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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둑한 이회창 텅텅 빈 노무현 꽁꽁 맨 정몽준

대통령선거와 돈

  • 글: 김기영 hades@donga.com

두둑한 이회창 텅텅 빈 노무현 꽁꽁 맨 정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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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잔치가 시작됐다. 옛날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대선은
  • 엄청난 돈이 필요한 최대의 정치행사다. 자본주의 정치에서 돈의 위력은 만만치 않다.
  • 여야 후보들의 또다른 정치력, 대선자금 움직임을
  • 추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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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를 돈으로 치르던 시대는 갔다고들 말한다. 미디어선거가 본격화되면서 돈보다는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아이디어와 기획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들 한다. 1997년 대통령선거는 미디어선거 시대를 여는 계기였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하지만 미디어 선거라고 돈 없이 치를 수는 없다. 아이디어는 거저 나오는 게 아니다. 돈이 승부를 결정짓는 시대는 지나갔지만 돈 없이 승리를 얻을 수 없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여야 대선주자들은 어떻게 돈 문제를 해결하고 있을까. 다가올 대선에서 돈은 어느 정도 위력을 떨칠까.

1992년 대선 때까지도 후보들은 무개차에 올라타고 전국을 돌아다녔다. 하루에 5~6차례 지역유세를 강행하는 빡빡한 체력전을 전개했다. 후보가 등장하는 정당연설회에는 으레 청중이 동원됐고 이들에게는 일당과 향응이 제공됐다.

돈상자를 실은 트럭

지역활동비 명목으로 지구당에 지급되는 돈도 어마어마했다. 돈선거가 극성을 부렸던 1992년 대선 때는 1만원권 현찰이 담긴 과일상자 수백개가 화물트럭에 실려 지역으로 배달되는 광경도 볼 수 있었다. 돈이 지급되지 않으면 지역책임자들이 움직이지 않았고 선거 때면 중앙에서 내려오는 자금으로 한밑천 챙기는 게 지역 정치인들의 ‘수익모델’이었다.

과거 대선에서는 각 후보가 수천억원의 천문학적 선거자금을 살포했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일부 후보진영의 선거자금 실체가 드러나기도 했는데 대표적 사례가 1992년 대선 때 김영삼(金泳三) 후보 캠프의 선거자금 규모였다.

1998년 4월 ‘주간동아’의 전신 ‘뉴스플러스’는 ‘대통령선거자금 운용계획(안)’과 ‘제14대 대통령선거 자금 결산보고’라는 두 가지 문건을 공개했다. 작성 주체는 당시 집권여당이던 민주자유당. 대선을 전후해 작성된 두 문건은 각각 대선자금운용을 위한 예산안과 결산안이었는데, 이 문건에는 1992년 대선에서 김영삼 캠프가 사용한 선거자금 규모가 고스란히 실려 있었다.

문건에 따르면 ‘자금운용 계획’에 따라 민자당은 선거기간에 총 3176억900만원이라는 거액의 선거자금을 조성했는데, 이 가운데 김영삼 전대통령이 민자당에 내놓은 돈만 308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조성한 자금 가운데 민자당이 사용한 대선자금은 3034억4000만원, 쓰고 남은 돈만 141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92년 대선을 마치고 민자당이 선관위에 신고한 선거자금은 284억8000만원, 당시 법정 선거비용인 367억여원에도 못미치는 액수다. 하지만 이는 선거기간에 사용된 자금이고 선거기간 전, 그리고 비공식적으로 집행된 선거자금은 법정선거자금 한도액을 10배 가까이 초과하는 금액이었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3000억원이 넘는 거액이 선거에 쓰였는지를 의아해 하는 이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당시 YS는 평생의 경쟁자인 김대중 후보와, 현대그룹을 배경으로 막강한 자금을 원군삼아 출마한 정주영 후보라는 두 거물과 맞서야 했다. 자연히 쓸 수 있는 돈은 최대한 끌어 쓰며 총력전을 펼쳐야 했던 것이다.

이처럼 돈으로 선거를 치르는 관행은 그 뒤로도 한동안 이어졌다. 문민정부 시절, YS의 정치자금 수수거부 선언을 비웃기라도 하듯, 돈 선거는 극에 달했다. 대통령선거 뿐 아니라 국회의원 선거, 자치제선거 때도 거액의 비자금이 살포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신동아’는 문민정부 시절, 선거와 돈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경합지역 판세 및 지원방안’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입수했다.

A4 용지로 100여장에 달하는 이 문건은 YS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1996년 15대 총선을 앞두고 전국 선거구 가운데 접전 지역을 선정, 지역 상황과 지원 방안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았다. 이 문건에는 전국에서 경합 선거구 101곳을 선정해 이를 A(최우선적으로 집중지원이 필요한 선거구), B(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선거구), C(지원이 필요한 선거구) 등 3개 지원등급으로 나누어 놓았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들 지원 대상 선거구에 대한 구체적 지원방안이 한결같이 ‘자금지원’이라는 점이다. 당시 집권당인 민자당이 아닌, 청와대 차원에서 자금지원방안을 내놓았다는 것은 당에서 지원하는 공식 선거자금 외에 별도의 정치자금이 선거지원 명목으로 뿌려졌을 가능성을 암시한다. 실제 1996년 총선 때 강삼재(姜三載) 당시 사무총장 주도로 안기부 자금 가운데 1197억원을 비공식적으로 총선 후보들에게 지원한 것과 관련, 이 문건에 나타난 지원방안과 어떤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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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기영 had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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