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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토론

“창조적 반란 통해 정치개혁 싹 틔울것”

386 정치인들의 정치개혁 실험

  • 정리·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창조적 반란 통해 정치개혁 싹 틔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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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튀고 싶어하는 정치 신인들의 치기인가, 국민의 ‘바꿔’ 열망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젊은 지사(志士)들의 용기 있는 도전인가. 1인 보스식 정당운용을 공개비판하고 당리당략적 정쟁을 지양하자는 정치풍토 쇄신운동이 여야의 젊은 국회의원(당선자)들을 중심으로 활발히 번져가고 있다. 386으로 불리는 ‘젊은 피’들이 앞장서 불을 붙인 이와 같은 논의는 당지도부의 일방적 권위나 지시를 거부하고 여야 경계를 초월한 연대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등 정치권 전체에 적잖은 파장을 던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해 각당 지도부의 시선이 곱잖은 것은 물론 이미 유사한 기치를 들었다가 좌절 또는 변절한 선배의원들이 적지 않은 현실이어서 이들의 움직임에 회의적·냉소적 시각도 있다. 여야 정당의 386 출신 의원과 전문가 등 4인이 한자리에 모여 386이 기치를 든 ‘정당민주화 운동’의 알맹이와 껍데기를 적나라하게 파고들었다.》
유시민:우선 제가 두 분 당선자들께 궁금한 게 하나 있어요. 386이라고 해서 특별히 주목받는 데 대해 당사자들은 어떻습니까? 부담도 있을 텐데요.

김영춘:386이라는 말은 언론이 상업적 필요에 의해 쓴 측면이 많은 것 같아요. 386세대라고 해도 똑같지 않고 하나의 실체로 지칭되기는 어렵지 않나요? 또 정치적으로 민주화운동을 했던 사람으로 좁혀서 얘기하는 경우도 있는데 우리만 민주화운동했던 것도 아니고 선배 후배가 다같이 고생하고 다같이 고민했는데 일부만 집어서 386이라 하는 것은, 우리를 좁게 한정지어 버리고 폭넓은 연대를 이루는 데 제약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송영길:386이라 할 때는 역사성이 빠진 느낌이 듭니다. 4·19세대나 6·3세대처럼 우리도 5·18세대나 6월항쟁 세대라고 불린다면 역사성과 의미가 부여되겠죠. 그러나 또 그런 식으로 불러버리면 운동권으로 규정되는 측면이 있어요. 요즘 386이라고 할 때는 ‘운동’했는가에 관계없이 다 386이라 하는데 말이죠, 개그맨도 성악가도 다 386이라고 그러잖아요. 요즘 조수미씨도 386이라고 그러데요.

정대화:언론이 386이라고 쓸 때는 꼭 본질적 개념을 잡아서라기보다는 좀 두드러져 보이고 튀게 만들어내려니까 그런 거겠죠. 가령 386이라는 용어 이전에는 모래시계라고 썼죠? 다만 70년대를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그 나름대로 살아온 방식이 있고 80년대를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운동을 했든 안 했든 전체적으로 80년대의 세례를 받았다는 공통점은 있죠.

유시민:그러나 누가 어떤 용어를 만들어냈는데 그게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고 많이 쓰인다는 것은 거기 뭔가 있다는 거예요. 386이라는 그 세대에 대해 뭔가 사회적으로 바라고 인정해주는 게 있다는 거죠. 80년대의 그 어려운 시기를 자기희생을 치르면서 고뇌하면서 그 시대를 통과해왔던 그 세대, 그런 정신으로 앞으로도 계속 간다면 뭔가 할 수 있지 않으냐는 거겠죠. 그런 점에서 꼭 부정적으로 볼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에요.

