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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중계|與野 386의원들의 도발적 난상토론

“지금은 南北이 서로 고무 찬양할 때다”

  • 박성원·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지금은 南北이 서로 고무 찬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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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족의 이익과 주변국들의 이익을 혼동하는 사람이 많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최근의 소식들은 이제 정말 우리가 민족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할 때가 됐다는 생각을 갖게 해준다.”
국회공전과 한나라당의 장외투쟁 등 여야간 팽팽한 대치정국이 한창이던 9월6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일단의 여야의원들이 한데 모여 이색적인 토론회를 가졌다.

80년대 학생운동 출신이 주축이 된 청년그룹 ‘제3의 힘’과 386 출신 정치인 및 각계전문가 모임인 ‘젊은 한국’ 공동주최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 명칭은 ‘민족의 화해와 협력을 위한 정치토론회’.

토론자로 참여한 인사들 역시 대부분 80년대 학생운동에 깊숙이 간여했던 386의원이거나 이들과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여야의 소장파 의원들이었기에 80년대 대학가와 진보적 지식인 그룹을 풍미했던 통일문제 관련 시국토론회나 학술토론회를 연상케 하는 ‘동지적’ 분위기였다.

이날 토론회 직전에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주둔 남북 병사들간의 우정을 그린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를 함께 관람하기도 했다. 이들 386의원들은 때로 ‘위험수위를 넘는’ 과감한 주장도 거침없이 쏟아놓았다.

참석자들 스스로도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모두 안기부에 끌려가 죽도록 얻어터지고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됐을 발언들”이라고 농담할 정도로 시대변화를 실감케 하는 자리였다. 이날 토론은 남북문제와 관련한 386세대의 적극적인 ‘신(新)사고’ 또는 진보성향의 대북관을 잘 드러내주고 있다는 점에서 현장을 요약, 정리해본다.

‘젊은 한국’ 대표인 김민석(金民錫) 민주당의원이 인사말 형식으로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김의원은 전날 유엔밀레니엄 정상회의에 참석하려고 뉴욕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던 북한의 김영남(金永南)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미 항공사측의 과도한 몸수색에 반발, 회의 참석을 포기하고 돌아가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예정돼 있던 회담까지 연기된 사실을 상기시켰다.

“정치권의 친미사대경쟁 반성해야”

“최근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근본 주체는 남북한임을 알 수 있게 해주는 한반도 관련 기사가 많습니다. 어제 김영남 상임위원장 관련 사건을 접하면서 아, 이제 정말 우리가 우리 자신의 민족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할 때가 됐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대개의 토론회가 발제자들의 주제발표가 있고 이를 토대로 찬반토론이 이어지는 것과 달리 이날 토론회는 별도의 주제발표 없이 처음부터 자유토론 형식으로 진행됐다. 사회를 맡은 서중석(徐仲錫) 성균관대교수(사학과)는 “논의 순서상 ‘북한은 변했는가’ 하는 데서부터 얘기를 풀어나가는 게 좋겠다”고 제의했다. 이에 50대 재선의원이면서도 평소 ‘민족정기’를 강조하며 386세대에 가까운 문제의식을 보여온 김원웅의원(金元雄·한나라당)이 마이크를 잡았다.

“북한은 분명 변하고 있습니다. 김영남위원장의 방미가 불발된 사건 속에서도 북한은 김대중대통령과의 회담이 미뤄지게 된 사정을 우리측에 통보하고 양해를 구했어요. 이것 하나만 보더라도 북한은 동족으로서 남한을 존중하고 남북간 화해 제스처를 제대로 하고 있습니다.

미국정부는 이 사건과 아무 관계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우리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다른 사건이 있습니다. 몇 해 전 미국의 슐츠 국무장관이 한국 외무부장관과 대담을 하기로 한 그 전날 한국의 정부청사에 사전양해나 통보도 없이 군용견을 앞세운 폭발물 수색체포조를 무작정 투입해서 물의를 빚은 사건이 있습니다. 이번 사건도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미국의 우월주의, 한반도에 대한 경멸, 뿌리깊은 편견에서 나온 거라고 봅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반도의 긴장완화로 불안해하고 있는, 미국 내 보수세력이 한반도에 긴장을 고조하려고 움직일 가능성에 대해 우리는 경계해야 합니다.”

북한의 변화를 긍정평가하고 미국 내 보수세력에 대한 반감을 표시한 김의원은 이어 한국 내 ‘친미사대세력’에 대한 장문의 비판을 퍼부었다.

“이번 사건을 통해 그 동안 미국에 대해 굴욕적 태도로 일관한 한국 정부도 반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코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아울러 우리가 이 시점에 견제해야 할 대상은 강대국의 환심을 얻어서 권력을 잡으려고 하는 국내 일부세력입니다.

