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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교류에 NLL은 없었다

한국이웃사랑회 방북단 동행 취재기

  • 신석호 <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 kyle@donga.com

민간 교류에 NLL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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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해교전이 발생한 6월29일 한국이웃사랑회(회장 이일하) 대표단 39명이 민간 차원의 인도적 지원사업을 위해 평양에 도착했다. 단일 민간단체의 방북으로는 최대 규모인 대표단은 지원 물품 모니터링 활동과 백두산 등반, 아리랑축전 관람 등의 일정에 따라 북한 이곳 저곳을 자세히 둘러볼 수 있었다. 남측에서는 서해교전으로 인해 전쟁의 기운이 감돌았지만 대표단은 융숭한 대접을 받으며 이산의 한을 달랬다. 동아일보 신석호 기자가 웃음과 눈물이 교차한 대표단의 4박5일을 동행 취재했다. <편집자>
7월2일 화요일 오전 11시 반 천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북한측 백두산 장군봉 정상. 1950년 고향인 함흥을 떠나 남하한 뒤 북녘 땅을 다시 밟아보지 못하고 지난해 12월 세상을 떠난 김설봉옹의 넋을 달래기 위해 작은 기도회가 열렸다.

열두 살 때 아버지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온 아들 남국(64·범아보험대행 이사)씨가 아버지의 영정을 꺼내들었다. 그 옆에 남국씨의 초등학교 동창생인 최기서(63·전 한보주택 사장)씨가 섰다. 최재화(51·성남제일교회)목사의 기도가 시작됐다.

“지난해 당신의 품에 안긴 어린 양이 이제 아들의 지극한 정성으로 백두산 정상에 올라 살아서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었습니다. 더 이상 이들과 같은 안타까운 이산의 한이 없도록 이 땅에 사랑과 평화를 내려주시옵소서….”

남국씨는 눈을 감고 조용히 울음을 삼켰다. 기도가 끝나자 기서씨도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쳤다. 그는 “내 친구는 효잡니다. 저는 아버지를 위해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했습니다”라며 먼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의 아버지도 북녘 땅을 그리다 세상을 버렸다.

김남국씨와 최기서씨는 각기 아버지가 생전에 고향을 방문할 수 있도록 애를 썼다. 그러나 정부에 낸 이산가족 상봉 신청은 번번이 기각됐다.

두 아버지가 떠난 뒤 두 아들이 북한을 방문할 기회가 우연히 찾아왔다. 북한측 민족화해협의회가 한국이웃사랑회의 대규모 방북단 입국을 허용한 것. 방북 목적은 1997년부터 이웃사랑회가 지원하고 있는 목장 5곳, 육아원 14곳, 병원 한 곳 가운데 목장과 병원을 방문해 지원한 물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

두 친구는 이웃사랑회와 함께 북한을 지원하고 있는 한국복지재단 후원회원 자격으로 이웃사랑회와 함께 고향 땅을 밟았다. 기도를 마친 남국씨는 백두산 장군봉 어딘가에 아버지의 유품 하나를 묻었다. 그것을 통해 백두산 천지의 기운을 받아 하늘에서도 늘 건강하시라고.

하늘에서 본 고향땅

북한을 방문한다는 사실에 대표단은 북한에 입국하기 전부터 몹시 흥분했다. 남국씨와 기서씨와 같은 실향민들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남국씨는 6월28일 인천국제공항에서부터 “이웃사랑회 같은 민간단체도 실향민들이 고향을 방문할 수 있도록 길을 마련해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안북도 철산이 고향인 김용상(62) 원주제일교회 목사도 “그저 실향민들에게 고향에 다녀오시라고 하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말했다. 물론 이산가족 상봉은 현재로서는 민간단체들이 할 수 없는 일임을 그들도 잘 알고 있었다.

북한에 들어가기 전 실향민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기자에게 털어놓았다. 우세근(48) 의정부신촌교회 목사는 중학교 3학년 때의 일을 기억한다. 황해도 옹진에서 태어나신 할아버지가 장손인 자신을 불러 두 시간 동안이나 고향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고향 마을 어귀에는 밤나무가 있고 우리 집 옆에는 언제나 맑은 물이 흘러나오는 샘이 있었단다.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지 모르지만….”

그렇게 장손의 기억에 고향을 심어준 할아버지는 다음날 아침 아무도 모르게 하늘나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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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호 <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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