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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이회창의 대권도전 그랜드 디자인

  • 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이회창의 대권도전 그랜드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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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앞으로 대선까지 2년동안 국정운영 능력을 배가하는 내부준비가 중요하다는 데 참모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특히 정상회담 이후 차기 대선의 최대 이슈로 떠오른 남북문제와 관련한 ‘내공’을 쌓기 위한 특단의 대책들이 강구되고 있다. 》
한나라당 이회창총재는 5·31전당대회에서 총재수락연설을 통해 “정권탈환을 위해선 ‘새로운 국가경영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정권을 되찾기 위해서는 반(反)DJ정서와 투쟁의 리더십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동안은 모진 외풍에 맞서 생존을 위한 투쟁에 온 힘을 쏟을 수 밖에 없던 이총재였지만 총선승리와 전당대회 승리를 발판삼아 차기대권행이 사실상 확정된 만큼 이제는 수세적 저항적 위치에서 벗어나 포용의 이미 지를 보완하고, 비전제시 및 정책개발에 주력해나가겠다는 것이다. 이총재가 과거 구호에 그쳤던 ‘상생의 정치’를 총선 이후 실천에 옮기려 애쓰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사실 이전까지 이총재의 행보에 대해서는 “독자적인 정책을 내거나 앞장서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보다는 지역정서에 기대 앞날을 도모 하려는 한다”는 비판도 많았다. ‘당신이 제1당 총재가 된 것은 당신이 잘나서가 아니라 반(反) DJ성향 유권자들이 아직 대안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시선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당안팎에서는 흔히 이총재에게 부족한 세 가지 요소로 명료한 비전과 구체적 정책대안, 포용력 있는 이미지 등을 꼽는다. 특히 정책대안과 관련, DJ는 야당총재 시절 당소속 의원들의 국감성적까지 매기며 ‘자네는 박스 기사는 많이 나오는데 스트레이트 기사가 부족하구먼’이라는 등 의원들의 정책대안 제시를 일일이 독려할 정도로 높은 열의를 보였다는 점을 지적하는 이도 있다.

이총재 측근그룹은 이와 같은 지적에 따라 총선 이후 깊은 논의를 통해 “앞으로 대선까지 2년여 기간에는 직접적인 대여 정치투쟁보다는 주 요 정책경쟁에서 이총재의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 있도록 내부역량을 강화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정리, 이총재에게 올렸다. 이총재가 투쟁과 반대일변도의 이미지를 벗고 전국적 지도자로서 국정운영 능력을 갖춘 ‘준비된 대통령’의 면모를 갖출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뉴 이회창 전략’이 수립됐다는 것이다. 이총재의 한 측근의 말.

“햇볕정책이나 DJ의 기업·금융구조조정에 대해서도 단순한 비판이 아니라 대안을 내놔야 한다. 이런 이슈들은 다음 대선에서 TV토론 등의 주요쟁점이 될 게 뻔하다. 지금 이총재는 상대적으로 선발주자로서 체계적 공부를 해나갈 시간이 있다. 97년 대선 때는 솔직히 일정에 쫓겨 TV토론 등을 제대로 준비할 시간이 없었고 그 결과 실전에서 큰 손해를 봤다. 자료도 많고 머리도 좋은 이총재지만 구체적 현실에 대해 학습 이 덜 된 채 당일치기를 해서 나가는 것으로는 승리를 거두기 어려운 것이다.”

‘내부역량 강화’로 요약할 수 있는 이회창 진영의 새로운 대권접근 플랜에서 이총재가 가장 신경을 쓰는 대목은 차기 대선에서 최대 이슈 가 될 남북문제다.

분단 이후 최초로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는 등 남북문제를 둘러싼 국내외 정세가 최대의 정국변수가 된 상황에 이총재가 정국 주도권을 상 실하지 않으려면 차기 대선에서 이 문제에 관해 ‘준비된 능력’을 자신의 언어로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가 탈냉전의 거대한 물결 속으로 접어드는 역사적 전환기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한 안목과 해결능력은 2002년 대선주자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대북정책 참모본부, 남북관계 특위

이를 위해 남북문제를 체계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당내에 구성된 것이 남북관계대책특위다. 김영삼 정부시절 남북 정상회담 실무협상을 맡았던 윤여준 전 여의도 연구소장도 핵심멤버로 참여했다.

지난 5월 신설된 남북특위는 남북문제에 관해 이총재가 수세에서 벗어나 김대중정부의 정상회담 드라이브를 비판·견제할 수 있도록 이총재 를 뒷받침하고 있다. 총선 직후 당내에는 남북특위와 함께 현대사태 등 경제문제에 대처하는 경제대책특위, 과외문제 등 공교육 부실화 문제 에 대처하는 교육대책특위도 구성됐다. 그래도 가장 활발한 것은 역시 남북특위라고 할 수 있다.

남북특위는 정상회담을 지지하는 국회결의안과 관련, 전폭지지 의견이 담긴 민주당안과 달리 보수적 원칙을 담은 결의안 초안을 6월8일 이총 재에게 제출했다. 특위는 이와 함께 정상회담과 관련, ‘김대중대통령이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되는 일’, 우방국들과의 관계설정을 위한 가 이드라인 등도 정리해 이총재에게 보고했다. 여기는 경제협력이나 군사문제 등 상호주의 원칙이 적용돼야 하는 부분, 납북자문제 등 북한이 싫어하더라도 반드시 언급해야 할 부분 등도 포함돼 있다.

다음날인 6월9일 부산 코모도호텔에서 있은 이총재의 기자회견.

