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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분석

美서부 민간 싱크탱크 태평양위원회의 ‘코리아 리포트’

시민운동단체·재미교포를 남북한 변화의 지렛대로 활용하라

  • 주재우 < 국제전략정보연구소 동북아연구실장 >

美서부 민간 싱크탱크 태평양위원회의 ‘코리아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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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서부의 민간 연구단체인 태평양위원회는 지난 11월5일 서울에서 한국프로젝트 최종보고서인 ‘한국 개편론(The Reshaping of Korea)’을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한국과 미국 양국의 각 분야 전문가들이 역사상 처음으로 협조해 만든 것으로 한국의 경제와 정치개혁, 그리고 남북한 화해에 대한 견해를 담고 있다. 이 보고서의 요지와 해설을 소개한다.
국제정책태평양위원회(The Pacific Council on International Policy)는 미국의 국제정책, 특히 아시아 및 한국에 관한 미국의 정책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1995년 설립된 미국 서부의 민간단체다. 본부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남가주대 캠퍼스 내에 있다.

이 위원회는 2000년 9월 한국과 미국의 각 분야 전문가 100여 명이 참가한 특별위원회를 구성, 중장기적으로 한국의 미래를 결정할 경제·정치적인 요소에 관한 이해를 높이고자 한국상황 전반에 걸쳐 연구를 진행했다. 2000년 11월부터 2001년 5월까지 다섯 차례 회의를 거쳐 만든 60쪽 분량의 최종보고서를 작성했다. 협의회는 이 과정에 그동안 존재가 미미했던 한국계 미국인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위원회에서는 이 연구에 관여한 주요인사로 조지 F. 트레버튼(전 RAND 국제안보국방정책센터소장), 스펜서 H. 김(재미사업가), 마이클 팍스(전 로스앤젤레스타임지 부사장). 스콧 스나이더(아시아재단 한국지부장) 등을 꼽는데 한국 사람들에게 낯익은 인사도 적지 않다. 이 보고서 작성에 참여해 최종적으로 서명한 사람들 중에는 스티븐 보스워스(전 주한미대사), 도널드 그레그(전 주한미대사), 로버트 A. 스칼라피노(캘리포니아 버클리대 동아시아연구소장), 김경원(사회과학원장), 한승주(고려대 교수), 이상우(서강대 교수), 김달중(연세대 교수), 문정인(연세대 국제대학원장), 황우려(한나라당 의원), 손학규(한나라당 의원), 김기환(골드만삭스 국제자문)씨 등이 있다.

이 보고서에는 한국의 미래에 대해 사려깊고 공정한 평가를 담아내려고 한 노력이 엿보인다. 김대중 정부에 대해서는 부분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도 하고 있지만 통치방식과 인사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 견해를 담고 있다. 그런 탓인지 이 보고서에 서명한 사람들 중 친여권 인사는 한두 사람을 빼고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이 보고서의 내용 중 주목할 만한 것은 재미교포의 역할에 관한 것이다. 비록 중국 현대화과정에 화교가 기여한 정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한국의 미래를 변화시켜 나가는 데 있어 그들의 역할에 특별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권고한다.

보고서는 또 한국을 미국의 동맹국가로서, 무역파트너로서, 성공적 경제발전의 모델로서, 그리고 미국의 대아시아 전략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국가라고 평가한다. 이처럼 한국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한국에 대한 미국의 이해 수준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현실을 꼬집고 있다.

다음은 이 보고서 본문을 요약한 것이다.

1. 서론

2000년 6월에 이루어진 김대중 대통령의 방북과 12월의 노벨 평화상 수상 등으로 남북한은 50년 만에 처음으로 한반도 문제를 주도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섰다. 보고서는 최근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주시하면서, 향후 5년에서 10년 동안 한국과 한반도의 변화를 이끌 힘에 대해 분석했다. 한국정부에 정책적 지침을 제시할 목적으로 작성한 보고서는 아니다. 개인과 기업, 그리고 그룹 등이 취해야 할 행동에 대한 가이드라인으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향후 한국의 변화를 이끌어갈 원동력은 기업, 금융, 노동, 행정 분야에서의 경제개혁을 우선 손꼽을 수 있다. 두번째 원동력은 정치분야의 개혁이다. 3김(金) 시대의 청산과 대통령의 제왕적 통치스타일의 변화, 부정부패와 하향식 정치구조의 변화 등이 해당된다. 세번째 원동력은 남북한의 화해 달성이다.

본 보고서는 상술한 원동력에 대한 분석을 통해, 북한 경제모델의 변화와 정치 퍼즐에 대한 연구 결과에 기초하여 한국과 미국, 그리고 기타 역내 국가들과 평양과의 향후 관계개선 방향을 설정하기 위한 로드맵(정책지도)을 제시하고자 한다.

