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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정·부통령제 개헌해도 지역갈등 해소 어렵다”

  • 대담 ·황의봉 <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장 >heb8610@donga.com 정리 ·육성철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ixman@donga.com

“정·부통령제 개헌해도 지역갈등 해소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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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에서는 김대중 대통령과 이회창 총재를 두고 ‘궁합이 맞지 않는 조합’이라고 말한다. 하긴 우리 정치의 특성상 대통령과 제1야당 총재가 대립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그 이상의 무엇이 있는 듯하다. 97년 대선에서 일합을 겨룬 정적이라는 점말고도 서로에 대한 강한 불신이 깔려 있다. 여권 고위층에 따르면 김대통령은 이총재를 ‘표리부동한 사람’으로 생각한다고 한다. 반면 이총재는 김대통령의 말을 좀처럼 믿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도 ‘상생의 정치’를 기대할 수 있을까?

―김대통령은 ‘야당이 나를 실패한 대통령으로 만들려고 한다’는 불만을 터트린 적이 있습니다. 그 동안 여러 차례 말씀도 나누셨는데 김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실패한 대통령이 되면 저나 우리 당이 한마디로 힘들어져요. 대통령이 실패하면 얼마나 야당을 몰아붙이겠습니까? 우리도 그건 원치 않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대통령이 해온 업적에 대해서 냉정히 평가한다면 결코 성공적이 아니라고 봐요. 지난번에 만났을 때도 실패한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에 이런 점을 고쳐달라고 요구한 거죠. 야당이니까 대통령이 실패하는 것을 원한다는 건 전혀 사실과 다른 얘깁니다.

누구나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지 실패한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실패와 성공은 자신의 판단으로 가려지는 게 아니라 국민들이 판단하고 역사가 판단하는 거죠. 대통령께서 국민이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이런 점에 유의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김대통령의 정치에 점수를 주신다면 어느 정도 주시겠습니까? 100점 만점에 60점은 됩니까?



“그건 제가 말하지 않는 게 예의죠. 다만 실패하지 않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남은 임기가 결코 짧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열심히 해서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말을 듣지 않기를 바랍니다.”

―남은 임기가 사실 길지도 않은데요. 지금부터 김대통령이 국민 우선의 정치를 한다면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보시는 거죠.

“물론이죠. 우리가 지적한 것은 결코 몇 년 걸리는 일이 아닙니다. 지금이라도 마음만 바꾸면 할 수 있는 일들이에요. 왜 시간이 짧습니까? 그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오래 걸릴지 모르지만 국민들은 그 결과를 기다려서 판단하는 것이 아닙니다.

예컨대 구조조정만 하더라도 ‘언제까지 마치겠다. 연말부터 경제가 좋아진다’면서 국민을 속이지 말고, 솔직하게 ‘구조조정은 최소한 10년이 걸린다. 다음 정권도 이어받아서 해야 된다. 내가 할 몫은 이러 이러한 정도니까 성실하게 원칙대로 하겠다. 나를 믿어다오’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겁니다.”

―앞으로 김대통령과의 관계에서도 이총재가 ‘큰 정치’ 혹은 ‘상생의 정치’를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있겠습니까?

“물론이죠. 기대 많이 하십시오. 사실 제가 답답해요.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인데 말이야….(웃음)”

개헌론은 요즘 정가의 최대 이슈다. 한나라당에서는 김덕룡(金德龍) 의원을 필두로 박근혜(朴槿惠) 이부영(李富榮) 부총재가, 민주당에서는 이인제(李仁濟) 한화갑(韓和甲) 박상천(朴相千) 김근태(金槿泰) 정동영(鄭東泳) 최고위원 등이 개헌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이에 대해 이총재는 “여권에 정략적으로 이용당할 소지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개헌론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나라당에도 4년 중임제와 정·부통령제를 주장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총재께서는 개헌문제를 어떻게 보십니까.

“지금은 개헌을 논할 시기가 아닙니다. 개헌할 시기는 더더욱 아니죠. 저는 우선 헌법을 누더기 깁듯이 생각하는 발상에 찬성할 수 없습니다. 헌법을 존중하고 헌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풀어나가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헌법을 손질하려고 덤벼드는 태도가 마땅치 않습니다. 지금 우리가 개헌론을 말하고 있을 만큼 한가하고 태평한 게 아니잖습니까? 지금 민생과 경제가 가장 시급한 문제로 우리 앞을 짓누르고 있는데 엉뚱하게 개헌론이 가장 큰 문제인 양 말하는건 잘못된 겁니다.

