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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남제주군 “우수특산품 추천제로 소득증대 실현”

실버인력은행, ‘행정서비스헌장’ (자치단체장 : 강기권 군수)

  • 임재영 <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 jy788@donga.com

제주 남제주군 “우수특산품 추천제로 소득증대 실현”

제주지역에서는 2개 자치단체(제주시·남제주군)가 자료를 제출했다. 선정위원은 모두 3명(양영철, 강영훈, 황경수)으로 두 차례의 토론을 거쳐 남제주군을 선정했다. 선정기준은 참신성, 극복정신, 대응성,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 등이다.

남제주군은 국토 최남단에 있는 인구 7만8000명의 작은 기초자치단체다. 농업과 관광이 주요산업이나 최근 감귤 값 하락과 관광산업의 침체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재정자립도는 2000년 기준 20.1%로 매우 열악하다.

이러한 악조건에서도 남제주군은 매우 참신하고 진취적이며 정책의 사각지대에 있는 계층을 대상으로 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음을 이번 조사에서 알 수 있었다.

남제주군은 1996년부터 실버인력은행을 도입하여 고령화 사회의 행정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이 정책은 고령화 사회를 앞둔 시점에서 지역 실정에 적합하며 모든 노인에게 수혜범위를 확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현재 이 정책으로 3만7615명의 노인이 각종 혜택을 받고 있으며, 기금도 26억원에 달한다. 실버 인력은행 정책은 전국 최초로 시행되어 우수개혁시책으로 선정된 바 있다.

남제주군은 중앙지원에서 제외되는 소규모 농어업 재해에 대한 지원근거를 마련함으로써 소규모 농어업재해복구비 등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전국 최초로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이 조례에 따라 지난 2년 동안 보상을 받은 농어가는 58가구에 이른다.

WTO체제가 출범한 이후 외국 농수산물과의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 지역특성을 살릴 수 있는 농수축산물 개발의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우수 특산품 추천제를 도입했다. 이 정책은 농축산물 11개 품목을 대상으로 하되 농약잔류검사, 품질 및 여건검사 기준에 적합한 품목을 특산품으로 추천,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주력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지난 3년 동안 231농가, 68억원 상당의 특산품이 대도시에 판매됐다.

우수 특산품 추천제는 남제주군이 청정 우수농수축산물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도 크게 기여했으며, 행정자치부에서는 이 정책의 운영규정인 ‘남제주군 우수특산품 추천 운영관리조례’를 특색조례로 선정했다. 이 밖에도 남제주군은 풍란석부작 개발판매를 실시하면서 개발은 농가가, 판매는 관광농원이 맡는 역할분업을 함으로써 재정적·인적 한계를 극복하면서 주민 다수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정책을 추진했다.(양영철 제주대 교수·행정학)



제주도 남제주군은 국토 끝자락인 마라도를 관장하는 최남단 기초자치단체다. 지도를 거꾸로 돌려보면 태평양을 향하는 꿈과 희망의 최전방 지역이기도 하다. 남제주군의 주요산업은 농어업과 관광이다. 재정상황이 열악한 데도 참신한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취약 계층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특수시책 등이 돋보인다.

강기권(康起權) 군수는 “군에서 시행하는 사업규모나 예산이 다른 시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뜻밖이다”며 “‘작지만 알찬 군정’을 일구는 데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선정 소감을 밝혔다. 강군수는 “예산을 많이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예산낭비 없이 주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알뜰한 살림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남제주군은 면적이 615㎢로 제주지역 전체 면적의 33%를 차지하지만, 인구는 4개 시군 가운데 가장 적은 7만8000여 명에 불과하다. 수치상에 나타난 재정규모도 초라하기 그지없다. 남제주군의 올해 당초 예산은 일반회계와 특별회계 등 1627억원으로 제주시 3447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재정자립도 역시 지난해 말 기준 20.1%로 중앙정부나 광역자치단체의 도움 없이는 홀로 서기 힘든 실정이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남제주군은 무시 못할 자원과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제주도 종합계획에 따른 3개 관광단지 20개 관광지구 가운데 성산포관광단지, 표선민속관광단지, 토산관광지구 등 2개 관광단지 7개 관광지구가 포진해 있다. 또 제주지역 생명산업인 감귤의 주산지이고 옥돔 갈치 등 제주특산 해산물 대부분이 남제주군을 통해 유통된다.

하지만 이들 자원이 직접적인 세입원이 되지는 않는다. 여느 지방도시처럼 농어업의 비중이 높을수록 세입규모는 작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남제주군은 대형 개발프로젝트인 경우 제주도 등과 협의를 통해 풀어가는 대신 소규모 예산을 활용해 주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쪽으로 행정의 방향을 돌렸다.

군정방침도 ‘희망 찬 21세기 번영된 새 남제주’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워 ▲내실있는 소득증대 ▲수준 높은 문화복지 ▲조화로운 지역개발 ▲신뢰받는 자치행정 등으로 정해졌다. 이러한 군정방침을 실천하는 과정에 가장 성공한 시책이 ‘실버인력은행’이다.

실버인력은행

이것은 노인들이 함께 모여 외로움을 달래며 부수입을 올릴 수 있는 공동작업장을 마련해주고 거동이 불편하거나 기력이 떨어진 노인에게는 아예 ‘용돈’명목으로 수당을 지급하는 제도다. 특히 이 제도는 불우노인이나 소외노인 위주의 복지시책에서 벗어나 70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경제적 도움을 주는 특징을 갖고 있다.

