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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둑한 이회창 텅텅 빈 노무현 꽁꽁 맨 정몽준

대통령선거와 돈

  • 글: 김기영 hades@donga.com

두둑한 이회창 텅텅 빈 노무현 꽁꽁 맨 정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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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에서 돈이 구체적으로 어떤 비중을 차지하는지 문건에 등장하는 후보들의 현황과 선거전략, 그리고 지원방안 등을 세세하게 따져보자.

서울이 지역구인 청와대 비서관 출신의 한 후보. 그의 지원등급은 A인데 지원방안 란에는 ‘충분한 자금 지원(당 외 지원 필요)’이라고 기록돼 있다. 정당에서 공식 지원되는 돈 이외에 별도의 자금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아래에는 ‘각하 관심 표명’이라는 대목이 있는데 YS가 관심을 갖고 있으므로 유의하라는 뜻이다. 이 후보는 학생운동권 출신으로 깨끗하고 개혁적인 이미지가 장점이었지만 문건에는 그런 장점을 살리라는 식의 ‘구태의연한’ 표현은 없었다. ‘충분한 자금’이면 당선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역시 서울 어느 지역의 재야 출신 후보, 그의 지원등급도 A인데 ‘충분한 자금지원’을 최우선 지원방안으로 적시하고 있다. 검사 출신 인사가 출마한 서울의 또 다른 선거구. 이 후보의 지원등급은 B인데도 역시 최우선 지원방안은 어김없이 ‘자금 지원’이었다.

이런 식으로 전국의 경합지역 후보들에 대한 지원책을 열거하면서 자금지원을 최우선에 놓고 있다. 적어도 YS정권하에 치러진 선거에서는 사용된 돈의 규모가 당락을 가르는 결정적 요인이었던 것이다.

돈이 넘쳐나던 선거풍토는 1997년 대선에 이르러 바로잡아지는 듯했다. 본격적으로 미디어선거가 시작되면서 전국을 돌며 유세전을 벌이던 관행이 많이 고쳐졌다. 후보가 직접 TV에 나와 국민들에게 공약과 정견을 얘기하는 방송연설과 TV토론이 선거전의 메인 테마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선거기간, 이회창 후보와 김대중 후보는 각각 11차례의 방송연설을 했고 3차례 TV토론에 참여했다. 선거기간 대부분을 방송연설과 토론준비로 보냈다. 과거처럼 지방을 순회하며 청중을 동원하고 후보와 지지자들이 사자후(獅子吼)를 토하던 전통적 선거유세는 차츰 사라져갔다.



선거방식이 이렇게 바뀌면서 수천억원씩 들던 선거비용이 크게 줄어들었다. 비용대비 효과 면에서도 과거 유세중심의 선거는 비효율적이었다. 들인 돈에 비해 효과도 크지 않았다. 미디어선거의 정착은 확실히 적은 노력으로 많은 유권자 앞에 후보를 드러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돈선거 대신 미디어선거가 등장한 이면에는 불가피한 사연도 있다. 1993년 실시된 금융실명제와 이후 마련된 돈세탁방지법, 선거자금 모금액수와 과정을 명시한 선거관계법의 등장으로 과거처럼 공공연히 검은돈을 모으고 쓸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결국 미디어선거는 돈이 ‘궁해진’ 정치권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셈이다.

그렇다고 정치자금의 효용성이 떨어진 것은 아니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선거라는 ‘전쟁터’에 정치자금, 즉 ‘실탄’ 없이 맨몸으로 나설 수는 없는 노릇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한 이번 대선의 법정 선거비는 350억원 가량. 그러나 과거 대선자금의 10분의 1에도 못미치는 이 정도 규모의 돈을 놓고도 정치권은 희비가 엇갈린다. 여유를 부리는 곳도 있지만 이 돈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해 애태우는 쪽도 있다.

우선 한나라당은 대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돈 걱정’은 그리 안 하는 분위기다. 한나라당 이재현 재정국장은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것처럼 그렇게 돈이 여유롭지는 않다”고 말문을 연 뒤 “이번 선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곳은 방송과 신문의 광고비다. 방송과 신문의 광고료가 지나치게 비싸서 부담스럽다. 신문과 방송이 광고료를 깎아주지 않으면 모든 매체에 골고루 광고를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국장은 “1997년에도 돈이 모자라 이회창 후보가 집을 팔지 않았는가. 이번은 그때보다는 나은 편이지만 결코 넉넉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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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기영 had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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