이들은 미국을 우방시하거나 종주국으로 모시려는 반민족적 수구세력입니다. 이들 중에는 친미주의, 사대주의가 마치 대한민국의 건국이념인 양 당연시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미국은 절대 한국의 종주국이 아니라 우방국으로 남아야 합니다. 친미 반미는 그 자체에 의미가 있지 않습니다. 미국의 정책이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되느냐 배치되느냐, 이것이 중요합니다. 국제관계에서는 일방적인 수혜가 있을 수 없습니다.

감상적 미국관을 깨고 냉철한 판단력을 가져야 할 때라고 봅니다.

얼마 전에 ‘정부가 반미운동을 방치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로 여야간에 공방을 벌였는데 이를 보면 우리 정치권이 마치 앞다투어 친미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치권은 국민의 반미감정을 우려할 것이 아니라 그간 자기나라 국민을 보호하는 일을 소홀히 한 데 대한 반성부터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잊지 말자, 성수대교 참사를”

이어 TV토론 진행자 출신인 정범구의원(鄭範九·민주당)이 마이크를 받아 좀 더 분석적 어조로 ‘국익’ 개념의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얼마 전 제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마지막 일정으로 하와이에 있는 미군 태평양 사령부에 들렀습니다. 거기 군사령관인 하우스 준장과 대화를 나눴는데 요약하자면 북한이 변화하지 않는데 남쪽이 섣불리 안보에 변화를 가져올 수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건 미(美)군부에서나 할수 있는 얘기죠. 북한 지상군의 60%가 휴전선에 전진배치돼 있다고 하지만 남한의 지상군도 비슷한 비율로 배치돼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남쪽 지상군 병력에 어떤 변화가 없는데, 북한의 변화여부에 대해 상호주의를 편의적으로 적용하는(변화가 없다고 비판하는) 것은 너무 보수적인 견해가 아닌가 말입니다.

예를 들어 경의선 복구작업과 관련해서 얼마 전 야당측의 한 정책토론회에서 어떤 군사 전문가가 이런 주장을 했습니다. 경의선을 복구할 경우에 북한이 남침하면 이를 막을 길이 없다고 말이죠. 저는 여기에서도 상호주의가 너무 편의적으로 적용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북한도 개방에 대해 똑같은 위협을 느끼지 않을까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우리 측 대표단을 만났을 때 (북한의) 식량문제에 대해서 대단히 진솔하게 얘기했습니다. 도와줘야 되지 않는가 라고 했는데, 북한은 잘 아시는 것처럼 민족자긍을 무척 강조하는 체제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미국이나 일본 사절단을 만나서도 그런 말을 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이것은 결국 같은 피를 나눈 형제인 남한에 대한 신뢰의 표시이며 자신들의 문제에 대한 진솔한 접근이 아닌가 이렇게 판단을 하는 것입니다.”

고려대 총학생회장과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거친 김영춘의원(金榮春·한나라당)은 김대중대통령의 대북정책과 관련, ‘튼튼한 기초를 위한 비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비판적 지지’라고나 할까?

“북한의 변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판단하기 이른 시점이라고 봅니다. 6차 당대회가 80년대 초에 있었고 20년 동안 당대회를 치르지 않았는데 과연 이번에 당대회를 소집해서 전 국가노선의 문제로 개혁개방을 받아들이느냐 아니냐, 그것을 지켜보면서 북한의 변화가 어떤 차원인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그에 앞서 김대중 대통령의 통일 드라이브를 비판하는 사람들을 무조건 반통일 세력으로 매도하는 경향이 있는데, 물론 그렇게 매도당해도 싼 사람들도 있겠죠. 그러나 진정한 비판을 수용할 줄 아는 지혜가 있어야 된다고 봅니다. 성수대교가 붕괴됐을 때 우리는 날림공사에 대해서 엄청난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빨리빨리’ 하는 것만이 우리의 과제인 것처럼 돼 있던 시기에 ‘왜 이렇게 빨리 하느냐’ ‘기초공사를 튼튼히 해서 제대로 된 공사를 하자’고 하던 사람들은 ‘반(反)개발론자’ ‘반성장주의자’로 매도 당했습니다.

앞으로 남북관계에서는 바람도 많이 불고 홍수도 터질 수 있습니다. 어떤 변수가 발생하더라도 무너지지 않을 튼튼한 기초공사를 해놓아야 그 위에 최종적으로 통일을 이룰 수 있잖아요. 때문에 저는 김대중 정부의 통일정책에 관해서 야당이나 언론, 다른 전문가의 이야기를 겸허하게 경청하고 수용할 줄 아는 자세를 주문하고 싶어요. 그것을 통해서 오래도록 박수를 받을 수 있는 이 정부의 통일정책이 형성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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