“길들여지지 않겠다”

정대화:이번 16대 총선이 끝나고 보니까 세대교체가 많이 됐다는 느낌이 들어요. 초선이 111명으로 41%가 됩니다. 그러나 개별적으로 정계에 입문해서 초선을 형성하는 그룹은 큰 의미는 없다고 봐요. 변호사를 했건 벤처를 했건 개별적인 지위보다는 386으로 특징되는 이런 그룹이 새로 들어온 데에 의미가 있다고 봐요. 80년대의 역동적인 민주화 시대의 동질성이랄까, 하나의 정체성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거죠. 80년대 제도권 밖에서 또는 학교 밖에서 자신의 상당한 삶을 헌신적으로 바치면서 투쟁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제도권 정치 안에 들어와서 뭔가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부여받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봐요. 그 정열과 헌신성을 갖고서 이제 국민들이 바라는 바를 해줄 거냐, 특히 정치를 바꿔 줄 거냐, 이런 기대와 바람이 있는 것 아닐까요?

유시민:그런데 김영춘 당선자, 아니 이제 의원이시죠, 요즘 당선된 정치 신인들이 ‘1인 보스 정치다’ 막, 이렇게 얘기하는데 그러고 다녀도 괜찮아요? 안 다쳐요?

김영춘:괜찮습니다.

유시민:송영길 의원도 얼마 전에 라디오프로에 나와서 ‘국회의원을 뭐하러 273명 뽑느냐, 2명만 뽑고 말지’ 그렇게 얘기하던데 총재한테 혼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송영길:(웃으며) 문제 없습니다. 얼마 전에 우리당 김옥두 사무총장이나 권노갑 고문께서 386들과 식사하는 것을 보고 ‘군기를 잡았다’ ‘길들이기 했다’고 언론에서 그러는데, 전 그렇게 안 느꼈는데요. 제가 머리가 나빠 그런지 감각이 무뎌서 그런지 전혀 그런 느낌이 안 들고, 본래 그런 걸 한다 해도 위축될 저도 아니지요. 군기 안 잡혀요. 우리가 뭐 1학년 3반인가요? 30만 명 가까운 지역구에서 심판을 받아 올라온 사람들인데 누가 군기를 잡는다는 말이에요?

유시민:벌써 물들어서 문제를 못 느끼는 것 아니에요?(일동 웃음)

정대화:요즘 민주당에서 ‘개혁연대’와 한나라당에서 ‘미래연대’ 사람들이 보스정치 문제와 크로스 보팅 실시 등에 대해 발언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보스정치가 타파될 수 있는 구조나 힘을 형성하는 게 중요하지 않겠어요? 요즘 정치를 새로 시작하는 386의원들이 ‘정치가 엉망이다, 바꿔야겠다’는 데 동의하고 그런 의지도 있을 텐데 과연 그런 의지를 관철시킬 수 있는 조건이랄까 구조가 없지 않으냐 이거죠. 당선되고 나서 1~2개월, 초선 때 몇 달 그러다 끝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들어요.

김영춘:사실 지금 386세대한테 과도한 기대들을 하고 있다고 봐요. 정치적 세대로서의 386이라고 하면 한나라당과 민주당 공히 실제 국회에 들어와 있는 수는 아주 제한돼 있어요. 양당 합쳐서 20~30대 젊은 의원들은 13명 정도밖에 안돼요. 더구나 연령이 비슷하다고 해서 그 사람들의 각오가 다 비슷한 것도 아니죠. 좀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386한테 기대한다고 할 때는 운동권 출신들한테 기대를 하는 건데, 과연 불이익을 감수하고 옛날 운동할 때의 정신이나 각오로 정치 안에서도 바꾸기 위해서 도전하고 두들겨맞으면서도 다시 일어나서 덤비는 그런 자세를 갖고 가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를 생각해 봅니다. 그런 면에서 너무 큰 기대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정대화:그럼 그런 사람이 없나요?

김영춘:있기야 있겠죠. 다만 너무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라는 겁니다.

정대화:두 분 386의원께서 앞으로 4년동안 이것만은 꼭 해나가겠다는 것은 있을 것 아닙니까?