1995년 말 실버인력은행 관련 조례가 제정된 후 지금까지 26억원의 기금이 쌓였으며 내년 말까지 모두 30억원이 조성된다. 이 기금에서 만들어진 이자수입은 모두 노인을 위해 쓰인다. 지난 6월말까지 생긴 이자 소득 9억3900만원은 경로수당 7억4556만원, 공동작업장 지원 5164만원, 입원보조비 2660만원, 장제비 800만원 등으로 지출됐다. 실버인력은행에서 지원을 받은 노인은 연 3만7000여 명에 이른다.

실버인력은행은 무엇보다 마을공동체의 핵심에서 밀려났던 노인들에게 삶의 활력을 찾아주는 소득을 거뒀다. 실버인력은행은 지난해 10월 행정자치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공동 주관한 제1회 지방자치단체 개혁박람회에서 복지부문 최우수 시책으로 뽑히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한국행정학회 평가단은 청정지역인 제주에서 생산된 특산품의 품격을 한 단계 높인 특수시책으로 1998년부터 시행된 ‘우수특산품 추천제’도 높이 평가했다.

외국산 농수산물이 끊임없이 밀려들면서 남제주군이 대항 전략으로 내놓은 것이 우수특산품 추천제다. 여기에는 농어업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면서 양(量)보다는 질(質) 위주의 생산으로 어려움을 이겨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우수특산품 추천제는 농수산물에 품질을 인증하는 ‘으뜸’상표를 부여해 소비자의 눈길을 끄는 전략으로 운영되고 있다. 으뜸상표가 부착되는 상품은 감귤 토마토 참다래 감자 당근 꽈리고추 멜론 돼지고기 닭고기 옥돔 갈치 등 11개 품목이다. 학계 등 전문가 14명으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남제주군이 품질을 보증한다.

으뜸상표가 부착된 상품은 대도시 공판장이나 대형 백화점으로 출하돼 일반 상품보다 10% 이상 높은 가격을 받고 있다. 또 우수 특산품에 대해서는 포장상자에 드는 비용의 40%를 남제주군에서 지원하는 혜택을 준다.

감귤을 재배하는 강석보(61·남원읍 위미리) 씨는 “군에서 시행하는 우수 특산품추천제에 참여하려는 농민이 늘고 있다”며 “질높은 감귤을 만들어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의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공직사회 내부개혁을 위해 도입된 ‘행정서비스헌장제’는 공무원이 신뢰받는 열린 행정을 펼치겠다는 다짐의 하나다.

남제주군은 고객 중심의 행정을 펼치기위해 1999년 5월 부서별 업무별로 15개 헌장을 제정했다.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고객과 호흡하는 서비스행정을 위해 업무에 맞는 헌장을 따로 만든 것이다.

남제주군은 이 행정서비스헌장이 서랍속에서 잠들지 않도록 공무원인사평가에서 친절공무원에게는 0.1점의 가산점을 부여하고 불친절공무원에게는 0.4점을 감점조치하는 등 ‘당근과 채찍’을 활용한다. 민원인의 의견을 수렴해 헌장의 내용을 1년에 한 차례 개정하는 등 공무원과 주민 사이에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도록 추진되고 있다. 이같은 행정서비스헌장 시행으로 주민만족도는 1999년 81.49점에서 지난해 83.16점으로 높아졌고 2년 연속 우수 행정서비스기관으로 선정돼 정부로부터 표창을 받았다.

소규모 재해도 지원

‘소규모 농어업재해 지원’은 행정학회 평가단으로부터 소외계층을 배려한 참신한 정책으로 인정받았다. 남제주군은 1999년 1월 ‘소규모 농어업 재해복구비 등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전국에서 처음 제정했다. 자연재해 등으로 손해를 입은 농어민 가운데 중앙정부의 지원에서 빠지는 분야에 지원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50㏊ 미만 농작물 피해나 3억원 미만의 가축 및 어업시설물 피해 등인 경우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해 농어민들은 하소연할 데 없이 마냥 속앓이를 해야 했다. 소규모 농어업재해관련 조례가 만들어지면서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는 데 농어민들은 희망을 갖게 된 것이다.

지난 1월 폭설로 인해 비닐하우스 창고 와 물탱크 파손의 피해를 본 성산읍과 표선면 지역 44개 농가가 복구비로 1274만원을 받는 등 지금까지 60개 농가에 4924만원이 지원됐다. 농가당 지원액은 그리 많지 않지만 재해를 당한 농가처지에서는 재활의 의지를 다지는 ‘종잣돈’이 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시책을 펴고 있는 남제주군이 가장 곤혹스러워하는 분야는 관광개발이다. IMF 한파로 민간투자자들이 관광개발에 선뜻 나서지 않아 성산포관광단지는 투자자를 확정하지 못했고 송악산관광지구는 송사(訟事)에 휘말려 개발이 늦어지고 있다.

그래도 남제주군은 다른 시군에 비해 사정이 나은 편이다. 토산관광지구와 남원관광지구는 공사가 재개됐으며 미천굴관광지구는 내년 상반기 완공예정이다. 장기간 사업이 진척되지 않던 표선민속관광단지와 용머리관광지구에 대해서는 남제주군이 직접 사업시행자로 나서 개발을 독려하고 있다.

강군수는 “거창한 프로젝트를 내놓아 장밋빛 환상을 심어주기보다는 주민의 실생활에 보탬이 되는 다양한 시책을 발굴해 실행에 옮기겠다”고 말했다.

신동아 2001년 10월 호

임재영 <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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