외교와 정치라는 바퀴에 윤활유가 될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DJ는 정상회담 발표를 서두르면서 역효과만 낳았다. 먼저, 대다수의 유권자들은 최초의 놀라움이 가신 뒤에 정상회담 발표를 정치적인 제스처로 파악, 염두에 두지 않았다. 또 많은 이들은 남한을 그렇게 모멸하고 비난하는 적과 거래하는 데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지난 주에 일어난 사건들은 예측할 수 없이 에너지가 넘치는 한국 정치를 극화했을 따름이다. 그 드라마는 계속될 것이다. 한국 정치는 이리 저리 탁구공처럼 튀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쉽사리 예측할 수 없다. 대한민국 사람들에게는 한민족이 남과 북으로 분단되었다는 사실이 가장 큰 문제고 그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DJ의 햇볕 정책 덕에 민족이 피를 흘리지 않고 화해하는 것이다.

정상회담이 이것을 약속할 수 있을까? 그러나 정상회담이 실제로 열릴 수 있으리라는 보장은 아직 없다. 또 두 정상이 만나더라도 실제로 평화를 앞당길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선거 결과에서도 나타나듯이 많은 한국인들은 정상 회담이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국인들은 점점 더 가정이나 개인사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돌아서고 있다. 한국인들은 가정이나 개인의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면 북한이라는 존재를 깨끗이 잊고 포기할지도 모른다.冬

신동아 2000년 5월 호

도널드 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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