김영춘:저의 경우는 선거공약에서도 내세웠지만 ‘공정한 경쟁이 확보되고 투명한 절차가 보장되는’ 정치 시스템을 만들고 싶어요. 저희들은 16대 국회에서는 뭔가 정치를 좀 바꿔라, 이런 요구를 받고 당선된 사람들이니까요. 이제까지 국회 자체가 규칙과 절차에 의해 지배되는 공간이 아니었는데 16대 국회도 그렇게 갈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고 봐요. 권력을 독점한 보스들의 자의(恣意)에 의해 움직이고 지배당하는 국회, 그런 정당의 모습을 탈피시키는 일을 꼭 하고 싶은 겁니다. 사회 전체적으로 개혁해야 할 일이 많지만 우선 우리 정당과 국회만이라도 그렇게 바뀌어야겠다는 거죠.

“1인 보스 정치 타파해야”

송영길:비슷한 얘기지만 저는 특별히 국회가 정치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회라는 게 입법이나 국정통제기능 예산기능 등을 갖고 있지만 입법기능도 좀더 보완돼야 할 것 같아요. 실제로 지금 국회가 갖고 있는 역량이란 게 행정부에 비해 상대가 안되는 거 아녜요? 앞으로 감사원도 국회로 와야 한다고 봅니다. 아무튼 국회가 실질적으로 정치를 산출하는 데가 돼야죠. 청와대나 다른 외부 기관보다는 국회 내부에서 담론이 만들어지고 해결되는, 말하자면 로마시대의 원로원 같은 지혜의 중심이 돼야죠. 다음으로 우리의 정당은 기속력이 너무나 강해서 의원 개개인의 헌법기관으로서의 개념보다는 정당원으로서의 성격이 너무 큰 것 같아요. 국회의원이 동원 대상이고 표결의 머리 수 채우기 대상에 불과하다면 정치가 발전이 될 수 없어요. 그래서 우리가 크로스 보팅 얘기도 하는 거고 의원 각자가 독립된 헌법기관으로 기능할 수 있게끔 당의 기속력을 최소화시키자는 얘기가 나오는 겁니다.

유시민:두 분 말씀이 참 좋은 말씀인데요. 재야 또는 운동권 출신들이 국회에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게 88년 13대 총선 때입니다. 당시 평화민주통일연구회, 일명 평민연이라 해서 문동환 박사가 이사장을 하시고 거기에 이해찬 임채정 박상천 유인태씨 등이 참여했는데 저는 그 평민연이 무력화되는 과정을 지켜봤습니다. 그때도 ‘국회의원이 동원대상이냐’ 이런 얘기가 나왔어요. 그런데 결국 12년이 지나도록, 그 사이 많은 사람들이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이렇게 변하지 않은 이유가 뭐냐, 뭔가 그 원인이 있지 않겠어요?

국회의원을 동원대상으로 여기는 권력시스템, 1인 보스정치, 이런 것들이 존재하는 한 아무리 좋은 뜻을 갖고 들어와도 결국에는 다 깨지고 말아요. 이번에도 민주당 원내총무 등 당직 경선이 있고 한나라당도 전당대회가 있지만,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어요. 친정(출신)이 비슷하다고 해서 국회에 들어와서도 모임을 만들었는데 실제 표결에 들어가서 보면 서너 갈래로 흩어지고 말더라고요. 친정이 같다는 구심력보다는 정당에 들어와서 맺고 있는 인적 관계에 따른 원심력이 더 크게 작용하는가 봐요. 이번에 새로 들어온 386들이 기존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나오는 분열의 압력을 견뎌낼 수 있을까요? 아까 김옥두 총장이나 권노갑 고문의 압력을 압력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제가 볼 때는 그렇지 않아요. 기본적으로 정당권력이란 게 당수와 그 당총재의 신임을 받는 극소수 지도부가 당을 전일적으로 지배하면서 소속의원들을 동원대상으로 전락시키는 권력구조거든요. 그런데 이걸 바꾸겠다는 것은 기성의 당권력에 도전하고 그 해체를 추진하겠다는 건데, 그 사람들이 가만히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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