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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익 논쟁과 제3의 길

  • 이수훈 < 경남대 교수· 사회학 >

좌우익 논쟁과 제3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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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여름, 한국사회는 무더위를 방불케 하는 일대 홍역을 앓고 있다. 다름아닌 좌우 이념논쟁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의 제반 정책을 두고 집권여당 대 야당, 진보적 개혁세력 대 보수적 안정세력 간의 인식과 해석이 극단으로 갈리면서 급기야 ‘좌우 이념논쟁’에 이르게 된 것이다.

하지만 논쟁의 구도는 한층 더 복잡해서 갈피를 잡기가 힘들 지경이다. 이는 김대중 정부가 이 눈치 저 눈치 보느라고 정책노선과 실행에 분명한 성격을 보이지 못했고, 일관성 있는 정책의 시행마저 부진했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 정책노선의 혼맥상은 이념과 정체성에 대한 논란을 제공할 소지를 만들었다. 이것이 지금 좌우 이념논쟁에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좌우 이념논쟁을 두고 어떤 사람은 광복 이후 극심했던 이념적 혼란기에 비유하기도 하며, 또 다른 이는 한국사회가 언젠가는 앓고 넘어가야 할 통과의례로 보기도 한다. 싸움이 있으면 결과가 있고, 적어도 싸움의 과정에 지불한 희생에 값하거나 그것을 넘어설 수 있는 결과를 기대한다면, 필자는 이 논쟁이 후자의 해석에 해당하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전자의 해석에 따르자면 그 결과는 한반도 분단과 그 후의 비극적인 사태들로 귀결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논쟁은 내용에서 김대중 정부의 개혁 실패에 관한 논쟁이며, 형식에서는 차기 대권을 앞두고 벌어지는 권력투쟁의 일환이라고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김대중 정부는 포괄적 의미에서 개혁에 실패했다. 벌집 쑤시듯 온갖 분야를 건드리기만 했지 제대로 수습한 것이 거의 없다. 집권세력과 개혁에 동참한 사람들은 이런 진단 자체를 반개혁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이 작금의 분위기인 듯하지만, 집권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바닥인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지적이 그르지 않을 뿐더러 반개혁도 아니다. 진정한 개혁세력이라면 김대중 정부의 개혁 실패를 인정하고, 그런 뒤에 왜 개혁이 제대로 되지 않았는지를 분석해야 할 것이다. 김대중 정부는 현재 보수세력은 말할 것도 없고, 노동계와 건전한 개혁을 표방하는 시민사회, 그 어디에서도 지지받지 못하고 있다.

둘째, 그런데도 집권세력의 정권재창출을 향한 노력은 너무 노골적이고 도를 넘어서고 있다(overaction). 그렇기 때문에 이를 저지하고 정권을 다시 찾아야 할 야당으로서는 이런 움직임에 반동적(reaction)이 될 수밖에 없고, 이 반동을 어떻게든 되받아쳐야 하는 집권당과의 사이에는 극단적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 권력세계의 당연한 이치다.

정치, 특히 대권을 둘러싼 권력투쟁은 중립을 허용하지 않는다. 중립지대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승자독식의 게임 룰이 지배해온 한국의 대권정치는 편가르기가 분명하고, 어느 한쪽에 서지 않으면 안 되도록 게임규칙이 정립되어 버렸다. 그래서 그것은 선거가 아니라 전쟁에 가깝다. 한국사회는 총칼만 사용하지 않는다 뿐이지 이미 전쟁에 돌입했으며, 모든 전쟁에 이념과 정당화 논리 대결이 있듯이 그런 이념 공방을 치르고 있다.

지금 벌어지는 좌우 이념논쟁을 진정한 의미의 ‘좌우 이념논쟁’으로 규정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만약 넓게 봐서 그런 규정이 성립한다면, 그 배후에 있는 다양한 축(axis)들과 논쟁을 촉발한 결정적 계기가 있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이념논쟁은 두 축이 배경을 이루고 하나의 계기가 작동해 촉발됐다고 할 수 있다. 첫째 축은 영호남 지역 대립구도이고, 둘째 축은 대북정책 관련 대립구도이며, 하나의 결정적 계기는 언론사 세무사찰일 것이다.

현재 한국사회가 겪는 극심한 정치적 갈등과 사회경제적 혼돈은 대권 권력투쟁에 뿌리를 두고 있다. 대선이 1년 반이나 남아 있지만 대권을 향한 정치적 투쟁이 피를 튀긴다. 권력투쟁이 이렇듯 격렬한 것은 일단 대통령만 되면 제왕(帝王)적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한국 권력구조를 감안할 때 이해할 만도 하다.

하지만 현재 전개되는 권력투쟁 양상은 집권 종반기에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이전투구의 형국을 넘어 한국사회의 제반 영역을 파괴하고 있다. 이 과정에 필연적으로 머리를 든 것이 바로 좌우 이념논쟁이다. 이 논쟁이 대권투쟁의 한가운데서 대두한 만큼 고도의 정치적 성격을 띠며, 한국사회에서 정치가 건설적 기능을 하기보다는 파괴적 기능을 하는 측면이 강한 만큼 소모적인 성격이 강하다. 그래서 이 논쟁을 건설적으로 청산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일이 긴요하다. 다분히 소모적인 이 논쟁을 어떤 대안을 통해 해소할 것이며, 그 결과 미래 한국사회가 모색해야 할 공동체는 어떤 성격을 지녀야 할지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현재 진행되는 좌우 이념논쟁의 일차적 원인이자 배경이라 할 수도 있는 것은 단적으로 말해서 영호남 지역대립구도다. 이것을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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