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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현지 확인 취재

대북사업 창구로 부상한 ‘범태’의 정체

북한 외곽조직인가 믿지 못할 컨설팅회사인가

  • 최영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yj@donga.com

대북사업 창구로 부상한 ‘범태’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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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태평양조선민족경제개발촉진협회. 일명‘범태’는 북한이 대외사업을 하기 위해 새로 개설한 북한 정부의 외곽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의 모든 언론은 그렇게 보도했다. 통일부 관계자도 “최근 범태를 창구로 대북사업이 많이 이루어졌다. 이 단체는 지속성이 있는 북한의 대남기구가 분명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범태를 믿고 투자했던 한국 기업인들이 돈을 떼이고도 말을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 전말과 범태의 정체를 추적했다.
최근 북한의 ‘범태평양조선민족경제개발촉진협회(범태)’라는 비공식 기구가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나 ‘민족경제인연합회(민경련)’등 공식기구보다 더 자주 대남사업에 나서면서, 이 기구의 정체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범태가 주목받게 된 것은 4월29일부터 평양에서 열린 아리랑축전 참관을 희망하는 한국관광객 모집 업무를 주관한다고 발표하면서부터다.

북한은 지난 3월1일 아리랑 축전과 관련한 사전 취재를 허용한다는 방침도 범태가 베이징에서 운영중인 조선인포뱅크의 인터넷 사이트 www.dprkorea. com를 통해 밝혔다. 3월 초 범태는 국내 벤처기업인 (주)훈넷과 합작으로 조선복권합영회사를 세워 남북한 최초로 인터넷 복권 및 카지노 협력사업을 추진했다. 범태는 각종 남북경협사업뿐만 아니라 남측 인사의 북한 초청 문제에도 관여하고 있다.

미래연합 박근혜 의원의 방북도 북한측 초청 주체가 범태로 알려져 있다. 박근혜 대표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약속했다는 9월 초순 남북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경기도 유럽코리아재단이 북측의 범태와 구체적 일정을 합의한 것으로 되어 있다.

북한 대표하는 www.dprkorea.com 운영

범태에 대해 누구보다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북측과 사업을 하려는 경제인들이다. 이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북한실은 범태를 북한의 대외경제교류협력기관(정부, 외곽단체) 가운데 하나로 소개하고 있다. 북한의 공식적인 경제기구인 △무역성 △국제무역촉진위원회 △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회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민족경제협력연합회와 같은 반열에 놓고 있는 것이다. 범태에 대해 KOTRA 관련자료는 ‘1999년 4월 베이징(北京)에서 북한과 중국, 러시아, 미주 등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친북교역업자를 규합, 조직한 것으로 알려졌음. 기관의 성격이 모호하나 북한 당국으로부터 중국을 비롯 제3국내 각종 사업을 위임받은 것으로 추측됨. 2002년 3월 (주)훈넷과 합작하여 조선복권합영회사를 설립, 2002년 4월 베이징에서 제1회 조선컴퓨터소프트웨어전시회를 주최’라고 적고 있다.

범태가 운영하고 있는 ‘조선인포뱅크(www.dprkorea.com)’는 북한을 대표하는 공식 인터넷 홈페이지로 알려져 있다. 1999년 10월10일 개설된 이 홈페이지는 협회소개, 뉴스 리포트를 비롯해 △공지사항(북한 소개) △법규집 △주요업체 소개(대외협력업체) △산업정보 △문화광장 등 15개 항목에 걸쳐 북한의 경제, 사회, 문화, 체육 등 전반을 다루고 있다. 홈페이지 중에서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활동과 북한 소식을 곁들인 ‘뉴스 리포트’다. 대부분 노동신문 내용을 그대로 전재한 것으로, 김정일 위원장의 현지지도 활동을 사진을 곁들여 소개하며 북한 체제를 선전하고 있다. 산업정보란은 북한의 산업동향을 싣고 있다.

이 정도라면 ‘아태가 지고 범태가 뜬다’는 말을 들을 법하다. 그러나 최근 범태가 진행한 사업은 곳곳에서 구멍이 나고 있다. 가장 최근 사례는 지난 6월16일 평양 고려호텔에서 벌어진 연합예배 사건. 당시 한민족복지재단(이사장 최홍준 부산호산나교회 목사) 방북단 297명이 무비자 상태로 직항로를 이용해 북한에 들어갔다. 이 방북단을 북한에 데리고 간 초청자는 ‘범태’였다.

기독교신도가 대부분인 한민족복지재단측은 범태측과 6월16일 오전 10시 평양 봉수교회와 칠골교회에서 연합예배를 열기로 합의하고 이를 방북합의문에 적시했다. 하지만 6월16일 당일 북한측은 “범태는 공화국의 공식단체가 아니므로 범태와의 합의내용을 인정할 수 없다”면서 “아리랑축전 참가를 위해 초청장을 발부했으니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비자를 내줄 수 없다. 돌아가라”고 주장했다. 이 소동은 방북단의 집단 금식 기도와 북측의 부분 양보로 큰 충돌 없이 마무리되었으나 범태의 신뢰성에 크게 흠집을 냈다. 북측이 범태가 공화국의 공식단체가 아니라고 주장한 것이다.

범태가 추진했던 대표적인 사업은 2001년 8월31일부터 9월3일 사이 베이징에서 열린 상품박람회와 올해 4월 베이징에서 개최된 조선컴퓨터소프트웨어 전시회다. 하지만 두 사업 모두 제대로 치러지지 않았다. 베이징 상품박람회는 공작기계, 의류, 그림, 도자기 등 북한 상품들이 전시되었으나 상품 질이 조악했던 탓인지, 한국을 포함한 외국기업들이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한국 기업들이 참여했다고 해도 얻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박람회를 통해서 신용장(L/C)을 받는 것도 아니었고 박람회 실무도 중국측이 대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태를 끼고 주문을 하더라도 상품에 문제가 있을 경우 클레임을 걸 수 있는 법적 보장책이 전혀 없었다. 조선컴퓨터소프트웨어 전시회도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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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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