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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vs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 이창훈< 세계일보 기획취재팀 기자 > farsight@chollian.net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vs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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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싱크탱크 전쟁’이 시작됐다. 여야 모두 당내연구소를 신설하거나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두뇌집단이라 하기엔 낯부끄러운 수준이라는 비판도 있다. 여야의 두뇌전쟁, 싱크탱크 경쟁의 현장을 들여다보았다.
지난 2월15일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국가전략연구소 개소식. 97년 대선 승리로 여당이 된 뒤부터 ‘숙원사업’이던 당내 싱크탱크(Think Tank)가 설립되는 순간이었다.

당 총재인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치사를 통해 “국가경영전략연구소(출범 당시 공식 명칭)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생산적 복지구현을 위한 당의 이념과 정책을 구체화하고 발전시키는 싱크탱크가 되어야 하겠다. 21세기 국가의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는‘희망의 생산기지’가 돼 달라”고 격려했다.

임채정 소장도 “21세기 문명사적 전환기와 남북정상회담 이후 격동하는 한반도시대를 맞아 민족의 미래와 국가의 운명을 효과적으로 개척해 나갈 수 있는 ‘국가 대전략’ 창출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연구소의 좌표를 설정했다.

이날 개소식에는 김중권(金重權) 대표와 소속의원 100여 명이 참석해 당의 정책정당화를 향한 이정표적 의미를 갖는 국가전략연구소의 출범을 축하했다. 언론도 국가전략연구소를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와 대칭점에 세우며 앞으로 달아오를 여야 싱크탱크 간 경쟁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췄다.

이틀 뒤인 2월17일 국회에서는 김원길 의원을 이사장으로 소속의원 79명이 참여한 새시대전략연구소 개소식이 열렸다. 당내 기구가 아닌 별도의 사단법인 형태인 새시대전략연구소는 옛 국민회의 당사 인근 안원빌딩 4층에 50여 평 공간을 빌려 문을 열었다.

야당 시절부터 김대통령의 ‘브레인 풀’기능을 수행해온 아태재단이 당의 정책 현안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는 반면, 당내 기구인 국가전략연구소나 당 소속의원들이 직접 참여한 새시대전략연구소는 정책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이를 통해 야당과 정책대결을 펼칠 것이라는 점에서 존재 의미가 다르다.

때문에 잇따른 여권 내 싱크탱크의 설립을 놓고 한국정치가 일관된 정책노선과는 무관한 ‘이슈 파이팅(Issue Fighting)’ 중심의 투쟁구조에서 선진적인 정책 대결구도로 업그레이드되는 청신호 아니냐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또 이들 연구소 스스로도 미국의 헤리티지재단이나 브루킹스연구소와 같이 정당 이념과 연계된 정책연구재단을 성장모델로 표방하면서 이와 같은 여론의 기대감을 은근히 부추기고 있다.

국회를 중심으로 삼각점을 이루며 마주 보고 있는 민주당사와 한나라당사에서 나란히 꼭대기 층에 자리잡고 두뇌싸움을 준비하고 있는 민주당 국가경영전략연구소와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그리고 당 외 싱크탱크의 실험적 모델로 출범한 새시대전략연구소, 이들 여야 싱크탱크간 경쟁이 과연 험구(險口)와 몸싸움의 추태가 그칠 날 없는 우리 정치의 고질적 정쟁 체질을 세련되고 합리적인 정책대결 구조로 끌어올리는 전기가 될 수 있을 것인지 정가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의 당 연구소가 출범한 직후인 지난 3월 초 현재, 이들 연구소의 미래를 밝게 보는 정가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물론 국가전략연구소가 아직은 태동단계라는 점, 그리고 여의도연구소가 야당의 궁핍한 살림살이 탓에 유지조차 어려운 실정이라는 점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정책대결의 정치구도를 향한 시금석이라 할 정당연구소들의 장래가 그렇게 낙관적이지만은 않아 보인다.

