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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 2002 대선주자 총출동

박근혜 “이회창 총재 이길 수 있다”

  • 육성철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sixman@donga.com

박근혜 “이회창 총재 이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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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 변수가 수면 위로 부상했다. 그가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정가에서는 박부총재의 본심(本心)을 파악하느라 부산한 모습이다. 현시점에서 박부총재는 일단 ‘행동반경’을 ‘당내’로 못박았다.
한나라당 박근혜 부총재는 TK(대구·경북)의 중심 대구에서 대선 레이스를 시작했다. 박부총재는 12월10일 대구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개혁을 갈망하는 국민의 열망에 부응하기 위해 경선 출마의 뜻을 굳혔다”고 말했다. 그리고 다음날 국회에서 “대통령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에 출마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틀 후인 12월12일 오전 의원회관에서 만난 박부총재는 심기가 불편한 듯했다. 그의 출마를 곱지 않게 바라보는 당내의 분위기 때문이었다.

대구지역의 한 재선의원은 박부총재의 후원회 부회장에게 “왜 쓸데없이 출마하느냐”며 따졌고, 당내 여성모임에서는 “박근혜가 JP의 사주를 받아 날뛰고 있다”는 폭언이 나왔다. 게다가 12월12일 아침 총재단 회의에서는 모 부총재가 “박근혜도 나가는데, 당신도 출마하라”며 비아냥거린 일까지 있었다.

사태가 감정싸움으로 치닫자 이회창 총재가 직접 나서서 “박부총재의 경선출마는 좋은 일”이라고 말했지만, TK지역 의원들은 박부총재의 행동을 ‘해당(害黨)행위’로 몰아붙였다. 박부총재와 TK의 차기 맹주를 다투는 강재섭 부총재는 “지금은 이회창 대통령 만들기에 매진해야 한다”는 말까지 했다. 그러자 박부총재는 “이런 식이라면 출마 자체를 포기할 수도 있다”며 배수의 진을 쳤다.

“일련의 사태가 계획적인 협박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상황을 보면서 그동안 한나라당이 얼마나 경직되어 있었는가 하는 점을 절실하게 느낍니다. 당원이 경선에 나오는 것은 결코 비난받을 일이 아니거든요. 출마선언 자체를 욕한다면 그것은 민주정당이기를 포기한 행동이죠.”

“더 기다릴 수 없었다”

박부총재는 출마를 선언하면서 정치개혁을 화두로 내걸었다. 우리나라가 21세기 강대국이 되려면 가장 먼저 정치개혁을 이루어야 한다는 게 박부총재의 주장이다. 정치개혁이 안되면 경제발전도 어렵고, 국력을 집중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중요한 건 이 시점에 박부총재가 정치개혁을 요구한 이유다.

“더 기다릴 여유가 없습니다. 여당은 대통령이 총재직을 사퇴하면서 정당개혁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한나라당은 아무런 변화가 없잖아요. 이렇게 계속 시간을 보내면 국민이 한나라당을 어떻게 보겠어요? 이래서는 안된다, 우리도 변하자, 개혁하자, 그런 취지에서 경선출마를 선언한 거죠.”

당원으로서 집권에 기여하기 위해 출마했다는 게 박부총재의 주장이다. 현재의 한나라당으로는 국민을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정당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의 구체적인 개혁플랜이 궁금하다.

―한나라당을 어떻게 바꿔야 한다고 보십니까.

“무엇보다 1인지배 체제를 극복해야죠. 1인지배 체제에서는 공천의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습니다. 한 사람이 공천권을 독점하면, 보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요. 하고 싶은 말도 못하고, 정책대결도 안되고, 정쟁과 당리당략에만 매달리고….

당의 재정도 깨끗하게 공개해야죠. 지금 한나라당은 어디에다 얼마를 썼는지 알 수가 없어요. 당의 재정을 소속 국회의원이 모른다는 게 말이 됩니까? 기업한테는 재정을 투명하게 하라고 요구하면서, 정당은 반대로 가잖아요.

그리고 당권과 대권도 분리해야죠. 대통령후보는 선거에 전념하고, 당은 총재에게 맡기고, 그렇게 가는 게 옳다고 봅니다.”

―이회창 총재가 박부총재의 요구를 받아들일 것으로 보십니까.

“받고 안 받고보다 중요한 건 우리 당이 대선에서 이길 수 있냐죠. 정치개혁은 이제 시대의 요청입니다. 국민은 정치가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또 그렇게 하지 않으면 국가경쟁력을 키울 수 없다고 보는데, 우리가 어떻게 안 바뀝니까? 저는 그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봐요.”

박부총재는 정치개혁을 ‘당위’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한나라당이 경쟁력을 갖추고 수권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정당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한나라당 비주류 세력이 끊임없이 제기해온 ‘권력분산론’과 맥을 같이 한다. 하지만 현실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세력이다.

―박부총재와 뜻을 함께 하는 의원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결국은 동조하는 분들이 많아질 겁니다. 이게 단순히 우리 당에서 끝날 게임이 아니거든요. 한나라당이 끝내 변화를 거부하다가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하면 어떻게 할 겁니까? 그때 가서 떠밀려가면 모양새도 좋지 않고, 지지를 받을 수도 없습니다.”

―어쨌든 박부총재는 현실적으로 세를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그게 문제입니다. 총재가 공천권을 꽉 쥐고 있는데 무슨 말을 하겠어요? 어느 의원이 저한테 고백하기를, 이총재한테 이렇게 고쳐보자고 얘기했는데, 그냥 싫어하더라는 거예요. 그래서 자기는 앞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거래요. 그러다가 밉보여서 공천을 받지 못하면 자기만 손해라는 거죠.

이렇게 나가면 집권하더라도 문제가 생깁니다. 야당할 때도 바른 말을 못하던 사람이 집권당이 됐다고 제대로 말을 하겠어요? 권력을 잡으면 더 말을 못하는 게 정치의 속성이에요. 그냥 한사람에게 무조건 복종하는 정당에서 어떻게 희망 찬 정치, 새로운 정치를 이룰 수 있겠어요?”

박부총재가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이회창 총재의 리더십을 정면으로 공격한 것이다. 바로 이 대목에서 박부총재의 출마선언은 다양한 ‘정치적’ 추측을 낳고 있다. 11일 국회에서 만난 영남지역의 한 중진의원은 “박부총재는 모종의 의도를 갖고 움직인다. 정치개혁을 요구하면서 한나라당과 갈라설 명분을 쌓고 있다”고 말했다. 박부총재의 의중을 좀더 확실하게 알아보기 위해 다소 민감한 질문을 던졌다.

―박부총재가 정치개혁을 내세우고 있지만, 목적은 다른 데 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내가 무슨 복안이라도 갖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것은 당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지금 한나라당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정당개혁을 이루고 경쟁력 있는 경선제도를 도입하는 게 우선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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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철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six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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