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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금산군 “가장 금산 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

인삼 특화사업 성공, 건전한 재정운영 (자치단체장 : 김행기 군수)

  • 이기진 <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 doyoce@donga.com

충남 금산군 “가장 금산 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

충청남도는 지방행정연구회가 개발한 지표(단체장리더십, 정책추진의 타당성, 대응성, 재정운용의 건전성)를 활용해 우수 지방자치단체를 선정했다. 금산군을 선정한 이유를 평가항목별로 나누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단체장 리더십과 관련해 금산군은 ‘그린금산 비전21’을 제시하고, ‘금산군 경제·사회발전 5개년계획’을 수립했다. 또한 이것을 구체화하는 차원에서 8개 분야 124개 전략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일부 사업은 지역 특산물인 인삼, 금산 전통문화 등과 연계해 성공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둘째, 금산군은 정책추진의 타당성을 높이기 위해 주민의견을 수렴해 구체적으로 반영했다. 중앙정부, 광역자치단체 및 인근 기초자치단체와의 사전 협의 및 조율을 중시하며 각종 위원회 및 태스크 포스팀을 운영하고 있다. 금산군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 지역주민들과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셋째, 정책 및 사업추진 과정에 주민들의 대응성과 관련해 금산군은 군정에 주민들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군정평가단을 운영한다. 군정평가단은 과거의 형식적이고 일방적인 PR 및 일부 유지급 주민 위주의 참여를 지양하고 군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읍면별, 연령, 성비(性比), 직업 등을 고려하여 각 분야별로 7개 분과위원회를 구성·운영중이다.

또한 금산군은 현장에서 주민들의 소리를 청취하는 동시에 군정참여를 높이고 주민들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아침의 현장행정’, ‘목요토론회’, ‘일요 장날 현장행정’, ‘바로바로 봉사반’, ‘사이버 군정’ 등을 운영하고 있다.

넷째, 재정운용의 건전성 측면에서 금산군은 우선 많은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3년 연속 10% 이상 예산규모가 성장하고 있다. 또한 재정구조의 건전성을 높이는 데 노력해 경상예산이 2000년 24.7%에서 2001년 20.7%로 감소한 반면, 사업예산은 2000년 66.7%에서 2001년 73.9%로 증가했다. 또 금산군은 2000년 33억원, 2001년 45억원의 부채를 상환하는 등 예산의 건전성을 높이는 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금산군은 지역특산품, 지역문화 및 지역특성에 맞는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해 재정운용의 건전성 항목에서도 다른 기초자치단체보다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았다.(이창기 대전대 교수·행정학)



민선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자주 쓰는 말 중의 하나가 ‘경영행정’이다. 경제적 행정으로 지역 이익을 창출하고 이를 계기로 도약하자는 것으로 해석해도 큰 무리가 없다. 이는 또다시 선거에 당선되려 하든, ‘지역발전에 기여한 자치단체장’으로 평가받으려 하든 단체장이 임기 중 꿰차고 가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과제가 단순히 구호에 그치거나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예를 들면 해당 지역의 특산물을 앞세워 벌이는 각종 축제가 그렇다. 축제는 상품의 우수성이 첫째고, 축제를 찾는 사람들에게 다시 찾을 만큼 만족감을 줘야 한다. 내용적으로는 축제를 계기로 지역 주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고 지속적인 발전으로 연계되도록 해야 한다. 단순히 단체장의 업적 쌓기나 얼굴 알리기의 일회성 행사에 그친다면 이는 오히려 지역발전을 지체시킬 뿐이다.

이런 점에서 충남 금산은 축제아이템의 선정, 추진과정, 그리고 축제를 통한 수익모델의 창출이 돋보인다.

천안외국어대 박종관(41) 교수는 “금산군은 가장 ‘금산적’인 것을 가장 한국적으로, 가장 세계적으로 가꾸어 나가고 있다”고 요약했다.

9월 초 충남 금산군 금산읍 상리 대전∼금산 간 17번 국도변. 차에서 내리자마자 상큼한 공기가 코 안으로 들어온다. 웬만한 곳에서는 느끼지 못할 신선함이다. 사방을 둘러봐도 높지도 낮지도 않은 산이다. 많은 산이 사람의 손길이 닿은 것처럼 잘 정리돼 있다. 바로 이 산들이 금산군의 생명력이자 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금산군의 인구는 고작 6만4785명, 공무원 수도 500명 남짓이지만 지역적인 것을 세계적인 것으로 만들어가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금산사람이 다른 지방에 가면 왠지 머리가 가렵고 몸이 개운하지 않아요. 하하하. 그만큼 우리 금산은 깨끗하거든요.”

직무실에서 만난 김행기(63) 군수의 말이다.

군수실 벽에 붙어 있는 금산군 입체모형도에는 온통 산이다. 산으로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금강의 상류가 유유히 흐르는 가운데 일부 평야에 금산읍이 자리잡고 있는 형상이다.

“금산군에는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산이 3000개 있습니다. 제각각 멋과 맛이 다릅니다. 그리고 분지를 중심으로 474개의 자연부락이 조성돼 있습니다. 사람의 때가 그리 많이 타지 않았으면서도 사람 살기에 충분한….”

1995년 관선으로 잠시 군수직을 지내다 3년 만인 1998년 민선군수에 당선된 김군수의 ‘혁명적 발상’은 이렇게 산에서부터 시작됐다.

