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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입수|CIA 국장 북한 보고서

미국이 본 김정일, DJ가 본 김정일

  • 최영재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cyj@donga.com

미국이 본 김정일, DJ가 본 김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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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뒤 우리 정부의 외교안보팀이 가장 절실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한반도 문제에 대한 미국 관리들의 정서와 견해일 것이다. 지난 한·미 정상회담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생각보다 강경한 부시 대통령의 대북관에 적지 않게 당황했을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미 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는 ‘한·미 두 나라의 대북관이 크게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의 대북관은 어제오늘 만들어진 게 아니다. 역사적인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에도 부시 행정부의 외교라인이 될 공화당 인사들은 줄곧 대북 강경노선을 언급해왔다. 문제는 공화당 행정부의 등장에 우리 정부가 아무 대책도 세우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미 정상회담이 있기 직전에 미국을 방문했던 한국의 최고위급 인사는 임동원 국가정보원장이다. 2월11일부터 17일까지 미국을 방문한 그는 CIA에 들러 한·미 양국의 현안을 토론하고 콜린 파월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났다. 이 방문을 마친 뒤에야, 우리 정부는 공개적으로 부시 행정부의 강경한 대북관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했다. 이정빈 외교통상부장관의 방미 때까지만 해도 한국 정부는 한·미간 대북관에 이견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었다.

임동원 국정원장의 방미 당시, 사전에 비공식 루트를 통해 이 사실을 전달받은 워싱턴측 정부 관계자들은 적지 않게 당황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워싱턴측은 한국 정부를 대표한 이정빈장관이 워싱턴을 방문하여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 회담을 한 지 얼마되지 않아서 한국의 정보 책임자가 갑자기 방문하고 싶다고 알려왔기 때문에, 방문 목적을 알지 못해 어리둥절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한 미국대사관과 CIA 서울 책임자는 몇 차례 조율 끝에 방문해도 좋다는 사인을 보냈다고 한다.

우리측의 설명은 약간 다르다. 한·미 두 나라 정보기관은 특정 정보를 공동 소유하며 교환한다는 정보교류협정을 맺고 있다. 테러·마약·위조지폐·스파이 관련 정보, 양국의 국가 이익을 해칠 만한 위협에 대한 정보, 특히 북한을 비롯한 미국의 적대 국가에 대한 정보 등은 두 나라가 수시로 교환하며 관계자들을 파견해서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 또 미국 CIA는 해마다 한국 국정원 직원 30여 명을 미국에 데려다가 정보에 관한 교육을 하고 있다. 그래서 두 나라 정보 책임자들은 자연스럽게 1년에 한 번씩 워싱턴과 서울에서 교대로 만나고 있다. 임동원 원장의 워싱턴 방문은 이런 차원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워싱턴에 도착한 임원장은 파트너인 조지 테닛 CIA 국장과 두 차례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 테닛 국장은 임동원 원장에게 한·미 두 나라 정보기관원들의 인적 정보수집 기능은 별 차이가 없지만 과학기술 기법을 활용한 정보분석 능력은 미국이 앞서 있는 것으로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임원장은 미국의 과학적인 정보 수집과 기술적 분석 방법에 큰 관심을 보이고 한국도 과학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는 기기를 수입하고 인력을 교육할 필요성이 높다고 말했다. 임원장은 지난 2월20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도 이와 같은 협의 내용을 공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겉치레 인사에 불과했다. 임원장과 조지 테닛 국장의 핵심적인 협의 내용은 다른 데 있었다. 임원장은 김대통령의 방미에 앞서 사전조율을 맡은 대통령의 비공식 특사였다. 워싱턴의 소식통에 따르면 임원장은 현정부가 명운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햇볕정책과 남북 정상회담을 테닛 국장에게 길게 설명했다고 한다. 조지 테닛 국장은 주로 경청하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지 테닛 국장의 속마음은 따로 있었던 것 같다. 테닛 국장은 임원장을 만나기 직전인 2월7일 미 상원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북한과 관련해 여러 가지 증언을 했다.

‘신동아’는 조지 테닛 국장의 2월7일 미 상원 발언 내용 전문을 입수했다. 이 발언록의 제목은 ‘2001년 세계의 위협요소:변화하는 세계에서 미국의 안보(Worldwide Threat 2001:National Security in a Changing World)’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증언은 북한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전세계의 위험 요소를 총괄하고 있다. 이중 한반도와 관련된 부분을 추리면 북한은 지금도 핵개발을 계속하고 있으며, 미사일 개발·수출·배치를 멈추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조지 테닛 국장의 상원 발언 중 한반도 관련 대목을 요약한 것이다.

의장님, 올해에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요소를 진단하면서, 저는 미국의 이익에 영향을 끼치는 변화들이 곳곳에서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수많은 사례가 있습니다. 새로이 나타나는 통신 기술은 법 집행과 첩보활동에 쓰이기도 하지만 테러리스트와 마약상도 이를 활용합니다. 급속한 인구 팽창은 몇몇 지역에서 도저히 감당해낼 수 없는 규모입니다. 일부 국가는 국내적으로 통합력을 잃고 혼란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이란 같은 나라에서는 낡은 장벽이 무너지는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또 몇몇 국가에서는 미사일 개발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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