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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해부|민주당 권력투쟁

2차 공세 앞둔 정풍파의 계보와 전략

  • 안기석 <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 >daum@donga.com

2차 공세 앞둔 정풍파의 계보와 전략

  • 최근 민주당 내에서 전면적인 당정쇄신을 주장, 일대 파문을 일으킨 정풍파의 주역은 누구인가. 당직의 중간요직을 맡고 있는 이들은 앞으로 어떤 전략으로 목표를 향해 투쟁해나갈 것인가.
최근 안동수 전법무장관 인사파동을 계기로 인사정책의 전면쇄신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민주당 ‘정풍파’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른바 민주당 내의 ‘야당’으로 주목받게 된 정풍파는 개혁 성향의 초재선의원들. 5월24일 성명을 발표한 초선들은 김태홍(金泰弘) 정범구(鄭範九) 정장선(鄭長善) 박인상(朴仁相) 이종걸(李鍾杰) 김성호(金成鎬) 의원 등 6명.

초선의원들의 성명발표에 이어 25일 재선인 천정배(千正培) 신기남(辛基南) 의원과 초선인 송영길(宋永吉)의원 3인이 이 성명을 지지하고 나섰다.

이들은 성명에서 “당정의 요직에는 능력과 자세에 문제가 있는 인사들이 일부 포진해 견고한 세력을 구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비공식 라인이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국정의 효율적 수행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초재선의원들의 움직임이 확산되자 당지도부는 대책 마련에 부산했고 급기야 민주당 의원들의 워크숍을 5월31일 열기로 결정했다. 이에 초재선의원 14인은 29일 심야모임을 갖고 워크숍을 ‘정풍운동’의 ‘최대 결전장’으로 삼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 자리에 참석한 신규 참여자는 정동영 정동채(鄭東采) 이재정(李在禎) 이호웅(李浩雄) 임종석(任鍾晳) 강성구(姜成求) 의원 등 6인이다.

민주당 워크숍에서 벌어진 난상토론의 회의록이 청와대로 보고된 후 성명발표에 참석했던 민주당 초재선의원 12명은 6월5일 다시 회동했다. 이 자리에서 12명은 당정쇄신 요구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날 합의사항은 ‘언론담당’인 임종석 의원을 통해 공식 발표하는 형식을 취했고 모임 간사로 신기남 의원을 뽑았다. 조직적인 틀을 일부 갖추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앞으로도 모임을 계속 유지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성명파의 리더격인 정동영 최고위원(전주 덕진)은 MBC앵커 출신으로 두 차례 총선에서 전국 최다득표 당선의 영광을 누린 재선의원. 당 대변인으로 활약했고 지난해 8월 최고위원 경선에서 당선됨으로써 일약 개혁파의 리더로 자리를 굳혔다.

정동채 의원(광주 서)은 합동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뒤 한겨레신문 논설위원과 아태재단이사장 비서실장, 국민회의 김대중총재 비서실장 등 김대중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했다. 당 기조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천정배 의원(경기 안산을)은 변호사 시절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창립회원으로 활약하면서 이름을 날렸다. 원내 수석부총무를 맡았고 현재 당 총재특보.

추미애 의원(서울 광진을)은 민주당에서는 보기 드문 대구 출신. 82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판사생활을 했으며, 당 부대변인으로 정치무대에 데뷔해 일약 스타의원 반열에 올랐다. 현재 민주당 4역에 드는 주요당직인 지방자치위원장을 맡고 있다.

신기남 의원(서울 강서갑)은 국회의원이 되기 전까지 시민단체와 가까운 변호사로 이름을 날린 인물이다. 변호사 시절 KBS ‘여의도법정’이라는 시사프로그램의 진행을 맡기도 했다. 입당 뒤에는 당 대변인을 맡았으며 현재 당 총재 특보로 있다.

김태홍 의원(광주 북을)은 이번 성명 파문에서 초선의원들의 맏형으로, 초선과 재선의원 사이의 가교역할을 맡은 인물이다. 한국일보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뒤 한국기자협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그후 재야운동에 투신했고 민선 광주북구청장, 광주시 정무부시장을 지냈다.

정범구 의원(경기 고양일산갑)은 TV시사토론회 진행자로 잘 알려진 인물. 방송과 가까웠던 이력 탓에 현재 당 홍보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성호 의원(서울 강서을)은 연합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뒤 한겨레신문으로 자리를 옮겨 김영삼 전대통령의 차남 현철씨의 비리를 집중적으로 캐내 ‘김현철 전문기자’로 이름을 날렸다. 얼마 전까지 김중권 대표 비서실장을 지냈다.

정장선 의원(경기 평택을)은 노태우 정권 시절 청와대 정무비서실에서 일하다가 경기도의회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으며, 이종걸 의원(경기 안양만안)은 ‘민변’ 출신 변호사. 현재 민주당 원내부총무와 인권위원장을 맡고 있다.

송영길 의원(인천 계양)은 386 운동권 출신의 선두주자로 금배지를 단 인물. 연세대 총학생회장을 지냈으며 대학졸업 뒤 인천에서 노동운동에 투신하기도 했다. 1994년 뒤늦게 사법시험에 합격, 변호사가 됐다. 현재 당 노동특위위원장.