대칭점에서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여야의 당내 연구소들은 모두 총재의 직할 통치를 받는다는 점에서 닮은꼴이다. 국가전략연구소는 당의 조직도상 총재인 김대통령 직속기구로 자리잡았고, 여의도연구소는 당에서 분리된 재단법인 형태를 띠고 있지만 야당이 되면서부터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이사장을 맡고 있어 사실상 총재 직속기구나 다름없다.

벌써부터 위상 논쟁 벌여

그러나 두 연구소 관계자들은 서로 비교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국가전략연구소의 한 실무관계자는 “국가전략연구소는 여의도연구소처럼 총재의 연설문 작성 같은 ‘페이퍼워크’나 하려고 만들어진 곳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하면서 “명칭이 연구소여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지 모르지만 오히려 한나라당의 기획위원회와 같이 큰 틀에서 정치 경제 사회분야 현안에 대한 당의 대응방향과 전략을 구상하고 조율하는 곳으로 보아달라”고 주문했다. 또 “당 정책위의장을 역임한 3선의 임채정 소장과 ‘배지도 달지 못한’ 유승민 여의도연구소장의 ‘정치적 눈높이’에도 현격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지 않으냐”며 여의도연구소와는 위상이 다름을 강조했다.

반면 여의도연구소 관계자들도 “싱크탱크 본연의 기능은 당과 일정한 거리가 유지되고 중립성이 확보될 때 발휘할 수 있다”면서 “기껏해야 ‘당내 기구에 불과한’국가전략연구소를 싱크탱크로 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격했다. 또 “국가전략연구소는 결국 당 정책위나 청와대비서실과 경계가 불분명해지면서 권한을 놓고 유사 기관과 다투다가 유야무야한 존재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폄했다. 그러나 두 연구소 관계자들 모두 상대당 연구소의 재원이나 연구인력의 수준 등에 대해서는 예민하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국가전략연구소는 구성원들이 내세우는 자존심만큼이나 확고한 위상이 보장돼 있다. 임소장이 당 중진일 뿐 아니라 김중권 대표 및 당5역과 함께 매주 청와대 보고에 참석, 김대통령과 마주보고 대화를 하는 위치에 있다는 점도 자랑하고 있다. 연구소의 정치적 파워가 여당의 경우 대통령, 야당의 경우 당총재와의 거리에 따라 결정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국가전략연구소는 단순한 싱크탱크가 아니라 경우에 따라 모든 정책 현안에 대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파워탱크’의 성격을 가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국가전략연구소가 출범 3주째를 맞은 지난 3월6일 당사 10층 소장실에서 연구위원들과 회의를 가진 직후 기자를 만난 임 소장은 “당 정책위는 행정부와 정책현안을 조율하는 기능에 매달릴 수밖에 없지만 국가전략연구소는 중장기적 국가경영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힘을 주었다. 그는 또 “그 동안 한국정치는 민주와 반민주의 대결구도 위에서 지역갈등과 구태적 정쟁이 지배하다 보니 정책대결이라는 것이 싹틀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여야 정당간 정책를 갖고 경쟁할 정치환경적 기반이 어느 정도 구축됐다”며 국가전략연구소 설립이 갖는 정치사적 의미를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임소장의 자신감과 달리 국가전략연구소의 모양 갖추기는 의아스러울 만큼 지지부진한 상태다. 비상근 부소장으로 임명됐던 황태연 동국대교수가 설화(舌禍)를 입고 낙마한 사건이 연구소의 의욕적 출발에 찬물을 끼얹은 측면도 없지 않다. 황교수는 연구소 창립 12일 만인 2월27일 국회 ‘21세기 동북아포럼’ 조찬토론회에서 “6·25전쟁의 책임은 국제법적 절차에 따라 소추해 규명될 문제이지 전쟁 당시 유아였던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에게 사과를 요구할 성질이 아니다”라는 요지의 발언을 했고, 이 발언이 ‘김정일에게 6·25전쟁에 대한 사과를 요구해선 안 된다’로 해석되면서 정국을 발칵 뒤집자 서둘러 연구소 부소장직을 사임했다. 당직을 보유한 채 언론과 야당에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당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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