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추적

한국은 미국 앞에 벌거벗고 있다

주한 미국대사관의 최근 한국정세 관찰 내막

  • 최영재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yj@donga.com

한국은 미국 앞에 벌거벗고 있다

1/5
지난 3월14일 일본의 ‘요미우리’ 신문은 워싱턴발로 미정보기관 소식통을 인용해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5월에 이루어지며 이때 남북한은 평화선언을 발표하기로 합의하고, 이미 수차례에 걸쳐 초안을 작성하여 서로 교환하였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가 보도되자 서울과 평양은 동시에 깜짝 놀랐다. 우리 정보당국은 이런 얘기를 발설한 사람을 집중적으로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 추적망에 포착된 사람이 바로 국정원의 안아무개 과장(40)이었다. 그가 정기적으로 만나 정보를 넘겨준 사람은 미국대사관의 CIA요원 윤아무개씨(50)였다. 1998년 8월3일 한국에 부임한 윤씨는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공군 장교로 전역한 뒤, 고등학교 교련교사를 하다가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는 부인과 두 자녀가 미국에 있으나, 한국에 혼자 와서 근무했다. 직급은 1등서기관으로 한국인 출신 치고는 승진이 빨랐다.

윤씨는 8월4일 비밀리에 한국을 빠져나갔다. 그는 출국하기 며칠 전 “최소한의 교류 차원으로 안과장을 만난 사실은 있다. 언론에 보도된 것은 실체와는 거리가 멀고 확대·과장·왜곡되었다. 내가 아는 안과장은 국가관이 투철하고 국정원 내에서도 인정받아 빠르게 진급한 사람이었다. 누가 시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일은 정말 아쉽다. 다만 북한 정보에 관한 한 동맹국가인 한국이 미국과 공유의 폭을 넓히는 것이 양국이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국정원도 윤씨의 발언대로 안과장이 대단한 정보를 유출하지는 않았다고 발표했다. 한편 미국 CIA는 서울에 파견되어 있는 CIA요원들에게 “한국 국가정보원 요원과 공식 업무 외에는 접촉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국은 한국을 낱낱이 알고 있다

한·미 두 나라 정보기관이 서로 불신하고 접촉 불가 지침을 내리는 사태가 벌어진 것은 1977년 코리아 게이트 사건 이후 처음이다. 당시 중앙정보부장 김형욱은 미국에서 망명을 선언하고 박정희 정권의 비행과 KCIA 요원 30여명이 미국에서 정보를 탐지하고 박정희 반대 운동을 펴고 있는 교포들을 감시하고 탄압한다는 사실을 폭로한 바 있다. 이 사건 이후 한·미 두 나라는 심각한 갈등을 겪었다. 그러나 얼마 안가 두 나라 정보기관은 신뢰감을 회복하여 정보기관 책임자가 일년에 한 번씩 서울과 워싱턴에서 회담을 갖고 있다.

국정원은 얼버무리고 있지만 주한 미국대사관은 윤과장을 통해 핵심 대북 정보를 입수했던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DC로 돌아간 윤씨를 만난 워싱턴 소식통은 “미국은 안과장을 통해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 사이의 비밀 협상 내용을 낱낱이 알고 있었다. 미국이 파악한 내용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사안은 남북한 사이의 ‘평화선언’이었다”고 말했다. 워싱턴의 이 소식통은 평화협정과 평화선언은 엄청나게 다르다고 설명했다.

평화협정은 통일을 하기 전 남북한이 똑같이 주권을 가지고 사이 좋은 이웃국가로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한반도에 두 개의 주권국가가 존재하는 것을 말하며 남북한이 외국과 같은 자격으로 인적교류, 통상, 문화 교류를 통해 서로 이해하고 점진적인 통합으로 나아가는 협정이다. 이는 선언이나 문서로 되는 것이 아니고 상호 군사력을 감축하고 휴전선을 국경선으로 전환하고 유엔의 중재와 현장 검증을 통해 평화를 유지하며 통일로 나아가는 것을 말한다.

평화선언은 휴전 상태가 종전 상태로 바뀌는 것을 뜻한다. 그러므로 평화선언은 휴전협정을 휴지조각으로 만들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한반도에 미군이 주둔할 명분이 없어진다. 미군 없는 한반도는 급격한 힘의 공백이 예상된다. 북한은 이런 공백을 노릴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군축 없는 평화선언은 아무런 뜻이 없다는 것이다.

주한미국대사관이 한국 내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단위는 대사관의 공식조직, ORS(Office of Regional Study:지역조사과), FBIS(해외방송청취반), DIA(미국방정보국), 501정보부대, OSI(Office of Special Investigation:미공군방첩수사대) 등이다. ORS는 국정원 안과장과 접촉했던 윤씨가 일했던 부서로 이곳이 ‘CIA 한국지부’인데, 인원만 수십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가운데 ORS와 FBIS는 세종로 미대사관 내에 설치되어 있고, DIA, 501정보부대, OSI는 모두 서울 용산 미8군 영내에 있는 군사정보기관이다. 501정보부대는 주로 특수장비를 동원하여 국내의 주요 통신을 감청한다.
1/5
최영재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yj@donga.com
목록 닫기

한국은 미국 앞에 벌거벗고 있다

댓글 창 닫기

2018/11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