“금산 사람은 산이 많고 논밭이 적은 탓에 농업사회에서는 참으로 불행했습니다. 먹을 게 없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산지를 이용해 인삼과 약초를 재배하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세계에서 명성을 날리는 ‘고려인삼’의 종주지가 됐습니다. 오늘날 금산의 발전 원동력도 바로 이러한 산에서 나온 것입니다.”

산으로 둘러싸인 금산군

국토의 70%가 산인 우리나라에서 거의 대부분이 산으로 이루어진 금산군은 ‘산지자원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하게 된 것이 여타 자치단체와는 다르다.

1966년 9급으로 공직에 발을 들여놓은 김군수의 첫 부임지는 금산군청 개발계다. 지금으로 따지면 건설과다. 그러나 곧 고향을 떠나 충남지역 곳곳을 돌아다녔다.

그는 군수로 당선된 직후 지방자치의 생존과 지방자치의 번영을 위해 산의 새로운 개발모형을 찾아나섰다. 3000개의 산과 474개의 자연부락, 세계적인 인삼의 고장이라는 명함을 가지고 전문가들을 찾아 “주민에게 자긍심과 단결력을 불어넣고 대외경쟁력을 확보하며 금산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다.

한결같은 대답은 산과 강 그리고 맑은 공기 등 금산을 대표하는 천혜의 자원이었다. 전체 면적의 80%에 이르는 산지와 금강 최상류에 위치해 청정하천을 자랑하는 자연환경을 최대한 살리고 이를 테마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었다.

산과 강, 맑은 공기는 곧 건강과 연결됐고 특산품인 인삼도 건강이라는 이미지와 떼놓을 수 없는 관계임을 확신한 김군수는 종전의 인삼축제를 우월성과 차별성, 문화성을 갖춘 축제로 만들어냈다.

20년 전부터 계속돼온 금산인삼축제를 새롭게 짜면서 ‘금산 인삼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라는 식의 상투적 구호를 내팽개쳤다. 건강 웃음 희생을 테마로 ‘금산에서의 하루, 당신의 미래가 건강해집니다’라는 현대적 슬로건으로 바꿨다. 인삼을 형상화한 심벌은 물론 모든 이벤트도 전문가 집단에 의뢰하고 밤새워 토론하며 만들어냈다.

인삼축제는 열흘 동안 계속된다. 올해에는 9월14일부터 23일까지 열린다. 축제기간에 판매하는 17품목, 28종의 관광상품은 최고 수준의 디자이너와 협력해 만든 것이다. 축제기간 동안 ‘물폐기농요’ ‘농바우끄시기’ 등 금산에서만 전승되는 민속놀이도 선보인다. 행사기간에는 12개국 50명의 바이어와 전국 인삼 관련 30개 업체가 참여한다.

인삼특화 사업 성공

금산인삼시장은 전국 인삼의 80%가 유통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인삼시장으로 탈바꿈했고 약령시장과 수삼시장도 개설되었다. 이 밖에 산벚꽃축제 금강민속축제 장농달맞이축제 등 사계절 축제도 자리매김했다.

“향토문화의 고유성을 살리고 인류에게 플러스 요인이 되는 축제가 바로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김군수는 금산에 있는 풀과 나무도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번은 자생식물보존회 전문가들을 금산에 모셨죠. ‘우리가 갖고 있는 것 중에 미처 자랑하지 못하고 내세우지 못한 것은 또 뭐가 있습니까’라고 물었죠.”

산이 많다 보니 마을마다 해뜨는 시각과 해지는 시각이 다르고 기온도 달라 북방한계와 남방한계를 넘나드는 식물군락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발견됐다. 김군수의 발상은 나무와 숲을 가꾸는 일이 곧 지역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으로 귀결됐다.

이후 1000개의 자연공원을 만들기 시작해 이제 금산은 몇 가구만 모여 살아도 어른들이 모여서 얘기할 수 있고 어린이들이 뛰놀 수 있는 자기 동네만의 특성 있는 공원을 갖게 됐다.

“주민에게 뭔가를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주민들이 행정을 신뢰하고 협조를 구할 수 있거든요.”

김군수는 이를 위해 자연부락에 접근하는 마을길을 모두 포장했다. 하수도도 바꾸고 상수도도 만들었다. 이 와중에 재정자립도가 16.7%에 불과하고 인구는 충남에서 꼴찌 수준이지만 IMF의 격랑 속에서도 연간 예산규모는 평균 10% 이상 증가해왔다. 부채도 매년 30억∼40억원씩 상환해 1999년 302억원에 이르던 부채가 올해 8월 말 현재 224억원으로 감소했다.

“공무원들이 힘들어하는 게 안타까웠죠. 구조조정으로 직원은 줄었는데 일은 늘어났으니. 그러나 점차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어요. 공무원을 주민복지를 위해 희생하는 집단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거지요.”

그는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새로운 과를 만들었다. 인삼약초과가 바로 그것이다. 인삼의 우월성을 찾고 수익성을 지속적으로 높이려는 노력이다. 금산군 추부면 깻잎도 ‘추부깻잎’이라는 고유상표를 갖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여 지난해 금산군 전체의 추곡수매가보다 높은 160억원의 매출을 창출했다.

“어머니가 47세에 저를 낳았죠. 영아 때부터 젖을 곯았던 기억 때문일까요. 그때 느꼈던 가난…. 이제 내 고장 후손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아요.”

신동아 2001년 10월 호

이기진 <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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