헌법에 관해서 토론하거나 의견을 내는 것, 그 자체를 잘못이라고 말하는 건 아닙니다. 어떤 법이든 개정을 논할 수 있고 보완할 필요가 있죠. 헌법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지금 이 시기에 개헌을 하지 않으면 안될 만큼 헌법에 큰 결함이 있냐?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만일 권력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그걸 바꾸지 않으면 나라가 난리가 나게 생겼다, 이런 상황이라면 개헌을 논해야 되고 또 그런 의견이 많다면 그렇게 가야 되겠죠. 그러나 과연 그렇습니까? 무엇 때문에 필요하냐? ‘지역갈등을 없애기 위해서 필요하다. 단임제이기 때문에 권력집중이나 레임덕 현상이 와서 바꿔야 한다’ 물론 이것도 다 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와 전혀 다른 반대론이 강하게 작용합니다.

정·부통령제를 하면 정말 지역갈등이 해소되는가, 부통령의 직책이라는 게 아무런 권한이 없는 명목상의 것이라면 지역융화에 도움이 되겠는가, 차라리 총리를 가지고 지역 융화의 방법으로 사용하는 것이 낫지, 지금 그럴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문제가 있고요.

중임제는 저도 단임제의 폐단이 있기 때문에 검토해볼 만하다고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중임제의 폐단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과연 중임제를 했을 때, 우리의 정치 현실에서, 대통령이 직위나 권한을 남용하지 않고 다른 후보자와 똑같이 선거에 임하겠느냐, 우리의 정치 현실은 오히려 대통령의 권한과 지위를 이용해서 임기 내내 선거운동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대통령은 8년 임기를 갖게 되고 정권교체는 오히려 요원해질 수 있는 거죠. 우리는 이런 폐단도 생각해봐야 됩니다.”

―대통령과 권력을 공유한다는 차원에서 힘을 가진 부통령제를 도입한다면, 지역갈등 문제를 푸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겠죠. 그러나 또 한편으로 갈등을 조장할 가능성도 많습니다. 한 정부 안에서 대통령과 부통령 사이에 권한의 분점을 놓고 갈등이 생긴다면, 그것이 지역주의를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분쟁을 만들 수 있다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대통령제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지역주의를 강화하는 역기능을 낳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하나는 대통령 유고시에 부통령이 승계권을 갖느냐 하는 문제죠. 대통령 유고시에 부통령이 승계권을 갖는 제도라면, 적어도 대통령은 자기 사람을 부통령으로 쓸 수 있어야 합니다.”

임기중 개헌은 절대 불가

개헌론이 대세를 이룰 경우 차기 대선구도의 변화는 불가피해진다. 벌써부터 개헌을 연결고리로 하는 정계개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점에서 현 구도대로 차기 대선을 치르고자 하는 이총재가 불끄기에 나선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개헌을 하되 차차기부터 적용하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개헌이 꼭 필요한 사안이라면 차기 정권에서 본격적으로 추진하자는 것이다.

―개헌에 대해서 부정적인 논리를 펴는 분들이 가장 먼저 지적하는 게 대선을 앞두고 정략적인 발상에서 나온 것 아니냐 하는 것입니다. 그러한 지적이 상당히 공감을 얻고 있는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시기 문제를 조절해서 개헌을 추진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다음부터 그런 건 논의할 수 있죠. 그러나 다음부터 할 거라면 왜 구태여 지금, 민생도 복잡하고 경제가 어려운데 헌법을 고치자고 논할 필요가 뭐 있습니까? 다음부터 할 거면 지금 논할 필요가 없어요.”

―다음부터 할 거라면 어떤 방식으로 제기하는 게 좋을까요.

“그거야 다음 때 가서….”

―선거 때 공약으로 제시하는 건 어떻습니까.

“그런 것도 있을 수 있겠죠. 각 정당이 자기 필요에 의해 표를 더 얻을 수 있겠다고 판단하면 그걸 약속으로 내세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여야간에 협의해서 개헌안을 만들자. 다음부터 적용할 걸 지금부터 논의하자’ 지금은 그럴 시기가 아니죠. 거듭 말씀드리지만 개헌을 대선 전에 미리 하자는 건 시기적으로도 맞지 않습니다.”

―여권의 실력자와 한나라당의 부총재급 정치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개헌을 얘기하는 상황이라면, 이건 현실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개헌 논의를 공식적으로 할 필요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거죠.

“말씀하시는 건 알겠는데요, 정치권에서는 자꾸 문제를 만드는 사람들이 있어요.(웃음)”

―이총재께서는 개헌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커질 경우 ‘다음 대선’에서 개헌을 공약으로 제시할 의향이 있으십니까?

“개헌에 대해서는 국민 대다수가 반대인 것으로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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