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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창군 “지식관리 시스템’으로 행정효율성 제고”

국제연극제 대성공, 환경친화적 하천공사 (자치단체장 : 정주환 군수)

  • 강정훈 <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 manman@donga.com

경남 거창군 “지식관리 시스템’으로 행정효율성 제고”

자료를 제출한 기초자치단체는 거창군, 사천군, 양산군, 진주시, 진해시, 통영시 6곳으로 경상남도에 소재한 대학의 행정학과 교수 4명(이시원, 송병주, 김진현, 김창수)으로 심사위원회를 구성했다. 심사위원회는 위원들의 평점을 취합하여 최종적으로 거창군을 우수 기초자치단체로 선정했다. 참고로 심사기준은 사업내용의 적실성, 개혁성, 창의성과 사업추진의 효과성 등이었다.

거창군이 제출한 자료는 ‘종가집 김치공장 유치를 통한 주민소득의 증대’, ‘21C 지식관리 시스템 구축’, ‘국제 연극도시 육성’, ‘기초환경시설 연계처리를 통한 경비절감의 극대화’, ‘폐석 활용을 통한 환경친화적이고 경제적인 하천공사 시행’ 등의 사례를 근거자료와 함께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거창군은 오랫동안 개발에서 소외된 서부 경남의 대표적인 지방자치단체다. 그러나 지방자치제가 부활한 후 낙후지역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특히 종가집 김치공장처럼 지역 특성에 부합하는 공장을 유치하여 주민의 소득을 증대시킨 점과 환경문제를 독특한 방식으로 해결한 사례 등이 돋보인다.

국제 연극도시 육성은 영세한 군소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엄두도 내기 힘든 사업이지만, 거창군은 이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다. 거창 국제연극제는 여름 휴가철에 열려 훌륭한 문화상품으로 자리잡았다. 이 사례는 민·관의 협력으로 인적·재정적으로 열악하고 지리적으로 불리한 지역도 국제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21C 지식관리 시스템 구축은 기초자치단체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의 모든 행정기관이 서비스의 수준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혁신적인 사례다. 우리 나라 행정은 잦은 순환보직으로 인한 시행착오의 반복, 전례답습적 업무수행 방식 등 고질적인 병폐를 낳았으나 거창군이 실시하는 지식관리 시스템은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사례로 평가된다. 이 사업의 시행에 관여한 정책결정자 집단의 시스템, 결정과정, 이를 뒷받침한 집행관리체계를 상세히 분석하면, 학계에 보고할 가치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거창군이 추진하고 있는 일련의 사업들은 그 내용이 매우 적실하고 창의적이어서 본격적인 지방자치 시대를 맞아 지역주민의 복리증진을 위해 책무를 다해야 할 일선의 기초자치단체들이 벤치마킹할 만한 모범적인 선례다.(이시원 경상대 교수·행정학)



“진화작업은 바람을 등에 지고 불꼬리에서 하되 절대로 불머리나 허리에서 작업을 해서는 안 된다. 산불진화 중 휴식을 취할 때는 지대가 높은 산등성이를 택해야 안전하다.”

어느 소방서가 만든 ‘산불 진화요령’이 아니다. 경남 거창군청 인터넷 홈페이지의 ‘지식 관리시스템’에 한 직원이 올린 ‘산불진화시 행동요령’의 일부다.

거창군이 지난해 말 국내 처음으로 도입한 지식관리시스템 ‘와이즈(Wise) 거창’에는 이처럼 직원 개개인이 업무를 수행하면서 체득한 업무 노하우가 가득 담겨 있다. 정보뿐 아니라 행정, 농림 등 분야별 소모임방도 마련돼 있다.

지식관리 시스템 ‘와이즈 거창’

‘추천지식’ ‘법률통계’등 다양한 메뉴에다 ‘마일리지 제도’도 운영한다. 직원이 보고서나 정보를 올리면 관리자가 접속건수와 기본점수 등을 합산해 총점을 부여하는 것. 개인별 마일리지와 함께 부서별 마일리지도 운영, 점수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9월 초엔 직원 전체조회에서 우수 실·과와 지식우수 공여자에 대해 시상을 했다.

거창군청 행정능률담당 사무관 권혜린 씨는 “이 시스템은 업무과정에 얻은 노하우와 중요서류를 지식관리 시스템에 내용별로 분류해 등록, 전직원이 공유하게 함으로써 개인의 지식이 조직의 자산으로 전환하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미 1000건이 넘는 노하우와 경험사례, 논문 등이 축적됐다.

면적 804㎢, 인구 6만9000여 명, 연간예산 1250억원, 재정자립도 16.2%에 별다른 산업기반이 없는 농촌지역 자치단체인 거창군이 이러한 특수 시책을 잇따라 추진하면서 ‘촌티’를 벗고 ‘웅군(雄郡)’의 면모를 착실히 다져가고 있다. 경영 마인드로 무장한 단체장과 ‘아름답고 행복한 신거창 건설’에 매진한 560명의 군청직원, 군민들이 합심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거창읍에서 88고속도로를 따라 대구 쪽으로 20여 분을 달리면 가조온천단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과 인접한 4만 4000여 평의 석강농공단지에는 활력이 넘친다. 한때 농공단지의 공장용지가 분양되지 않아 담당자들이 머리를 싸매고 세일즈를 하던 때와는 격세지감이 들 정도다. 이미 종가집 김치공장과 홍덕STC, 창덕E&C 등 6개 업체가 입주해 가동중이다.

