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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북구 “투명한 ‘계약행정’ 엄격한 ‘주민감시’”

계도지 폐지, 전국 최고의 전자 결재율 (자치단체장 : 조승수 구청장)

  • 정재락 <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 jrjung@donga.com

울산 북구 “투명한 ‘계약행정’ 엄격한 ‘주민감시’”

우수 기초자치단체를 선정하기 위해 행정학과 정치학을 전공한 대학교수 3인으로 평가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에서는 우수자치단체 선정기준으로 민주성, 효율성, 창의성, 개혁성 등을 설정했으며, 각 자치단체가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이 기준들을 행정관리방식의 개선, 대민 행정서비스의 고도화 부문에 적용해 평가했다. 이 결과 울산광역시 북구가 우수 기초자치단체로 선정됐다. 구체적인 사유는 다음과 같다.

북구의 중소기업지원시스템과 가정용 보일러 청소, 공공근로사업은 지역주민과 중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행정서비스를 발굴하여 제공한 사례로서 행정의 민주성과 대응성에서 높이 평가됐다. 우선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중소기업제품을 진열하고 홍보할 수 있는 홍보관을 설치 운영하고 있으며, 공무원 1인 1기업체 담당 서비스제도를 통해 기업의 애로와 건의사항을 신속히 처리하고 있다. 또한 공공근로사업 대상으로 가정용 보일러 청소사업을 선정, 시행함으로써 지역주민들의 큰 호응을 받은 것은 물론이고 에너지 절약에도 기여했다. 이러한 행정활동은 지역실정에 맞고 주민편의를 고려한 행정서비스의 고도화를 통해 주민만족을 극대화한 것으로 판단됐다.

행정정보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

북구는 정보화 시대에 맞는 행정관리시스템을 도입해 행정의 효율성을 높인 점이 돋보였다. 즉 전자결재, 전자게시판 활용, 영상회의 개최 등을 통해 행정정보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 및 활용 면에서 울산광역시 자치단체 중 가장 앞서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

또 그 동안 행정부패와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돼온 각종 물품구매, 용역, 공사 계약에 전산입찰제, 견적입찰제, 청렴계약제 등을 실시함으로써 투명한 계약행정 구현에 노력한 점이 돋보인다. 특히 계약업자와 공무원 간에 청렴계약 이행서약서를 작성케 함으로써 깨끗한 계약문화를 조성하고 나아가 부실공사 방지에 기여했다.

북구는 그 동안 ‘관언유착’의 상징으로 존재했던 주민계도지를 울산지역 자치단체 중 최초로 전면 폐지했다. 일부 지역언론의 반발에도 이를 적극 추진한 개혁성이 돋보이며, 계도지 폐지에 따른 예산절감액을 실직자 무료진료를 위한 의약품 구입, 보안등 신설 등 서민 생활보호를 위한 예산으로 사용하여 주민편의 극대화에 노력한 점이 높이 평가됐다.(정준금 울산대 교수·행정학)

‘더불어 사는 희망의 공동체 북구’ 울산공항에서 울산∼경주 간 7번 국도를 따라 울산석유화학공단 방면으로 1㎞쯤 가면 국도변에 나타나는 울산 북구청사(북구 연암동) 정면에 적혀 있는 글귀다. 1997년 7월 광역시 승격과 함께 신설된 북구는 그 동안 남구 신정동 울산시청 앞 담배인삼공사 건물을 임시청사로 사용해오다 지난 6월 이곳에 입주했다.

새 청사 정면에 위치한 분수대에는 괭이로 땅을 파는 농부와 그물을 잡아당기는 어부, 아기를 업은 주부와 뒷짐 진 할머니, 축구공을 차는 어린이 등 북구에 살고 있는 다양한 주민의 모습이 청동상으로 세워져 있다. 이 가운데 다소 이색적인 ‘작품’이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다. 머리띠를 동여매고 구호를 외치는 노동자의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국내 최대 노조(조합원 3만8000명)인 현대자동차가 북구 양정동에 있는데다 구민(12만3000여 명)의 60% 이상이 노동자이기 때문에 머리띠를 동여매고 구호를 외치는 노동자야말로 북구에서는 ‘더불어 사는’ 중요한 구성원인 것이다.

