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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man’ DJ의 딜레마

ABM·NMD 문제로 미 ·러 틈바구니에 낀

  • 이정훈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oon@donga.com

‘this man’ DJ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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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탄도탄요격미사일(ABM) 제한조약과 관련해 한국이 러시아를 지지했다는 ‘뉴욕타임스’의 보도는 오보다. 그러나 한국 조야는 이에 적절하게 대응치 못함으로써, 김대중 대통령은 미국의 조야로부터 청문회를 방불한 질의를 받았다. 조시 W. 부시 대통령으로 부터는 this man이라고까지 불렸다. 그런 가운데 러시아는 한반도에 개입 하기 위해 남북한을 교차 방문하는 등 서둘고 있다. 북한은 북한 대로 W. 부시 정부에 대해 강경한 자세로 나오고 있어 모처럼 한반도 사태를 장악한 김대통령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한국의 통일 외교 정책은 어디로 가야 하나?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는 섣불리 통일을 서둘지 말고 한국의 힘부터 기르라며 務實力行을 강조했다.
3월7일부터 9일 사이 미국 워싱턴에서 열렸던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this man’으로 지칭한 것이 화제다. this man은 ‘이 양반’이나 ‘이 사람’ 정도로 번역된다. 정상외교에서는 의전을 중시하기 때문에 한 나라의 정상이 상대 정상을 가리킬 때는, “President(대통령) 아무개”나 “Prime Minister(총리) 아무개” 혹은 “He(그)”로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this man을 친근감을 표하기 위해 썼다고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김대통령은 77세(1924년생)의 노인이고, 부시 대통령은 54세(1947년생)의 장년이다. 격식을 따지지 않는 미국이라고 하더라도, 스물 세 살이나 많은 이를 this man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반대로 김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을 ‘이 양반’이라고 했다면, 미국의 조야는 어떻게 나왔을 것인가?

“이 양반의 리더십에 찬사를…”

this man은 3월7일 양 정상이 기자회견을 하러 백악관의 오벌 오피스로 나온 후, 부시 대통령이 기자단을 향해 인사하는 과정에 나왔다. 기자는 미국측이 녹취한 이 기자회견록을 입수했다. 이 녹취록에서 this man이 포함된 부시 대통령의 인사말을 우리 말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기자단을 향해) 모두 들어오셨나요? 김대중 대통령을 오벌 오피스에 모시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우리는 훌륭한 토론을 했고, 양국 사이의 굳은 유대를 확인했습니다. 우리는 많은 의제에 대해 토론했는데, 이제 그 의제들에 대한 질문에 성심껏 답변해드리겠습니다. 그런데 먼저 저는 북한 주민에게까지 도달한 이 양반의 리더십에 대해 찬사를 보내는 바입니다(but first let me say how much I appreciate this man’s leadership in terms of reaching out to the North Koreans). 그(김대통령)는 지도자이고 그는…, 그리고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를 향한 그의 비전을 놓고 매우 솔직한 토론을 가졌습니다.”

지난해 6월 평양을 방문해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이끌어내고, 12월에는 한국인 최초로 노벨평화상까지 받는 김대통령을 부시 대통령은 왜 this man으로 호칭한 것일까. this man은 한·미 관계가 악화될 것을 예언하는 조짐이 아닐까? 현대사는 한·미 관계가 악화되면, 그 피해는 언제나 한국이 입어 왔음을 보여준다.

