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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흔들리는 보수세력

“6·15선언, 정권 바뀌면 휴지조각 될 수 있다”

보수파의 직격탄/이상우 서강대 교수

  • 박성원·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6·15선언, 정권 바뀌면 휴지조각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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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제약이 실제 있다고 보십니까? 또 정부가 그런 작용을 하고 있다고 보실 만한 근거가 있습니까?

“제가 보지 않았으니까 알 수는 없어요. 그러나 보수성향의 사람들이 글을 쓰고 자기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를 꺼리는 그런 분위기가 있는 것만은 사실이에요. 보수 논객들은 칼럼이나 대담 좌담 등에 넣어서는 안되는 걸로 돼 있고, 그런 리스트가 작성돼 있다고 불만스러워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교수들 사이에서도 개별적으로 만날 때는 걱정을 많이 하는데 막상 드러내놓고 얘기하기는 꺼립니다. 남북관계 등에 관해 보수적 시각에서 공개적으로 문제점을 거론하면 괜히 왕따되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 보수론자들이 공개적으로 잘 나서지 못하는 데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보수세력이 권력이나 기득권층의 비민주와 독점을 옹호하면서 일종의 반대급부를 받아왔다는 국민의 인식도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맞는 지적이에요. 이게 하나의 역사의 아이러니예요. 그동안 역대 정부는 분단의 특수성 때문에, 이념과 체제갈등을 벌여온 북한 때문에,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면서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체제도전에 대해서는 역설적이지만 비민주적으로 탄압을 해왔어요. 전통보수 시각을 가진 사람들은 이것이 다분히 인권탄압이고 비민주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더 큰 차원에서, 체제수호라는 차원에서 여기에 묵시적으로 동의해왔거든요. 그러니까 지금 나서서 보수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곧 비민주라는 것과 일치되거든. 게다가 그동안 우리 정치지도자들이 도덕적으로 부패했었거든요. 이런 사람들과 동일시되고 싶지 않으니까 되도록 말하지 않으려고 하는 거예요.”

─ 단순히 현실적 분위기나 약점 때문이 아니라 탈냉전의 흐름이 한반도에도 시작되면서 종래의 보수 시각을 고수할 논리적 근거가 약화된 측면은 없다고 보십니까?



“탈냉전은 그간 우리 정부가 하나의 정책목표처럼 내세웠던 것입니다. 냉전체제 해체를 추구해왔단 말이지요. 그런데 탈냉전이라는 것은 공산권의 붕괴로 인해 이뤄진 하나의 결과이지 그것을 목표로 해서 이뤄낸 것은 아니잖아요? 남북관계에서 탈냉전이란, 북한이 체제를 바꾸면 탈냉전이 되는 거예요.

보수 쪽 시각에서 볼 때는 북한체제의 탈공(脫共)이죠. 북한이 현재의 체제를 버리고 민주화돼야만 탈냉전이 되는 거란 말이에요. 그런데 정부는 북한이 그렇게 바뀌지 않았는데도 북한과 함께 뭘 할 수 있다고 하니까 전통 보수에서는 이상하게 생각하는 거죠.”

─ 그러면 북한이 체제나 이념의 변화조짐을 보이기 전에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협력은 하지 말아야 합니까?

“물론 남북관계는 개선돼야지요. 그건 보수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관계개선의 목적이 뭔지가 분명해야 합니다. 전통보수 입장에서는 화해를 위하고 공존에 합의를 보고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남북간 관계개선에 대해서는 전폭적으로 지지합니다. 그런데 그 단계를 넘어서 ‘이념을 초월해서 손잡고 나가자’고 한다면 저항할 수 밖에 없는 겁니다. 북한을 변화시키기 위한 탈냉전은 좋고 그 전에도 공존을 제도화하고 화해하는 것까지는 좋지만, 북한체제가 바뀌지 않고 집단주의 또는 프롤레타리아 계급주의 그대로인데도 북한과 더불어 체제통합 논의를 하려고 한다면 보수 쪽에서는 의심할 수밖에 없는 거지요. 가령 지난 6·15 정상회담 합의사항 제2조(연합제와 낮은 단계의 연방제의 공통점 인정) 같은 것에 대해 의심하게 되는 거지요. 이건 우리가 이념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암시를 주는 것이 될 수도 있어요.”

─ 6·15 정상회담에 이어 남북적십자회담이나 7월말 서울에서 열린 남북장관급회담의 결과 등으로 볼 때 남북간 화해협력 기조가 정착 단계 또는 제도화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많은 것 같은데요. 동의하십니까?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건 북한 자체가 변하지 않았는데 덮어놓고 다음 단계에 들어간 것이거든요. 우리가 전통적으로 지지해온 것은 남북간에 일단 평화를 정착시키고 공존에 합의를 보고 나서 서로 교류협력을 증대시켜서 신뢰를 구축하고 그 다음 어느 단계에 가서 북한이 변한다고 할 때에 통일로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평화정착도 공존에 관한 합의도 이번에 다 건너뛰고 들어갔다는 말입니다. 앞의 대전제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협조라는 후속조처단계로 들어갔다는 거예요. 이렇게 해가지고는 남북한 간에 근본적 문제는 하나도 해결이 안된다고 봐요.”

