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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흔들리는 보수세력

들어라 수구·냉전세력들아!

진보파의 통박

  • 황태연·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들어라 수구·냉전세력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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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상회담의 흥분이 가라앉는 시점부터 보수를 위장한 극우지식인 중심의 국내 냉전세력이 고개를 들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남북정상회담을 김대통령의 공적이 아니라 오히려 ‘실책’인 것처럼 몰아가는, 어처구니 없는 비방과 음모적 뒤틀기를 집요하게 확산시켰다.》
최초의 남북정상회담과 역사적인 6·15남북공동선언이 있은 지도 벌써 두 달이 지났다. 이 역사적 사건은 한국인과 북한주민, 그리고 해외동포 등 나라 안팎의 8000만 겨레를 흥분과 감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었고 세계인의 전폭적인 지지를 모아냈다. 이와 함께 민족화해를 향한 김대중대통령의 30년 집념과 리더십에 대한 감탄도 나라 안팎에서 고조되었다.

냉전세력의 비방과 음모적 뒤틀기

그러나 정상회담의 흥분이 가라앉은 시점부터 보수를 위장한 극우지식인 중심의 국내 냉전세력은 여론 틈새를 비집고 고개를 들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남북정상회담을 김대통령의 공적이 아니라 ‘실책’인 것처럼 몰아가는 어처구니없는 비방과 음모적 뒤틀기(이면합의설, 평화조항의 통일조항 둔갑설, 달러제공설, 북한불변론, 순안비행장-평양간 통치권 공백론, “북측의 치밀하게 계산된 연출에 놀아난 구걸외교”, 심지어 “붉은 포옹” 혐의 등)를 집요하게 퍼뜨렸다. 물론 이 정략적 비방은 대북정책 성공을 위한 합리적 비판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에 의하면 일반 국민은 변함없이 남북정상회담 성과와 남북화해를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따라서 냉전적 지식층과 정치인들은 한국 인구 가운데 극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50여 년 동안 군사정권을 주도하거나 추종하던 냉전세력은 국내의 지식인 구성에서 차지하는 압도적인 비중을 발판으로 학술세미나와 토론대회, 극우매체와 일부 정치세력을 통해 냉전적 곡해와 비방을 확성(擴聲)시키며 국론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민족화해를 수용하지 않는 심리상태는 낡은 냉전적 관점에도 기인하지만 이들의 지극히 정략적인 당파적 이해관계에도 뿌리를 박고 있다. 치유할 수 없는 DJ 적대감으로 이들은 DJ가 성공할수록 더욱 심사가 뒤틀리고, 실패할수록 더욱 신나는 야릇한 ‘심보’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이로 말미암아 이들의 논조는 종종 DJ에 대한 국민과 세계여론의 평가와 정확히 반대되는 방향을 취한다.

따라서 이들의 뒤틀기와 정략적 트집잡기는 대부분 논쟁할 가치도, 교정될 수도 없는 것이다. 하지만 비운의 한국근대사는 이런 당파적 사고방식과 음모적 국론분열 행위가 국익을 좀먹고 민족과 나라를 망치게 한다는 사실을 엄중하게 경고하고 있다.

남북화해 및 통일정책과 관련된 합리적 논쟁은 정책과 전략을 중심으로 실현가능성이 크고 적은 것을 평가하는 관점에서 진행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또다른 중요한 논쟁점이 있다면 그것은 반세기 동안 지속된 전쟁과 열전형 냉전 과정에 누적된 비극과 상흔, 사무치는 원한과 공포를 어떻게 미래 지향적으로 풀어나가느냐는 것이다.

냉전·분단의 피해자들 고통 달래줘야

냉전적 극우지식인들의 교묘한 뒤틀기와 트집잡기에 호응하는 것으로 보이는 20% 안팎의 주민층은 전쟁과 무력도발로 본인과 친족의 희생, 가족해체, 재산손실 및 가난 등 개인적·가족적 비극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사람이 다수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주민층과 냉전세력을 구별해야 한다. 이 주민층은 냉전세력의 당파적 의도와 무관한 일반인이기 때문이다.

피晝개?나는 동족상잔을 겪은 이 주민층의 고통과 상처는 실로 골수에 사무친 것이다. 대북 적개심과 원한이 없다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제3자가 미래를 위해 이들에게 ‘이제 잊으라’고 요구하는 것도 심히 경솔한 짓일 것이다. 우리는 어디까지나 이들의 고통을 세심하게 배려하고 정성으로 위로하여 ‘남남화해’의 기반을 다져야 한다.

우리가 이들을 위해 배려할 수 있는 것은 지금이라도 만회할 수 있는 소망을 이루도록 돕고 정부 대북정책 방향을 이해하도록 친절히 조언하는 일이다. 이중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전사자유족·전상자·참전용사에 대한 보훈정책을 더욱 철저히 하는 것이다.

