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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근 타깃! 병무비리수사 청와대보고서

  • 조성식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정형근 타깃! 병무비리수사 청와대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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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인 병역비리수사의 계기가 된 반부패국민연대 정치인 리스트의 비밀을 추적해온 기자는 최근 하나의 실마리를 찾았다. 바로 99년 11월말 여권에서 작성, 청와대에 전달된 병무비리수사 보고서다. 이 보고서에 언급된 병무비리의혹 현역의원 명단은 그로부터 두 달 뒤인 지난해 1월 반부패국민연대 기자회견을 통해 알려진 명단과 일치한다. 정치인 수사가 각본에 따라 진행된 것 아니냐는 항간의 의혹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이제껏 공개되지 않은 별도의 정치인 명단(45명)이 담긴 이 보고서는 또 박노항 원사와 정형근 의원의 비리커넥션 의혹과 기무사의 수사방해 혐의를 강조하고 있는데…. 청와대 보고서를 토대로 추적한 박노항과 정치인 리스트의 관계.
병역비리의 주범 박노항 원사(50)가 검거된 후 가장 관심을 끈 것은 역시 정치인 리스트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에는…’ 하면서 사회 지도층 인사들, 그 중에도 정치인들의 병역비리 실태가 밝혀지길 기대했다. 하지만 5월14일 군·검합동수사반이 발표한 수사결과는 여론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것이었다.

병역비리수사를 축소·외압시비로 얼룩지게 만든 정치인 리스트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선 먼저 이 수사의 배경과 진행과정을 살펴봐야 한다. 창군 이래 최대의 병역비리수사가 진행된 계기는 1998년 5월 원용수 준위(당시 국방부 인사참모부 소속 병무청 모병연락관) 구속사건이었다. 그 직후 박노항 원사(당시 국방부 합동조사단 병무청 파견 책임자)가 잠적하면서 수사는 장기전에 돌입했다.

소문으로 돌던 정치인 리스트가 일반에 알려진 것은 지난해 1월 시민단체인 반부패국민연대 기자회견으로 촉발된 제3차 병역비리합동수사과정에서였다. 수사팀은 정치인 리스트라는 유령과 1년 동안 씨름을 했으나 결과는 허망했다. 반부패국민연대 명단을 토대로 군·검합동수사반이 수사 초기 조사대상으로 삼은 정치인은 모두 54명(아들 75명). 그 중 혐의가 짙은 27명(아들 31명)을 집중조사했는데 이번 수사에 이르기까지 혐의가 확인된 정치인은 4명밖에 없다. 그나마 기소된 사람은 한나라당 김태호 의원 한 명뿐이다.

수사팀은 정치인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난 데 대해 다음의 몇 가지 이유를 내세웠다. ▲혐의가 드러났어도 공소시효가 지나 사법처리할 수 없는 경우가 있었다 ▲뇌물이 오고간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일부 정치인은 소환에 응하지 않아 조사를 못했다 ▲박노항이 잡히지 않았다.

박노항 원사 체포로 재가동된 군·검합동수사반은 정치인 수사에 관한 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이런 결과는 예상된 것이기도 했다. 김동신 국방부장관은 박원사 수사가 한창이던 5월2일 국회 국방위 답변에서 “언론에서 제기한 정치인이나 사회저명인사의 병역비리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힘으로써 정치인 수사에 대한 기대심리에 쐐기를 박았다. 언론의 과장보도 탓도 있지만 박원사가 잡히기만 하면 모든 의혹이 풀릴 줄 알았던 국민들은 수사결과에 허탈함을 느끼며 불신의 눈길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정치인 관련 수사를 떼놓고 보면 지난 3년 동안 진행된 병역비리수사는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평균 7.8%였던 신체결함 면제비율이 지난해 3.1%로 줄어든 것은 이 수사의 공으로 돌릴 만하다. 3차 합동수사반만 하더라도 1년 동안 327명을 적발, 그 중 159명을 구속기소하는 실적을 올렸다. 병역비리수사의 큰 틀을 짠 1차 합동수사반(1998년 12월∼1999년 4월)은 207명을 적발, 그 중 100명을 구속함으로써 그해 5월 병역실명제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는 데 공을 세웠다. 2차 수사팀(1998년 5~7월)은 비리관련자 69명을 찾아내 그 중 21명을 구속했다.

2차 합동수사가 막을 내린 후 군 안팎에선 축소·은폐시비가 일었다. 그에 따라 그해 8월 기관(기무·헌병) 관련 특별수사팀이 탄생했는데, 이 팀은 본격수사에 착수한 지 한 달만에 전격해체됨으로써 외압의혹을 낳았다. 국방부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심층보도 등 여론에 밀려 그해 10월 2차 특별수사팀을 구성했다. 이 팀은 두 달에 걸쳐 기무·헌병 고위간부들의 병무비리혐의를 수사했다. 결과는 2명 구속에 8명 징계처리. 그에 따라 또다시 축소·은폐시비가 일었다.

결국 국방부는 그해 12월 한 달 동안 기무사의 수사방해 혐의와 수사축소·은폐의혹 및 일부 군검찰 관계자의 수사기밀 유출혐의에 대해 특별감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그것으로도 의혹은 가시지 않았다. 반부패국민연대에 정치인 리스트를 포함해 100여 쪽에 이르는 방대한 수사자료가 넘어간 것은 그로부터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서였다.

