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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두시론

정치인들이여! ‘商道’를 지켜라

네거티브 캠페인에 나라 결딴난다

  • 글: 서병훈

정치인들이여! ‘商道’를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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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를 불과 3개월 정도밖에 안 남겨두었지만, 올해만큼 민심이 어수선한 경우는 전례가 없다. 이렇게 냉담할 수가 없다. ‘노풍(盧風)’인지 뭔지 정신없이 치솟았다가 이렇게 대책없이 곤두박질치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나라를 맡겨도 될지 어떨지 검증도 해보지 않은 무소속 국회의원 한 사람의 동향에 온 정치판이 요동치는 것에 대해서는 더 할 말도 없다. 이 와중에 제1당의 대통령후보는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병풍(兵風)’의 향방에 숨을 죽이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대통령후보로 누가 나설지조차 확언할 수가 없다. 신생 독립국도 아니고, 명색이 선진국 대열을 넘본다는 나라인데 국가 체면도 말이 아니다.

그러나 정작 더 심각한 것은 따로 있다. 이념과 정강을 앞세워 유권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야 마땅할 대통령선거가 상대방에 대한 음해와 흠집내기로 일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차피 국민으로부터 인기 끌기가 승리의 관건이라면 어느 정도 상대 후보에 대한 비판과 공격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그것도 정도 나름이다. 아무리 정치판이라 하지만, 상식과 불문율은 지켜져야 한다. 지나간 세월 동안, 한국 정치는 이 정도의 염치는 유지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그것도 다 사라지고 말았다. 흉년이 심하다고 종자까지 꺼내 먹을 수는 없는 법이다. 작금의 한국 정치인들에게는 그 정도의 양식(良識)과 금도(襟度)를 기대할 수가 없다.

슘페터(Schumpeter)가 말했듯이, 민주주의란 유권자의 마음을 사는 사람이 정권을 잡는 정치제도다. 그것은 마치 장사하는 사람이 소비자에게 요령껏 물건을 팔 수 있어야 돈을 버는 것과 같은 논리다. 그래서 우스갯소리지만, 에스키모에게 냉장고를, 사막지대의 사람에게 난방기를 구입하도록 설득할 수 있어야 유능한 영업사원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도덕성을 결여한 상술은 오래갈 수가 없다. 이글루 안에서 냉장고가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은 한두 번의 경험만으로 단번에 알 수 있다. 시장은 그런 얄팍한 장사꾼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래서 생산자도 살고 소비자도 유익을 얻는 상도(商道)가 중요한 것이다.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도 크게 보면 세일즈맨이다. 유권자에게 자신의 정치적 상품을 팔아서 표를 얻고자 한다. 나라살림을 이렇게 바꾸겠다, 나를 뽑아주면 당신들에게 이런 혜택이 돌아간다, 그러니 (좋은 상품인) 나를 선택하라, 이것이 정치세일즈맨인 정치인이 할 일이요, 선거전술이 되어야 한다. 이런 의미의 포지티브 캠페인이 민주정치를 살찌우는 영양제임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정치판의 공정거래위원회는 없는가

무릇 물건을 파는 사람은 자신의 제품이 성능면에서 어떻게 우수하고 가격면에서 어떻게 유리한가에 대해 집중 선전해야 한다. 그것이 상식이다. 다른 제품에 대해 험담을 늘어놓은 뒤, 자기 물건을 사라고 한다면 세일즈맨으로서 자격이 없다. 그런 광고를 하면 공정거래위원회가 가만히 있지 않는다. 건전한 상거래질서를 해치기 때문이다. 그에 앞서 소비자가 용납하지 않는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소비자가 눈을 부릅뜨고 있어야 시장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내가 이러이러한 비전과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 나에게 국정을 맡겨달라고 호소해야 한다. 만일 상대 후보가 이러저러한 약점이 있으니 나를 뽑아달라고 한다면, 정치인으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 정치에서 공정거래위원회 역할을 해줄 공의로운 기관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눈을 부릅뜬 유권자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이것이 한국 정치를 파탄의 수렁으로 내모는 중요한 변수들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하자.

더 중요한 것은, 그런 네거티브 캠페인도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 남을 욕해서 그 반대급부를 얻고 싶은 생각이 왜 안 들겠는가. 그러나 그것도 일정한 한계를 지녀야 한다. 정도가 지나치면 사람이 추해진다. 자신만 추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를 혼탁하게 만든다. 그래서 나라 기강이 제대로 잡혀있는 곳에서는 부끄러워서, 아니 실속이 없어서라도 네거티브 캠페인이 발을 못 붙인다. 하더라도 양념 정도이지, 그것을 주식으로 삼지는 않는다.

이 글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그런 상식이 한국 정치에서는 전혀 통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 거론되는 대통령후보라든지 각 정당이 어떤 종류의 포지티브 공약을 내놓고 있는지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 대신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 공격이 선거전의 본체가 되고 있다. 자연 사람들이 치사하고 옹졸해질 수밖에 없는데, 어린아이들을 포함해서 국민 전체가 그런 오물을 함께 뒤집어쓰고 있는 형국이다.

그래도 이것까지는 참을 수 있다. 정말 참을 수 없는 것은 막연한 개연성에 입각해서 소설 쓰듯 작문을 할 뿐 아니라 심지어는 없는 말을 지어내기까지 한다는 점이다. 이런 작태를 네거티브 캠페인이라는 말로 포장을 하면 그 말의 본 뜻을 왜곡시키는 것이다. 네거티브 캠페인이란, 점잖은 처지에서는 할 일이 아니지만 (상황이 급하다보니 할 수 없이), 상대방의 약점을 드러내보이는 선거전술이다. 그래서 엄밀히 말하면 선거전술 치고는 하지하(下之下)에 속하는 것이 네거티브 캠페인인 것이다.

그런데 한국 정치판에서는 이 정도가 아니다. 상대방의 약점을 공격하는 것은 기본이요, 거짓말까지 만들어내서 유포시킨다. 그 어느 조직에서도 유례가 없을 정도의 반도덕적, 반인륜적 음해가 정치인들을 통해서, 그리고 그들을 향해서 만들어지고 있다. 정치란 무릇 세상을 바르게 한다(政者正也)는 그 포부가 무색할 지경이다. 이것을 네거티브 캠페인이라는 말로 규정하면 그 본질이 변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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