동시에 중요한 것은 이산가족, 북한억류 국군 및 시민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일이다. 남북공동선언은 바로 이 ‘실질적인 해결’의 문을 열었고 후속회담은 이것을 성사시켰다. 남은 문제는 북한을 설득하여 어떻게든 모든 이산가족의 상봉을 이루어내고 자유왕래와 서신교환을 제도적으로 정착시키는 것이다. “한 술 밥에 배부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국군포로송환 문제로 조급하게 구는 것은 일을 그르쳐 절망과 그리움에 지친 이산가족들을 더욱 절망시킬 것이다.

우리가 이 상처입은 주민들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은 과거의 고통을 느끼고 생각하는 시각을 전환하는 것과 관련된 것이다. 그것은 바로 ‘다시 있어서는 아니 되는’ 그 뼈저린 고통과 비극이 이들의 자식과 손자들에게만큼은 ‘다시 있어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냉전세력에 호응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남북화해·협력 중단, 남북대결, 무력충돌, 전쟁 위험을 촉진한다. 자식과 손자들이 그와 같은 고통을 다시 겪을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

민족 화해와 평화를 지향하는 것은 이들이 이런 고통을 다시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들이 평화와 번영 속에서 살기를 간절히 소망한다면, 그 지름길은 대북포용정책을 밀고 나가 한반도 평화체제를 정착시키는 길밖에 없다.

포용정책은 이러한 간절한 소망을 담아 민족의 숙원을 달성하려는 가장 현실적인 정책이다. 포용정책 및 남북정상회담을 둘러싼 몇 가지 쟁점과 관련해서는 냉전적 비방을 분석적으로 비판하기보다 몇 가지 대안적 전망과 상황분석을 제안하는 것이 좋을 듯싶다.

한반도 정치 시대의 개막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기본 이념으로 삼는 민주공화국이다. 따라서 대북정책의 이념적 목표와 전망도 민주주의의 확장적 발전의 관점에서 기획되고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원리적으로 특정국가를 뛰어넘는 보편적 세계시민정신과 평화지향성에 기초한 민주주의는 인권, 평화, 세계주의를 민주적 보편가치로 요청한다. 이 ‘보편가치의 한반도화’는 생명권, 귀향권(“모든 인간은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갈 권리가 있다” - 유엔인권협약), 자유왕래, 서신교환 등을 통해 모든 인권을 유린하고 있는 분단조국의 반인도적 무력대치 상황을 해소함으로써 민족구성원들 사이에 인권과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이다.

동시에 민주적 보편가치에 입각한 자주적 통일정책은 ‘반외세 자주’가 아니라 동북아 주변국 및 세계의 보편이익과 조화를 추구하는 ‘세계주의적 자주’ 개념을 지향한다.

이를 구현하려는 대북포용정책은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이질성을 포용하여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킴으로써 민족적 공동발전을 도모하는 정책이다. 이 포용정책의 직접적인 목표는 국가제도적 통일이 아니라 ‘한반도 정치 시대’를 개막하는 것이다.

포용정책의 최대성과인 남북정상회담과 6·15남북공동선언은 바로 이 역사적인 한반도정치 시대를 개막하였다. 한반도정치 시대는 남북이 ‘반쪽 정치’가 아니라 남북의 공동발전을 위한 ‘전민족적 정치’를 추구하는 시대라는 의미와, 남북이 민족 내부 관계를 자주적으로 발전시켜 동북아 국제관계를 주도적으로 변화, 발전시키는 ‘한반도의 능동적 국제정치’ 시대라는 이중적 의미를 지닌다.

대북 포용정책은 북한을 ‘적이면서 동포’라는 이중적 본성을 가진 실체로 보는 관점을 바탕에 깔고 있다. 포용정책은 화해·협력정책을 통해 점진적으로 적대관계를 완화하여 북한의 이중적 본성 가운데 ‘적성(敵性; enemy character)’을 약화시켜 나가는 방향을 취하고 있다.

이 ‘북한의 이중적 본성’ 때문에 남북 협력과 교류에 따른 상호주의의 새로운 이해가 요청되는 것이다. 본래 엄격한 상호주의는 “줄 것을 주고, 이에 대한 등가적 대가로 받을 것은 받는 것”이다. 이 엄격한 상호주의는 외국이나 적국과의 교류에서 적용된다.

만약 북한이 단지 ‘적국’일 뿐이라면 대북교섭은 엄격한 상호주의에 입각하는 것이 옳다. 이것은 남북한의 냉전세력이 채택하고 있는 상호주의다. 반대로 경제난에 처한 북한이 순수히 ‘동포’이기만 하다면, 북한보다 잘 사는 남한은 상호주의적 이익타산을 떠나 북한을 아낌없이 지원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보통 남한내의 감상적 통일론자들이 취하는 또 다른 극단적 태도다. 그러나 이중적 속성의 북한에 대해 한 극단으로만 치우친 정책을 펴는 것은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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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연·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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