강성구 의원(경기 오산 화성)은 MBC 보도국장 출신으로 대중에게 익숙한 인물이다. 현재 원내부총무를 맡고 있다. 임종석 의원(서울 성동)은 한양대 총학생회장으로서 전대협 의장을 맡았던 386운동권 출신의 대표주자. 당 총재특보를 맡고 있다. 이호웅 의원(인천 남동을)은 긴급조치 9호로 구속된 적이 있는 재야운동권 출신. 당대표 비서실장. 최용규 의원(인천 부평을)은 변호사 출신으로 당총재 특보를 맡고 있다.

바른정치모임이 정풍파의 주축

이들 정풍파는 두가지 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는 바른정치모임 소속의원들. 정동영 신기남 천정배 정동채 추미애 등 재선의원들이 정회원이고 임종석 송영길 이종걸 등 초선의원들이 준회원이다. 나머지 김태홍, 강성구, 정범구, 이호웅, 최용규, 정장선 등 6인은 개혁 성향의 초선의원들이다.

바른정치모임은 국회에 등록된 의원들의 연구단체로 지난해에는 공직자 재산 형성 과정까지 등록해야 한다는 연구를 함으로써 국회의장으로부터 활동이 우수한 단체로 표창받기도 했다. 이 모임에는 여야의원이 함께 가입하고 있는데 한나라당에서는 김무성 김홍신 의원이 가입해 있다. 바른정치모임은 김한길 문광부장관이 입각하기 전에 회장을 맡았으나 현재는 신기남 의원이 회장이다.

이 모임에는 현재 민주당 기조위원장 정세균 의원, 최근 3정조위원장을 맡은 이미경 의원, 이번에 정풍파에 강하게 반발했던 김민석 의원 등도 참여하고 있다. 한명숙 여성부 장관도 이 모임 출신이다. 정동영 추미애 김민석 의원 등은 지난해 최고위원 경선 때 바른정치모임의 공개적인 지원으로 최고위원에 출마했는데 정동영 의원만 당선됐다.

정풍파의 뿌리로 ‘푸른정치모임’을 거론하기도 한다. 이 모임은 15대 총선 때 초선으로 당선된 천정배 김영환(金榮煥) 신기남 정동채 의원 등 15명의 수도권 초선의원들이 ‘깨끗한 정치 구현’ 등을 내걸고 결성했다. 지난 대선때 ‘파랑새 유세단’ 등으로 젊은층에 파고들어 정권교체의 전도사 역할을 톡톡이 했으나 대선 이후에는 이렇다 할 활동이 없었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이들 정풍파를 민주당의 ‘왕세자 그룹’이라고 지칭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특보를 맡기는 등 총애하는 젊은 세대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초재선이라는 짧은 경력에도 불구하고 당의 중간 요직을 도맡았다. 당직에서 소외된 세력이 아니라 민주당 신주류의 핵심인 것이다. 그런 만큼 지난해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이들은 당지도부의 노선을 따르는 편이었다가 하반기부터 민심이 악화되면서 변화하기 시작했다.

당내에선 이들의 움직임을 두고 ‘정치세력화’에 나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그들의 목표는 조기전당대회를 통한 개혁파의 당권 장악이며, 초재선의 잇단 성명 발표도 그런 장기 플랜에 따라 추진돼 온 것”이라는 얘기다.

정풍파를 비판하는 일부 의원들은 정동영 최고위원이 말한 ‘백지 그림론(최고위원 전원사퇴-조기전당대회)’은 당권장악이라는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술적 선택이라고 본다. 그리고 이번 정풍운동은 동교동 구주류에 대한 파상공세로 본다.

그러나 성명에 참여한 재선의원은 “위기에 처한 당을 구하는 데 기여했고 우리 당의 미래가치를 높였다”면서 이런 ‘음모론적’ 시각에 반발했다.

이들은 향후 활동과 관련, 정치적으로 세력화해야 한다는 측과 세력화를 반대하는 측으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천정배 의원은 “올바른 정치를 구현하기 위해 세력화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임종석 의원도 “대통령의 쇄신책 발표 다음에도 개혁 그룹이 역할을 찾기 위해서는 모임을 유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성명파 주류들은 앞으로 어떤 형태든지 조직을 유지하고 확대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구세대 정치에 신물을 느끼는 국민들의 정서를 등에 업고 ‘정치개혁’이라는 깃발을 내걸고 있다. 따라서 ‘권력투쟁’이라는 이미지를 최대한 불식시키기 위해 정치개혁이나 개혁입법에 대한 연구모임, 세미나 등의 ‘부드러운’ 활동을 통해 당내외의 지지 기반을 넓혀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의 당정쇄신안이 자신들이 그동안 내세운 개혁정치의 명분과 맞지 않을 때는 다시 강력하게 반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민주당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 당대표를 기용했다며 반발한 적이 있는 정풍파의 핵심들은 ‘무능력한 인사의 배제’와 ‘비공식 라인의 영향력 제거’라는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더 이상 물러날 수 없다는 자세다. 그러나 정풍파들의 활동이 ‘대통령의 권위’라는 최후의 선은 넘지 못하기 때문에 ‘찻잔속의 폭풍’으로 끝날 가능성을 제기하는 관측도 있다.

향후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되고 대권과 당권을 둘러싸고 ‘권력투쟁’이 본격화되면 이 ‘최후의 선’이 무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풍파들이 민주당 안팎을 넘어 개혁정치의 명분을 살리는 연대를 확산시킬지 아니면 ‘권력투쟁’에 휘말릴지 주목된다.

신동아 2001년 7월 호

안기석 <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 >da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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