기초 건너뛴 남북관계 오래 못갈 것

─ 하지만 주변 강대국들도 이번 정상회담 등을 적극 환영하고 있지 않습니까?

“국제적 반응도 마찬가지예요. 정상회담에 대해 나온 성명들을 자세히 보면 남북이 화해한다는 것은 일단 모든 나라가 지지합니다.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모두 마찬가지예요. 그러나 거기까지입니다. 한발 더 나가서 남북간에 이념을 초월한 통일을 한다고 하면 전부 견제하는 거지요. 그 경계하는 목소리가 미국과 일본에서는 강하게 나오고 있어요.

일본에서도 남북한 간에 화해를 위한 정상회담은 전폭적으로 지지하지만 이념을 초월한 통일로 들어서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나와요. 만일 후자라고 한다면 이제는 한일관계도 재평가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념을 포기한다고 하면 그동안 같은 이념을 가졌기에 우방관계를 유지해온 한국과 더 이상 그런 관계를 지속할 수 없다는 거지요.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동안 유지해온 한미동맹의 근거가 뭡니까? 공산주의 위협에 맞서 공동 이익을 수호한다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우리가 이념을 초월해서 북한과 접근한다고 하면 미국으로서는 한미동맹의 바탕이 깨진다고 보는 거예요. 그래서 미국도 지금 그걸 우려하고 있어요.”

─ 현재 전개되고 있는 남북간 대화협력은 어느 정도로 지속될 것 같습니까? 또 만일 이게 실패로 끝난다면 남북한 내부에 각각 어떤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십니까?

“앞서 말한 것처럼 앞뒤를 건너뛰고 다음 단계로 들어간 것이기 때문에, 다시 말해 기초가 안된 상태에서 나간 것이기 때문에 수명이 오래 가지 못할 것으로 봅니다. 어느 정도 가다보면 북한이 변화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날 것이고, 사상누각이라는 것을 알 수 있기에 더 이상 진행될 수가 없게 되지요. 그리 오래 가지 않아서, 늦어도 반년 이내에 그런 상태가 오리라고 봅니다.

이 경우 우리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내지 신인도는 급격하게 떨어질 것입니다. 북한의 김정일정권에 미칠 영향이란 것은 크지 않다고 봅니다. 이번에 나름대로 어떤 목적을 갖고 대화를 추진해온 것이지만 목적을 달성하지 못해도 그만이지요. 뭐, 북한이 그것으로 인해 특별히 큰 피해를 입을 일은 없는 것 아니에요?”

김정일 답방, 국내정세에 달려있어

─ 북한도 이번에 나름대로 ‘위험한 도박’을 했다는 평가도 있는데요. 만일 이 물꼬를 되돌릴 경우 김정일국방위원장도 상당히 부담을 안게 될 거라는….

“저는 그렇게 안 봅니다. 북한은 우리와 체제구조가 달라요.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와요. 대통령이나 정부 지도자라는 사람들은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만 행사하는 사람들이에요. 북한은 그렇지 않아요. 지도자가 결정하면 그만이에요.

이번에 정상회담도 하고 대외적으로도 갑자기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는데, 이것은 북한이 자신감을 가졌기 때문이에요. 정부는 북한이 궁지에 몰려서 마지막에 할 수 없이 남쪽을 이용하려고 대화에 나온 걸로 보는 것 같은데, 저는 그 반대로 봅니다. 남쪽에 동조세력이 상당히 많이 성장했으니까 과감히 남쪽에 뛰어들어서 남쪽으로부터 인민의 지지를 확실히 얻어낼 수 있다고 북한이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만일 이것이 전모가 다 밝혀져서 진행되던 모든 것이 중단됐다 해도, 북한으로서는 이루려는 것을 못 이루는 것이 될 뿐 아무 문제될 게 없는 겁니다. 잘됐으면 좋았겠지만 아니면 그만이라는 얘기지요.”

─ 늦어도 내년 봄까지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있다고 하고, 최근에는 이르면 10월쯤에 이뤄질지 모른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김정일 서울방문 저지투쟁’을 벌이겠다는 보수 운동단체들까지 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방문이 과연 성공적으로 이뤄질 것 같습니까?”

“그것은 국내정세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봅니다. 9월이면 대학들이 개강하고, 대학생들이 북한 지지로 나올 겁니다. 그리고 진보적 시각이 광범위하게 번질 겁니다. 그런 식으로 간다면 김정일이 올 수도 있지요.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김정일이 여기에 왜 옵니까? 그러니까 김정일의 서울방문은 8·15부터 시작해서 9월 들어 본격화될 국내 정치투쟁 양상에 달려 있는 겁니다.”

─ 대학가 등지에서 김정일 답방 환영 분위기가 고조되면 그에 자극받은 보수우익 단체들의 반발도 비례해서 증대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것이 김위원장의 서울방문 자체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없을까요?

“김위원장의 서울방문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지요. 그런데 보수에서 조직적인 반대운동을 벌이거나 보수주의 정치운동으로 나가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고, 진보진영의 움직임은 준비된 거니까 이게 먼저 나갈 거라구요. 그러니까 경우에 따라서는 김정일의 방문이 빨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10월 방문설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초기에, 진보세력의 정치운동이 활발할 때에 올 수 있고, 그 시기를 놓쳐서 그 때 못오면 다시 오기 어려워질 거라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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