올 5월 대단위 공장을 설립하고 생산에 들어간 두산식품의 ‘종가집 김치공장’의 경우 공장유치 과정에서 거창군이 남다른 공을 들였다. 지난해 7월 종가집 김치공장의 증설계획 정보를 입수한 직후부터 ‘타깃기업’으로 점찍고 관련부서 직원들이 면밀한 유치전략을 수립했다. 이어 사흘이 멀다 하고 회사를 방문한 끝에 3개월여 만에 5곳의 경쟁 자치단체를 따돌리고 입주계약을 맺는 개가를 올렸다.

이 공장의 유치로 지역민 500여 명이 취업, 연간 50억원의 임금소득을 얻었으며 원자재를 계약 공급하는 채소 재배농가에도 연간 300여 억원의 안정적인 소득을 가져다 주었다. 지역경제 활성화에 견인차가 될 알토란 같은 기업을 유치한 셈이다.

종가집 김치공장 관계자도 “인근에 고랭지 채소가 많이 재배되지만 거창군의 적극적인 유치활동과 행정지원이 공장 위치를 결정하는 데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한편 거창군은 거창읍 정장리 정장농공단지 내 3만2000여 평의 부지에 서울우유 공장을 유치키로 9월10일 서울우유측과 협약을 체결했다.

거창군은 이미 ‘연극도시’로 국내외에 널리 알려져 있다. 올 8월1일부터 15일까지 수승대 국민관광지 야외극장 등 9곳의 무대에서 개최된 ‘제13회 거창국제연극제’에는 5개국 28개 극단이 참가했으며 4만7000명이 넘는 관람객이 다녀갔다.

지역극단 ‘입체’가 1989년부터 이끌어 오던 연극제를 민선자치 원년인 1995년 ‘한국의 아비뇽’을 구상하며 국제연극제로 확대했다. 행사 기획은 거창연극제육성진흥회(이사장 이종일)가 주도하지만 행사기간을 전후해 거창군의 행정지원과 자원봉사가 연극제를 활성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물론 예산도 국비와 도비, 군비를 합쳐 3억여 원을 지원했다. 폐쇄적이고 답답한 실내공연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야외공연을 펼쳐 ‘자연과 인간의 조화’라는 새로운 문화형태를 창출한 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거창군 이채순 기획감사실장은 “연극제가 경쟁력 있는 문화관광상품으로 군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연극을 통한 국제교류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환경친화적 하천공사

거창군의 톡톡 튀는 환경관련 시책들도 잇따라 히트하고 있다.

‘석산(石山) 폐석을 활용한 환경친화적 하천공사’는 감사원에서 우수사례로 선정할 만큼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지역 내 15개 채석장에서 돌을 캐내고 남은 폐석 수십만㎥를 자원으로 재활용하는 것이다.

거창군은 폐석을 활용, 최근 위천천 등 6곳의 하천(총연장 16.3㎞) 수해복구와 오염하천 정비사업을 마쳤거나 진행중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폐석은 9만4000㎥에 달한다. 조경석이나 돌망태를 이용하면 최소 130억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량이지만 폐석을 활용, 비용을 73억원으로 줄였다. 적어도 50억원 이상의 예산이 남는 셈이다.

폐석을 활용한 하천공사는 환경성도 뛰어나다는 평가다. 유수(流水)의 마찰면이 불규칙해 유속을 저하시켜 하류지역의 재해를 예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울퉁불퉁한 석재면에 미생물이 서식해 수질 정화기능이 탁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채석업체들이 폐석을 치우는 데 드는 비용 9억원도 절감했다. 전북 무주군이 하천정비 사업 현장을 두 차례 견학한 다음 기술지도를 요청, 공사 기술자 세 명을 무주군의 하천공사 현장에 파견했다.

이상균 거창부군수는 “폐석처리로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예산도 절감하여 말 그대로 ‘1석2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자랑했다.

거창군에는 쓰레기 매립장과 하수종말처리장, 분뇨종말 처리장 등 이른바 기초환경시설이 거창읍 양평리 272번지 일대에 함께 들어서 있다. 기존의 하수종말처리장과 분뇨처리장 옆에 1999년 56억원을 들여 쓰레기 매립장을 건립했기 때문이다. 연계처리로 경비절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데다 ‘그린센터’로 가꿔보자는 취지가 반영된 것이다.

쓰레기 매립장에서 나오는 침출수를 바로 하수종말처리장으로 보내 처리, 연간 인건비 8000여 만원을 절감한다. 또 따로 처리할 경우 필요한 시설비 7억3000만원과 침출수의 물류비에 따른 예산 연간 7700만원도 아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환경기초시설을 집중 배치, 민원을 최소화 하고 정밀한 환경관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한때 지역 특산물인 ‘거창사과’와 ‘교육도시’ 등으로 명성을 날린 거창군이 민선 자치시대로 접어든 이후 공격적인 행정을 펴면서 지난해에만 ‘민원행정 추진평가(경남도 주관)’ 등 29개 분야에서 입상, 시상금만 13억4900만원을 받았다.

정주환 거창군수는 “‘거창시’ 승격을 위한 기반조성과 함께 지역경쟁력 강화, 주민 삶의 질 향상, 쾌적한 생활환경 조성 등을 위해 행정역량을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수려한 자연경관과 교통요충지인 지역 특성을 잘 살리고 창조적인 아이디어로 행정을 이끌어 간다면 머지 않아 ‘아름답고 행복한 거창건설’의 캐치프레이즈가 현실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남지역 자치단체 평가를 이끈 경상대 행정학과 이시원 교수는 “거창군이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낙후지역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점이 인상적이었다”며 “지역 특성에 맞는 공장유치와 독특한 방식으로 환경문제를 해결한 점 등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신동아 2001년 10월 호

강정훈 <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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