8개 동(洞)으로 이루어진 북구의 전체 면적은 157.21㎢에 총재정규모는 471억여 원으로 외형상 ‘영세 자치단체’에 불과하다. 하지만 북구청이 펼친 각종 정책 가운데는 전국 자치단체 중 가장 먼저 시행한 참신한 정책이 많아 ‘선진 정책을 펼치는 기초 자치단체’로 꼽히고 있다.

북구가 이러한 평가를 받는 데는 전국 최연소로 당선된 조승수(趙承洙·39) 구청장의 소신 있는 업무추진이 한몫을 했다는 것이 구청 안팎의 일반적인 평가다. 대학(동국대 생명자원경제학과 81학번) 시절 학생운동을 하다 투옥되기도 한 조구청장은 노동과 환경운동, 시의원 활동 등을 거치면서 터득한 참신한 행정을 펼쳐 “너무 젊은 사람에게 구청장을 맡긴 게 아니냐”는 취임 초기 주민들의 우려를 ‘신선하다’는 평가로 바꿔놓았다.

참신한 행정사례로는 구 예산으로 신문 구독료를 지급하고 통·반장에게 무료로 지방신문을 배부하는 주민 계도지(啓導紙)를 폐지한 것이다(1998년 9월). 당시 주민 계도지 폐지는 계도지 구독료가 주요 수입원 가운데 하나였던 지방신문으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을 수 있는 모험이었다.

하지만 북구청은 1998년도 계도지 예산 8548만원(신문 1210부) 가운데 9월까지 집행된 5619만원을 제외한 2928만원을 삭감했으며 1999년부터는 한푼도 책정하지 않았다. 삭감한 예산은 실직자 무료진료를 위한 의약품 구입 등 실직자 복지향상과 보안등 증설 등에 사용해 주민들은 물론 지역 사회단체로부터 대환영을 받았다. 북구청의 뒤를 이어 울산시와 다른 구(군)는 물론 전국의 자치단체가 주민 계도지를 잇따라 폐지했음은 물론이다.

다음으로는 전자정부를 구현한 점이다. 지난달 말 현재 구청의 전체 문서 가운데 전자결재율은 95.1%(구청장·부구청장의 전자결재율 100%)로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높다.

또 주민들의 정보화 마인드를 고취하기 위해 올 1월 지역정보센터를 설치해 주민들에게 각종 정보화교육을 무료로 실시하고 있다. 전 공무원에게 전자우편(E메일) 주소를 부여했으며 1999년부터 전국 처음으로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컴퓨터 활용능력 평가를 실시, 교육이수상황과 점수를 데이터베이스로 관리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업체 등 600개 중소기업이 밀집한 북구에서 이들 기업의 육성과 지원책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구청 행정 가운데 하나다. 신청사 1층 종합민원실 내에 중소기업 우수제품 홍보관을 설치했으며 지난 6월에는 북구지역 중소기업이 생산한 제품을 소개한 책자 400부를 발간했다. 또 기업체의 애로와 건의 사항을 수렴하고 각종 민원서류를 직접 받아 대행해주기 위해 행정경험이 풍부한 6급 직원들로 ‘1인 1기업체 담당공무원 서비스제’를 실시, 찾아가는 행정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청렴계약제’ 실시

일부 자치단체가 공공근로사업을 형식적인 시간 때우기로 운영해 말썽을 빚기도 했지만 북구청은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에 공공근로 인력을 투입했다. 대표적인 예가 저소득 가정의 보일러 무상 수리다. 1999년 1월부터 보일러 정비 기술을 갖고 있는 공공근로자 12명을 선발해 저소득층의 보일러를 무료로 수리해주고 부품을 교체하는 데 투입했다. 지금까지 총 500여 가구가 보일러 무상수리 혜택을 받았으며 혜택을 받은 주민들의 감사편지가 구청장에게 답지하기도 했다.