현역의원 21명

반부패국민연대에 정치인 리스트를 넘김으로써 평지풍파를 일으킨 사람은 누구인가. 또 리스트는 누구에 의해 언제 어떤 과정을 거쳐 몇 종류가 작성됐는가. 지난 몇 달 동안 정치인 리스트의 비밀을 추적해온 기자는 최근 하나의 실마리를 찾았다. 바로 반부패국민연대가 기자회견을 갖기 두 달쯤 전 여권에서 작성한 병역비리수사 관련 보고서다. 1999년 11월말 여당 관계자 A씨가 작성,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실에 건넨 이 보고서의 제목은 ‘고위층 병무비리 재수사의 필요성’이다. 보고서의 근간을 이룬 것은 병역비리수사 관계자의 증언과 그가 건넨 자료였다.

보고서는 정세분석 참고자료 명목으로 청와대에 전달됐다. A4 용지 7쪽 분량(활자체가 커 실제 양은 많지 않다)의 이 보고서는 기무사의 병역비리수사 방해의혹을 제기하면서 재수사, 특히 정치인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비리의혹 의원 명단. 모두 21명인데 이는 반부패국민연대가 발표한 현역의원 숫자와 일치한다. 명단도 물론 같다. 또 한 가지 눈길을 끄는 것은 박노항 원사와 정형근 의원의 비리 커넥션 의혹을 유난히 강조한 점이다.

한편 민정수석비서관실에도 이 보고서와 비슷하면서도 더욱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보고서가 전달됐다. 작성자는 동일인이지만 전달자는 다르다. 당시 여당의 중진급 인사는 청와대 고위관계자와 만나 문제의 보고서에 관한 얘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민정수석비서관실엔 이 보고서와 함께 100여 쪽에 이르는 수사 참고자료가 전달됐다.

이 자료엔 군의관 진술서, 군검찰 관계자 증언, 병역비리수사일지, 비리커넥션이 형성된 병원 명단 등과 더불어 정치인 수사 관련 보고서가 포함돼 있다. ‘추가적인 병무비리의혹 조사대상 국회의원’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 보고서엔 또 다른 종류의 정치인 리스트가 첨부돼 있다. 그해 10월 공개된 고위공직자들의 병역사항을 참고해 만든 것으로 ‘의심이 가는’ 정치인 45명(아들 57명)의 이름 소속정당 면제사유 등을 도표로 정리해 놓았다.

다음은 정무수석비서관실에 전달된 보고서 전문.

1. 개요

○병역면제 비리로 전국에서 연간 약 4000억 원 음성적 뇌물 거래

-연간 13만 여 명이 병역면제(18%)

-군병원, 기무·헌병 기관세력이 결탁된 병무비리 커넥션이 비리 핵심

-비리 건당 최소 1000만 원에서 최고 1억 원 이상 거래

*지방의 경우 수도권의 약 60∼70%

*연간 수도권에서 1200억 원에서 1500억 원, 전국적으로 연간 4000억 원 이상이 음성적 뇌물로 거래될 것으로 추정

○올해 4월과 7월 두 차례 군·검·경의 합동수사에도 불구하고 기득권층과 군 기관세력이 결탁한 병무비리의 몸통수사는 불발

-기무사 수사개입으로 기무요원 수사 차단

-일부 정치권의 수사중단 압력

-검찰 고위층의 병무비리

○비리 당사자의 절대 다수는 한나라당·자민련 국회의원과 그 주변세력

-구 여권 정치인과 후원회, 자치단체장, 병무 전문 브로커, 기무·헌병요원이 결탁

-군병원을 거점으로 조직적 병무비리

-93∼97년 사이 부산·경남 지역 비리 최고조

*병무비리의 최대 주범인 박노항과 정형근, 정석모 의원의 연결고리 확인

*정치인 21명에 대한 의혹 규명을 위해 군병원을 급습, 수사하던 중 외압으로 수사 중단(한나라당 15명, 자민련 5명, 국민회의 1명)

2. 전개과정

○현 정부 출범 후 대통령님 지시에 의해 개혁 차원에서 병무비리수사 진행

-98년 12월까지 분석자료 600여 건 중 2건만 밝혀내는 미미한 실적

-99년 1월부터 군의관들이 수사에 협조하며 전직 의무하사관의 제보로 활기

-99년 4월, 7월 두 차례 수사발표를 통해 건군 이래 최대 규모 병무비리사범 처리(200여 명)

○병무비리수사가 정치인 등 고위층과 기무요원에 대한 수사로 확산되면서 저항과 수사방해행위 표면화

-99년 3월 병무비리 수사팀 대폭 교체

-제보자의 신분이 누설, 수사에 지장 초래

-군 기무사가 수사개입

*기무요원, 소환에 불응

*수사팀 문제점 부각

*내부제보자 개인적 약점을 조사

○구 집권세력의 병무비리 실체가 은폐되고 비리의 몸통이 가려지는 결과 초래

-병무비리 최대 주범으로 장기도피중인 헌병 출신의 박노항 원사에 대한 가택수사 당시 정치권 병무비리 단서 발견

*박노항 원사와 연계된 정형근-정석모 의원 비리 커넥션 가능성 확인

*병무비리가 구 여권 정치자금 조성에 활용

-최초 기무수사를 전담했던 특별수사팀 9명 중 7명을 원대복귀, 정치권 내사를 사실상 종결

○병역실명제 실시 이후 정치권 등 고위층 병무비리 의혹이 고조되고 명년 총선에서 정치쟁점화될 것으로 예상

-99년 9월,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병무비리수사에서 고위층 병역면제 사실 축소·은폐의혹 상세히 보도

-99년 10월, 참여연대가 대통령님과 국방장관에게 질의서 채택, 성명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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