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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탐구 | 2002 대선 박근혜 변수

정치신인의 ‘노련한 정치력’ 대선판도 뒤흔든다

  • 공영운 < 문화일보 정치부 기자 > rabbit@munhwa.co.kr

정치신인의 ‘노련한 정치력’ 대선판도 뒤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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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를 향한 군중들의 자발적 열광의 비밀은?
  • ●…백지상태인 당내기반, 검증 안된 정치력이 약점
  • ●…가장 ‘수’가 많은 중진, “최종 결정은 내가 합니다”
  • ●…‘경선불참’ ‘탈당’카드로 이회창과 벌이는 당내투쟁의 결과는?
”당 개혁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이회창 총재도 개혁대상이 될 것이다.”

“들러리나 서는 경선이라면 나갈 생각이 없다.”

“아직 (탈당문제를)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모든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부총재가 이 달 들어 이회창 총재와 당내 주류세력들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쏟아내고 있는 발언들이다.

박근혜 부총재는 평소 목소리의 ‘옥타브’를 높이는 일이 거의 없는 사람이다. 대중연설에서조차도 웅변조의 말투는 찾기 어렵고, 원고를 또박또박 읽듯이 말하는 스타일이다. 그런 그가 요즘 들어 부쩍 달라졌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할 때도 목소리 톤이 예전보다 높아졌다. 이총재를 겨냥해 쓰는 단어도 직설적이고 공격적인 것들이 많아졌다.

이 같은 변화는 지난 2월1일 한나라당 소속 의원 및 지구당위원장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연찬회’에서 비롯됐다. 대선후보 경선의 ‘규칙’을 만들기 위해 구성된 당내 중립기구 ‘선택2002준비위원회’(선준위, 위원장 박관용) 주최로 열렸는데, 당내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 국민참여경선제에 대한 의원들의 집중비판이 제기돼 선준위가 오히려 난감해져버린 자리였다. 박부총재가 국민참여경선제를 강력히 주장해 ‘선준위’에서 ‘국민참여를 원칙으로 한다’는 합의사항을 어렵게 끌어낸 직후였기 때문이다.

연찬회 도중 회의장을 박차고 나온 박부총재는 몹시 화난 얼굴이었다. 평상시 보수적인 남성의원들이 기자들이 보는 앞에서 노골적으로 비아냥거려도 신경도 쓰지 않을 뿐만 아니라 화내는 모습을 보인 적이 거의 없는 그였다.



박근혜의 분노


그는 회의장 밖에서 이총재를 ‘개혁대상’으로 지목한 후 이날 밤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거의 모든 언론사와 전화를 통해 인터뷰했다. “이대로 가면 대선에서 패배한다” “당 개혁도 않고 국민경선도 하지 않겠다면서 경선은 왜 하나” “차라리 이총재를 추대해라” “들러리 경선은 안하겠다” “경선을 포기할 수도 있다” “선준위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불참하겠다” “이총재가 직접 나서라” “이달 말까지 답을 내놔라” “이총재의 답을 들어보고 (거취를) 결정하겠다” “(탈당을 포함)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 그후 지금까지 10여 일 동안 박부총재의 강경 발언이 계속되고 있다.

박부총재의 거듭된 강공에 이회창 총재 측은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그 동안 “박부총재를 어떻게든 껴안고 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던 이총재 주변에서 강경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한 측근의원은 “이런 식으로 언제까지 끌려다닐 것이냐. 국민참여경선의 문제점을 지적한 다수 의원들은 바보냐. 이제 선을 그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측근은 “박부총재가 저런 식으로 이총재를 직접 공격하는데도 속수무책으로 밀린 채 방치한다면 다른 부총재들에 대해서도 통제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이들에게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당장 판을 깨는 식으로 나갈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김만제(金滿堤) 의원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본 다나카 외상 파문을 한나라당에서도 만들려고 하느냐”고 한 것은 이들의 고민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70%대를 구가하던 고이즈미 수상의 인기도가 다나카 외상 전격 경질 후 30%대로 급락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박부총재를 서투르게 다뤘다가는 ‘대세론’을 즐기고 있는 이회창 총재에게 치명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총재 측은 박관용(朴寬用) 선준위원장에게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는 선에서 사태의 원만한 해결 쪽으로 일단 가닥을 잡았다. 박부총재의 선준위 불참이 ‘경선불참→탈당’ 등 추가적인 ‘판 깨기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조정역할을 잘 해달라는 부탁이다.

‘제왕적 총재’라고까지 불릴 정도로 당내 1인자 자리를 확고히 구축하고 있는 이총재가 한 명의 계파의원도 거느리지 않은 박부총재에게 이처럼 ‘당해야’ 하는 배경은 무엇인가. 박부총재의 파괴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가 일탈할 경우 대선 판도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인가. 그의 독자적인 득표력은 어느 수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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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운 < 문화일보 정치부 기자 > rabbit@munhw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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