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집중분석

‘노’라고 말하는 참모가 세상을 바꾼다

지도자와 명참모, 그 오묘한 관계

  • 이철희 정치평론가

‘노’라고 말하는 참모가 세상을 바꾼다

1/10
  • 우리는 역사라는 무대에 나선 숱한 배우들을 기억한다. 영웅호걸들이 출연한 장쾌한 드라마의 이면에는 그들을 움직인 숨은 조력자들이 있다. 탁월한 지도자들을 도와 역사를 움직인 명참모들. 그들은 자신들이 모시는 지도자들을 통해 어떤 이상을 펼치려 했을까. 대통령 선거를 맞는 우리 정치권이 기대하는 바람직한 참모상은 무엇일까.
재미있는 퀴즈 하나.

삼국지의 영웅 조조, 명나라를 연 풍운아 주원장, 단종애사를 통해 집권한 패왕 세조. 이들의 공통점은 뭘까? 답은 역사에 있다. 기록에 의하면, 이들이 어느 순간 누군가에 대해 같은 말을 했다는 것이다. “그대가 나의 장자방이다.” 조조에게는 순욱이, 주원장에게는 유기가, 세조에게는 한명회가 장자방이었다. 그들이 훌륭한 참모를 만나 ‘드디어 나도 장자방을 얻었다’고 희희낙락한 것은 장자방이라는 이름으로 상징되는 ‘능력 있는 참모’의 역할이 지도자의 성공에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말해주는 것이다.

역사 속에서 지도자가 성공하게 되는 요인은 여러가지다. 불굴의 의지, 출중한 외모, 유창한 언변, 넉넉한 친화력, 카리스마 등등. 더러는 운이 좋아 성공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가장 기본적인 것은 지도자의 리더십과 참모의 역량이다. 지도자는 비전과 정치력을 겸비한 리더십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역사적으로 성공한 지도자들은 주어진 조건에 만족하지 않고 일견 불가능해 보이는 창조적 상상력, 즉 비전을 제시했다. 또 막스 베버의 말처럼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얻은 힘, 즉 정치력으로 비전을 실현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성공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 성공의 이면에는 반드시 훌륭한 참모들이 있었다.

강태공, 관중, 장량(장자방), 소하, 제갈공명, 순욱, 야율초재, 유기, 정도전, 한명회…. 이들은 한 시대를 풍미하고, 성공을 만들어낸 명참모들이다.

지도자 설득할 줄 아는 참모

지도자와 참모가 성공의 역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하나의 조건이 필요하다. 즉, 지도자는 참모를 ‘활용’할 줄 알아야 하고, 참모는 지도자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이 활용과 설득의 변증법이 성공의 요체다. 지도자의 성패는 참모를 제대로 활용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지도자는 때로 참모의 동지, 친구, 아버지, 아들, 장군, 이웃이 됨으로써 참모들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야 한다.

참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참모의 성공 여부는 지도자의 성패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한 발 먼저 시대와 흐름을 읽고, 아이디어를 지도자가 수용하도록 설득함으로써 지도자를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끔 해야 한다.

모든 책임을 지도자 한 사람에게 돌려버리면 편하긴 하나 많은 것을 놓치게 된다. 물론 실패의 궁극적인 책임은 당연히 지도자에게 귀속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성패의 원인에 대해 참모의 역할 그 자체에 포커스를 맞추고 꼼꼼하게 따져보는 것도 실용적 가치가 적지 않다. 그들의 사례는 오늘과 내일의 성공을 위한 나침반이 될 것이다.

장자방(장량)이 누구인가? 그는 건달 유방을 도와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의 항우를 제압하고 한(漢)왕조를 연 창업공신이다. 유방은 장량에 대해 “진중에서 계략을 꾸며 승리를 천리 밖에서 결정지었다”고 평가했다. 사마천의 기록에 따르면, 용모가 여인 중에서도 미녀 같았던 장량은 전국시대 7웅(雄)의 하나인 한(韓)나라에서 역대로 재상을 지낸 집안의 사람이다. 장량이 유방을 도운 것은 사실 한나라를 멸망시킨 진시황제에게 복수하기 위해서였다.

장량이 유방을 도운 사례는 수없이 많다. 주목할 것은 장량이 유방을 보좌한 방식이다. 급할 때 장량은 유방이 식사중이라도 거침없이 들어가 진언했고, 식탁에 있던 젓가락을 들고 이것 저것 가리키면서 알기 쉽게 설명했다. 사기(史記)에 남아 있는 분명한 사실이다. 장량에게 또 하나 돋보이는 점이 있다. 그는 유방을 둘러싸고 있던 고향 출신 패거리들(소하, 조참, 주발 등) 이른바 ‘패(沛)마피아’와 갈등을 일으키지 않았다. 한나라 건국 후 패마피아를 제외하곤 거의 모든 공신들이 팽(烹)당할 때 장량만은 살아남을 만큼 누구에게나 호감을 샀다. 들 때와 날 때를 알았기 때문이다. 사기에 장량은 병약했다고 적고 있다. 병약했기에 주위의 시기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독주할 수 없었거나, 아니면 병약함을 핑계로 주위의 질시를 적절하게 비켜나갔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기록이다.

장량이 단순히 전투에서 이기는 계책만을 알고 있던 모신(謀臣)이 아니라는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 장량의 진면목, 즉 경세가 혹은 전략가로서의 면모가 드러나는 이야기가 있다. 유방이 항우를 앞질러 관중에 입성했을 때다. 그때까지 항우에 비하면 세력이 미미하기 짝이 없었던 유방으로선 실로 처음으로 맞는 큰 승리였다. 관중에 먼저 들어가는 쪽에게 관중왕의 칭호를 주겠다는 진나라 회왕의 말을 생각하면 천하를 얻은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었다.
1/10
이철희 정치평론가
목록 닫기

‘노’라고 말하는 참모가 세상을 바꾼다

댓글 창 닫기

2018/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