한·미 관계가 특히 나빴던 것은 이승만(李承晩)·박정희(朴正熙)·김영삼(金泳三) 정권의 말기였다. 이대통령은 6·25전쟁 말기 미국 몰래 반공포로를 석방해, 북한·중국과 정전협상을 벌이던 미국을 매우 곤란하게 만들었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끊임없이 북진통일을 외치며 이승만식 ‘벼랑끝 전술’을 구사했다. 미국으로서는 이 위험한 노인을 달래기 위해 많은 당근을 제시했는데,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과 60만 한국군을 현대화한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외교에서는 귀신’이라는 찬사를 받은 이대통령도 국내 지지기반이 약해진 후, 미국이 가해온 보복에는 맥없이 무너졌다. 1960년 3·15부정선거를 기화로 전국적으로 학생 시위가 일어나자, 매카나기 주한미국 대사는 이대통령을 만나 단도직입으로 하야를 거론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이대통령은 경무대(청와대)를 떠났는데, 훗날 이 사건은 ‘4·19 학생의거’에 의한 승리로만 기록되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카터 미국 대통령과 아주 사이가 나빴다. 카터 대통령은 미국의 CIA가 부정한 공작을 한다고 보고, 정보기관 업무에 빛을 비추는 ‘햇볕정책(sunshine policy)’을 구사했다. 정보기관의 민주화를 추진할 정도로 도덕주의자였던 카터는, 유신 강권 정치를 펼치고 있던 박대통령을 아주 싫어했다. 반대로 박대통령은 주한미군 철수를 선거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카터를 국제정치가 뭔지도 모르는 애숭이로 취급했다. 이로써 한미 관계가 나빠지자 79년 들어 산업화 초기 단계를 걷고 있던 한국 경제에 먹구름이 깔리기 시작했다.

한미관계와 경제위기

그 와중에 글라이스틴 주한 미대사와 가까이 지내던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박대통령을 저격(10·26사건)함으로써 박정권은 종말을 맞았다. 그러나 그 이듬해까지도 한국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했다. 하지만 한·미 관계의 악화가 경제 위기를 초래한다는 사실은, 4·19와 마찬가지로 10·26이라는 엄청난 사건 때문에 파묻혀버리고 말았다.

‘역사 바로 세우기’를 한다며 중앙청을 때려부수고,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 “동북아에는 4강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을 포함해 5강이 있다”고 기염을 토했던 김영삼 대통령은 외교에는 가장 무능했다. ‘버르장머리’ 발언으로 한·일 관계가 삐걱거리고 외교관 맞추방으로 한·러 관계가 나빠졌다. 여기에 오락가락한 대북정책으로 한·미 관계마저 나빠진 상태에서 맞은 것이 바로 IMF 경제위기다.

때문에 새로 들어선 김대중 정부에서도 한·미 관계가 나빠진다면, 실업자가 100만명을 돌파한 지금 한국은 또다시 경제위기를 맞을지도 모른다.

‘한미 관계가 꼬일 것’같은 전조(前兆)는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48)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이미 드러났다. 방한 일정을 하루 더 늘리기 위해 2월26일 밤 서울에 도착한 푸틴 대통령은 다음날 한·러 정상회담을 갖고 7조로 구성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 공동성명에서 가장 문장이 긴 것이 5조다. 5조 문안에는 문제가 된 ‘탄도탄 요격미사일(ABM) 제한조약’을 거론한 부분이 있는데, 옮기면 이렇다.

대한민국과 러시아 연방은 1972년 체결된 탄도탄 요격미사일 제한조약이 전략적 안정의 초석이며 핵무기 감축 및 비확산에 대한 국제적 노력의 중요한 기반이라는 데 동의하였다. 양측은 탄도탄 요격미사일 제한조약을 보존하고 강화하는 가운데 전략무기감축협정-Ⅱ의 조기 발효와 완전한 이행, 그리고 전략무기감축협정-Ⅲ의 조속한 체결을 희망하였다.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은 탄도탄 요격미사일 제한조약(이하 ABM 제한조약)을 ‘전략적 안정의 초석(cornerstone of strategic stability)’이라 한 부분과, ABM 제한조약을 ‘보존(preserving)’하고 ‘강화(strengthening)’키로 했다는 부분이다. 미국 ‘뉴욕타임스’의 패트릭 타일러(Patrick E. Tyler) 기자는 이 표현에 주목해 “김대중 대통령의 방미가 1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 한국 정부는, 미국이 추진 중인 NMD를 둘러싼 논쟁에서 공개적으로 러시아 편을 들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뉴욕타임스’가 이렇게 보도하자, 국내 언론들도 한국이 NMD 문제와 관련해 러시아를 지지해 파문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말로 한국은 러시아 편을 든 것일까? 이 의문에 답하려면 ABM 제한조약과 NMD가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하고, ABM 제한조약과 NMD를 소재로 미국과 러시아가 펼치는 국제정치의 흐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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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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