2. 경제적 구조조정

경제의 구조조정은 한국이 향후 아시아 지역 내에서 자신의 위상과 입지를 제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한국은 IMF 사태를 지혜롭게 극복하고 지난 3년간 5%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세계경제의 변화에 잘 적응해 왔다. 그러나 향후 일본의 해외투자 증가, 중국의 고속 경제성장, 그리고 한국 제조업의 회복 불능 등과 같은 상황을 예상할 때 한국경제의 구조조정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오른다.

특히 한국 기업은 인맥 중심 경영과 불투명한 경영방식에서 빨리 탈피해야 한다. 한국경제의 구조조정 성공 여부는 향후 남북경협의 성공과도 긴밀하게 연결된다. 대북사업이 지금처럼 정치논리로 계속 진행된다면 한국의 경제개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며, 북한에도 좋지 못한 선례가 된다. 정치적 목적에 따른 대북 경제지원은 한국경제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다.

3. 정치현안

보고서는 한국정치의 통치방식이 ‘법치(法治)’가 아니라 ‘인치(人治)’이므로 2002년 대선을 목전에 둔 상황에 분열과 혼란이 극심할 것으로 전망한다. 김대중 정권의 대북 햇볕정책과 대북사업으로 남남갈등이 매우 심각하다. 내년 대선에서는 정책대결이 아닌 인물 위주의 정치 풍토가 다시 등장할 것이다. 예컨대 정당 내 경선에서 탈락한 후보들은 경선에 불복해 탈당과 신당 창당을 통해 후보로 나설 것이 분명하다. 이는 지난번 대통령 후보 경선과정의 경험을 근거로 한 전망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레임덕은 예상보다 훨씬 빨리 올 것이다. 그 까닭은 한국의 지지부진한 개혁 속도에 있다. 개혁이 제대로 안되는 이유 중 하나는 오랜 망명과 감옥 생활을 해야했던 김대통령의 정치적 성장배경과 관련이 있다. 김대통령은 능력보다는 자신에 대한 충성심을 기준으로 정부의 요직을 배분했다. 이들의 능력은 일반 공무원에 비해 뒤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김대중 정부의 개혁 구호는 거창했지만 실질적인 성과는 미미하다.

한나라당은 대북 포용정책에는 기본적으로 동의하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에서 차별화를 강조하고 있다. 동시에 대북사업과 교류에 시민단체의 역할을 중시하는 대신 정부 차원에서 기부방식으로 지원하는 데는 반대하면서 상호주의와 투명성에 바탕한 대북지원 원칙을 강조한다.

4. 새로운 정치

보고서는 지역주의, 군, 세대교체, NGO 등이 한국 정치에 주는 의미와 변화를 조망하고 있다. 최근 통일부장관의 불신임안과 경제개혁, 대북 지원과 관련한 국회의 의사결정 투표과정에서 나타났듯이 한국정치에서 지역주의의 골은 매우 깊다.

군이 정치의 핵심에서 제거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도 레드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김종필 자민련 총재와 공조했다는 분석이 있다. 현재와 같은 무질서와 혼란에도 불구하고 군부쿠데타에 관한 말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아 군부의 정치 개입 가능성은 현저하게 감소된 것 같다.

세대교체에 대해서는 통일문제와 대북관, 그리고 대미관에서 세대간 인식 격차가 뚜렷하다. 세대교체는 두 가지 양상을 보일 것이다. 하나는 3김시대가 계속되고, 이들의 후계자 역시 보스주의, 지역주의, 권위주의, 금권정치 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른 하나는 정치에 무관심한 젊은 세대가 정치에 참여하기 전까지는 한국에서 정치변화를 보기가 어려울거라는 점이다. 또 한국 정치에서 새로운 세력으로 등장한 NGO와 여성세력에 대해 주목한다. 이들의 등장으로 한국정치에 세대교체 바람이 불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5. 재미교포의 역할

보고서는 북한과의 경제교류와 사업 활성화를 위해 재미교포를 적극 활용할 때가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록 재미교포의 활약이 아직 중국 화교의 역할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미국에서 입지가 튼튼해지면서 해외에서의 활약도 점차 확대될 것이다. 이같은 분석은 미국사회에서 교포들의 활발한 사회활동과 능력있는 교포들이 늘고 있다는 사실에 근거한 것이다.

최근 10년간 미국에 이민 온 한국인의 대부분은 중산계층이지만, 미국 현지에서 언어 등의 문제로 원하는 직종에 종사하지 못하고 있다. 또 한국의 비즈니스를 재벌이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과 연계해서 사업을 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시민단체와 같은 비영리단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교포들의 사회활동이 초기에는 이민자들의 단순한 안식처이자 향수를 달래기 위한 것이었지만, 활동범위가 확대되면서 이제는 문화 변혁을 끌어가는 조직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사회단체가 우후죽순같이 생겨나면서 대장은 많아도 대원이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교포 사회단체는 북한에 생존해 있는 50만명에 달하는 친지들과 상봉하기 위해 한반도의 화해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고 싶어한다. 교포 2세들은 대북 인도주의 지원사업에 다양하게 참여하고 있다. 이제 미국도 북한과 사업을 벌이고 지원하는 데 재미교포들을 적극 활용해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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