또 인력난을 겪고 있는 영세 사업장에도 공공근로자를 지원, 행정자치부로부터 공공근로사업 수범사례로 선정돼 다른 자치단체에 소개되기도 했다.

이권부서 공무원과 업자의 고질적인 유착 고리를 끊기 위해 올 1월부터는 ‘청렴계약제’도 실시하고 있다. 이 제도는 ▲1000만원 이상 물품 구매와 공사 및 용역의 공개경쟁입찰에서 담합(談合)을 주도한 사실이 드러난 업체 ▲관계 공무원에게 뇌물을 제공하거나 부실시공한 업체는 북구청이 발주하는 모든 공사의 계약에 2년간 참가할 수 없고 뇌물을 받은 공무원은 어떤 징계도 받겠다는 것을 서약하는 것.

이에 앞서 1997년 9월부터는 ▲총공사비 5억원 이상 공사 ▲연면적 661㎡ 이상인 건축공사 ▲문화유적 보수공사 등에는 한 공사당 5명 이내의 주민들이 참관하는 주민 감시관제를 도입했다.

공무원의 행정착오로 피해를 입은 주민에게는 구청장 명의의 사과 서한과 함께 가정용 미니 의약품 상자를 보상금으로 지급하는 ‘행정사무착오 보상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친절 공무원에게는 그린카드를, 불친절 공무원에게는 옐로카드를 보내는 ‘그린/옐로카드제’도 실시하고 있다.

신선한 시책으로 예산도 많이 절감했다. 1998년 9월부터 사업비 1000만원 이상인 공사는 공무원이 직접 설계-자재 구입-공사감독을 맡는 구청 직영공사제를 도입했다. 지금까지 명촌천 준설 등 89건을 구청 공무원이 직접 설계해 예산 4억8300만원을 절감했으며 도로포장공사 등 33건은 직접 자재를 구입하고 감독해 4억4000만원을 절감했다.

이와 함께 북구청이 장묘문화 개선을 위해 화장장을 북구 관내로 유치하려 한 점도 대표적인 개혁 시책으로 꼽히고 있다. 울산시가 지난 1월 현재의 동구 화정동 공설화장장이 노후한데다 주택가와 인접해 있어 이전 후보지를 공모한다고 밝히자 조구청장은 ‘장묘문화 개선과 지역 개발’을 내세워 북구에 화장장을 유치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우리나라에 조성된 묘지는 전국토의 1%, 주거면적의 2배에 이르고 매년 여의도 면적의 1.2배가 묘지로 바뀌는 상황에서 매장 중심의 장묘문화가 화장이나 납골묘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또 화장장을 유치하는 대가로 울산시로부터 200억원 이상을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에 낙후된 북구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화장장을 유치해야 한다”는 것이 조구청장이 화장장 유치에 뛰어든 이유다.

‘선거밥’을 먹고 사는 자치단체장이 ‘혐오시설’ 가운데 하나로 인식돼온 화장장을 관내에 유치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엄청난 모험이었고 결국 격렬한 찬반논란에 따른 주민투표 끝에 부결됐지만 사회단체는 물론 많은 시민들로부터 “참신한 시도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북구청은 현재 중산동 약수마을 주민들이 지난 6월 대학부지로 기증한 65만㎡에 대학을 유치하기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또한 올해부터 현대자동차가 있는 북구를 자동차 중심지역으로 육성하기 위해 매곡동과 중산동 일대에 자동차 부품업체를 집결시키는 ‘오토밸리’ 조성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몽돌밭으로 유명한 강동해변을 국제적인 관광지로 개발하기 위한 강동권 종합 개발사업도 내년에 착공할 예정이다.

조구청장은 “지금까지는 신설 구의 기틀을 다지는 시기였다면 앞으로는 산학(産學)이 공존하는 쾌적한 주거환경을 조성해 삶의 질이 높은 신도시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신동아 2001년 10월 호

정재락 <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 jr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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