“남북정상회담에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이나 안보를 위협하는 타협이 있어서는 안된다. 정상회담은 반드시 남북상호주의 원칙에 기초해야 하며 이 원칙은 경제·사회문제 뿐만 아니라 정치·군사적 문제에서도 철저하게 적용돼야 한다”

특위의 의견을 거의 전적으로 원용한 이총재는 특히 대북경협이나 지원과 관련, “북한이 이를 군사적으로 전용하지 않는다는 보장하에 추 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총재는 같은 날 채택된 국회결의안에서도 인적·물적 교류와 협력 조건으로 상호주의를 명시토록 당의 협상관 계자들에게 지시, 결국 ‘호혜적 상호주의’라는 표현을 결의문에 집어넣었다.

물론 정상회담 정국에 임하는 이총재의 기본입장은 ‘선(先) 협력 후(後)비판’이다. 분단 55년 만의 국가적 대사인데 뒷다리를 잡거나 시비를 거는 인상을 주는 것은 이총재의 대권가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남북관계 급변의 큰 흐름에 휩쓸려갈지도 모르는 상황에 마냥 수수방관하지는 않겠다는 태도 또한 분명하다.

정상회담 이후 민족문제를 앞세운 여권의 정국주도 드라이브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한결 적극적인 견제의 고리는 걸어놓 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정책의 실질적인 산실 노릇을 하고 있는 남북특위에는 통일원장관을 지낸 이세기 위원장을 비롯, 김용갑 정형 근 박세환 윤여준 이한구의원, 송영대 전통일부차관, 구본태 전통일부 통일정책실장 등 보수색 뚜렷한 당내의 쟁쟁한 전문가들이 포진하고 있다. 특히 박세환의원 등은 예비역 장성그룹의 여론을 이총재에게 전달하는 창구역을 맡고 있다. 당내에는 이 밖에도 보안사령관 출신인 강 창성의원과 육본 인사참모부장 출신인 최승우 현대사회연구소장 등이 국방문제와 관련, 이총재에게 틈틈이 조언하고 있다.

취약한 대미라인 보강작업

통일·안보·외교 분야에 관해 이총재가 틈틈이 조언을 구하는 당외 인사로는 안기부1차장을 지낸 현홍주 전 주미대사, 외무장관을 지낸 한승 주 고려대교수 등이 있으나 한교수는 최근 접촉이 상대적으로 뜸한 편이라고.

한 전장관과 현 전대사를 비롯해 김경원 전 주미대사, 이상우 서강대교수와 백진현 서울대 교수 등은 모두 서울국제포럼 멤버들로 이총재측 의 관심이 두터운 편이다.

여기에 전재욱 여의도연구소 객원연구원 등 박사급 연구원과 청와대나 국정원 근무경력을 가진 인사, 이명우보좌관을 채널로 해서 연결된 소 장학자 등이 일종의 네트워크 내지 포럼 형태로 움직이며 이총재의 ‘남북문제 공부’에 필요한 자료 및 정보 등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미래연 대 등 젊은 감각을 가진 소장파의원들과도 교감을 갖고 움직이는 이들 ‘386네트워크’는 남북문제에 관해 자칫 보수일변도로 기울기 쉬운 이총 재의 균형추가 될 수도 있다는 것.

이보좌관의 의원회관팀은 요즘 남북문제와 관련된 주요 흐름을 정기적으로 정리해 이총재에게 보고하고 있다. 회관팀은 김정일의 전격적인 중국방문이 있은 지 불과 이틀 만에 두툼한 관련보고서를 작성, 이총재에게 제출하는 기동력을 보이기도 했다. 이보좌관은 총선 직후인 5월 6일부터 21일까지 미 국무성 초청 형식으로 워싱턴 등지를 방문, 한반도 정책에 영향력을 갖고 있는 미국 조야의 전문가들을 만난 뒤 귀국 했다.

이총재 자신도 5월2일 스티븐 보스워스 주한 미대사와 2시간 가까이 오찬을 함께 했다. 이총재는 정기국회가 시작되기 전인 7~8월 중에 미 국을 방문하는 계획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소속의원 일부를 7월 필라델피아에서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와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 보내 대선을 앞둔 미 양당 대선캠프와도 관계를 증진한다는 방침이다. 김대중대통령이 야당시절 미국 조야에 두터운 인맥을 형성했던 반면 이총재는 유력한 대권주자인데도 대미 인맥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당내에서 미국통으로 분류되는 이신범의원이 지난 총선에서 낙 선하고 주미대사 경력을 갖고 있는 한승수의원은 공천배제로 남이 돼버리는 등 이총재의 대미 라인은 더욱 취약해진 상태다. 이총재측의 활 발한 대미접촉 움직임은 이와 같은 취약성을 보완키 위한 노력의 일환이랄 수 있다.

경제는 남북문제와 함께 이총재가 최근 ‘내공’을 강화하기 위해 역점을 두는 분야다. 경제와 관련해서 이총재의 ‘전속교사’ 노릇을 하는 이가 바로 지난 연말 영입한 이한구 제2정조위원장이다. 이총재는 지난 대선 당시에는 경제문제에 관해 서상목의원을 ‘전담교사’로 활용했다. 이한구의원은 이총재가 감사원장 시절부터 궁금한 경제사안에 대해 이따금 전화 등으로 자문을 구하던 사이.지난 대선 때 이총재를 돕다가 지난 총선을 앞두고는 아예 ‘내 곁에서 도와달라’는 이총재의 요청을 받고 입당했다. 본래 정치체질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의원은 단국대 대학원 정교수 발령까지 받아놓은 상태에서 이총재의 ‘경제교사’로 스카우트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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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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