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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이회창 총재는 김정일 답방 지원하라”

이부영 한나라당 부총재의 제안

  • 이부영 < 국회의원·한나라당 부총재 >

“이회창 총재는 김정일 답방 지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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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냉전체제의 산물인 ‘48체제’를 벗어나 민족 화해와 협력의 ‘02체제’를 열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과연 남과 북의 정치주체는 이런 민족의 여망에 어떻게 답할 것인가. 외세에 맞서는 민족 자율공간을 넓히기 위해 남과 북의 정치주체들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까.
1945년 일제 식민통치에서 벗어나면서 확보된 해방 공간은 우리 민족이 하나의 틀 속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을 것인지, 갈라진 체제로 분단의 길을 걷게 될 것인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기였다. 분단을 막기 위한 민족세력의 치열한 노력이 있었지만, 외세에 의해 주어진 해방 공간 속에서 우리 민족의 자율적 역량은 전세계적 냉전의 흐름을 극복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얄타회담에 의해 규정된 미소 냉전 구도 속에서 유럽에서는 독일이, 아시아에서는 한반도가 분단의 길을 걷게 된다.

냉전으로 인한 분단 구도는 1948년 남한과 북한에 이념을 달리하는 단독정부가 각각 수립되면서 확정된다. 이제 단선 단정의 48체제가 들어선 지도 50년이 훌쩍 넘어섰다. 이 과정에 우리는 6·25라는 동족 상잔을 경험했고, 53년 휴전협정 체제가 성립된 이후 지금까지 어느 지역보다 공고한 냉전의 틀을 유지하고 있다.

이제 48체제는 중대한 변화의 국면을 맞고 있다. 전세계적 냉전 구도가 ‘얄타체제로부터 몰타체제로’ 변화하고 해체되면서, 한반도에도 화해와 협력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기본조건이 형성된 것이다.

‘48체제’에서 ‘02체제’로

우리 민족 내부에서도 48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꾸준히 있어왔다. 72년의 7·4 남북 공동성명, 88년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 92년에 맺어진 남북기본합의서, 94년의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일성 전 주석간의 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 등 성격이 다른 냉전 체제 또는 냉전 해체기 동안에도 남북관계를 규정하는 여러 변화와 진전을 위한 노력과 시도가 있었던 것이다.

특히 지난해 6·15 남북정상 공동선언은 역대 정권에서 쌓아온 여러 관계를 계승·발전시킨 획기적인 선언이었다. 전세계적 냉전 해체의 흐름 속에서 형성되기 시작한 민족 자율 공간 속에서 남북한의 지도자들이 두 손을 맞잡고 상호이해와 신뢰구축을 위한 소중한 발판을 마련한 것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획기적인 일로 평가할 만하다.

해방 공간에서 분단을 막기 위한 민족 세력의 노력이 효과적으로 결집되지 못해 결국 좌절의 길을 걸었고 그로 인해 반세기 이상 질곡의 역사를 살아온 경험을 반추해볼 때, 지금 조성되고 있는 민족 자율 공간 속에서 남북한의 지도자들과 국민들이 어떻게 이 기회를 활용하여 내부적 개혁과 갱신을 통해 구체적 성과를 거두는가에 따라, 새로운 세기에 우리 민족의 운명이 결정되리라는 점을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내년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우리로서는 역대 선거가 그래왔듯이 또다시 지역갈등구도의 지배를 받는 ‘분열과 대립의 선거’를 치를 것인가, 아니면 지역의 통합과 민족의 미래를 내다보는 ‘화해와 전진의 선거’를 치를 것인가 하는 막중한 과제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내년 대통령 선거 과정을 통해 48체제를 극복하고, 이를 대체할 새로운 체제를 만들기 위한 국민적 합의와 전망을 공유해 나가야 한다.

실로 대선이 있는 2002년은 48체제를 극복하고 새로운 체제의 출발을 알리는 신기원의 해, 새로운 ‘02체제’의 서막을 여는 해가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조건에 놓여 있는가?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듯이 부시 정권의 등장은 한반도의 화해와 협력 분위기에 난기류를 조성하고 있다. 도식적으로 전망해볼 때, 미국의 부시 정권과 우경화를 지향하는 일본의 여러 정파들, 내년 대통령 선거를 통해 한국에 등장할지도 모르는 보수적 정권이 함께 북한을 포함한 러시아·중국 등의 북방대륙세력에 대해 대립각을 세울 경우,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다시 비무장지대(DMZ)를 중심으로 남북 양쪽에 신3각 체제가 들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것으로 평가되는 미국의 미사일방어망 구축 정책(MD)은 긴장의 강도를 높이는 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현재 부시 행정부의 외교안보정책 기조는 이전의 아버지 부시 정권이나 레이건 정권보다 더욱 강경한, 냉전 절정기의 공화당 초강경파의 정책기조에 근접한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따라서 한반도 주변 정세를 규정하는 기본 변수 중의 하나인 미국의 태도는 적어도 부시 행정부의 집권기간 동안에는 화해와 협력을 지향하는 민족 자율공간의 흐름을 제약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그와 같은 신3각체제는 과거 냉전시대의 이념대결 체제가 아니다. 그것은 세계적 차원의 경제 통합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미국 부시 정권이 자국 중심적 신자유주의노선을 관철하는 과정에 나타나는 일시적 긴장 국면으로 해석될 수 있다.

즉 세계적 수준에서 대등한 힘을 갖는 국가의 존재, 강력한 경쟁 이데올로기의 존재, 이에 따른 세계의 양분 등 냉전 시대를 규정하는 기본 구성요건이 근본적으로 해체된 상황에서 ‘신냉전 구도’와 같은 긴장관계가 오래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시장 확대를 지향하는 미국의 경제통합 노력에 따라 중국이 러시아처럼 상당한 수준의 시장 개방에 이를 때까지는 긴장의 강화와 완화 국면이 단속적으로 되풀이될 것이다. 그 과정에 한반도의 남북관계는 일시적인 소강 상태에 빠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관계 발전이 지속될 수 있는 조건에 놓여 있는 것이다.

문제는 한반도를 둘러싼 이와 같은 외기(外氣)의 변화가 국내 정치세력에게 미묘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정책에는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공존하지만, 부정적 측면을 과도하게 강조하는 보수·우익 세력의 목소리가 김대중 정권의 내정 실패와 한반도 주변의 외기의 변화를 계기로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 정치 세력들이 민족의 미래를 내다보지 않고 권력 유지와 탈환에만 몰두하며 실천적 노력을 집결하지 않는다면, 그만큼 민족의 자율 공간은 좁아지고, 과거 해방 공간에서 범했던 한계와 오류를 되풀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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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영 < 국회의원·한나라당 부총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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