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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DJ 비자금 수사’ 축소은폐 시도했다”

DJ 정부 5년간 미 도피중인 임춘원 전 의원 직격 인터뷰

  • 글: 엄상현 gangpen@donga.com

“검찰, ‘DJ 비자금 수사’ 축소은폐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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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S, (대통령)당선 직후 CBS TV사업권 허가 약속 “휴지처럼 버렸다”
  • ●1997년 대선 10여일 전 현 정부 고위층 인사 평양에 있었다
  • ●1980년대 말 DJ 정치비자금 ‘태극당’에서 문익환 목사 등 재야인사들에게도 전달
  • ●1989년 3월 노태우 중간평가 유보 조건으로 받은 자금, 중앙당과 의원들에게 300만원씩 떡값으로 분배
  • ●검찰, ‘DJ 비자금 수사’ 때 “진로에서 받은 5억원 DJ가 아닌 당에 주었다고 하면 봐주겠다”고 약속했다
“검찰, ‘DJ 비자금 수사’  축소은폐 시도했다”

미국 뉴욕 자택에서의 임춘원 전 의원

정치권만큼 비밀이 많은 곳도 없다. ‘비밀회동’ ‘밀담’ ‘이면각서’ ‘뒷거래’ 등 무수히 많은 비밀스런 단어가 정치판에 난무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이런 단어들은 이제 ‘정치전문용어’나 다름없이 돼버렸다.

역으로 정치권에 통용되는 ‘진리’가 하나 있다. ‘영원한 비밀은 없다’는 것. 때가 되면 ‘비망록’ ‘회고록’ ‘비화’ ‘비사’ 등의 이름으로 그동안 감춰지고 숨겨졌던 비밀들이 쏟아져 나온다. 아니면 ‘폭로’나 ‘폭탄선언’으로 터져 나오기도 한다. 대통령 선거를 앞에 둔 지금이 바로 그런 때다. 물론 때가 돼서 나오는 ‘과거의 비밀’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 그 속엔 그만한 이유와 까닭이 숨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1992년 ‘DJ와 결별’을 선언하기 전까지 DJ의 ‘자금 관리책’으로 통했던 임춘원 전 의원(林春元·64·3선의원). 현 정권 들어서자마자 사기혐의로 지명수배돼 미국에서 도피생활을 하고 있던 그가 때를 맞춰 ‘신동아’를 통해 입을 열었다. 자신을 매도하고 탄압했다고 여기는 DJ와 현 정권을 향해…. 과연 그의 ‘노림수’는 뭘까.

“다시는 김대중 같은 부도덕한 인간이 정권을 잡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국민들이 진실을 알아야 할 때 모든 것을 밝히겠다.”

지난 8월20일 미국 LA. 현지 한인방송인 ‘라디오코리아’에서는 한동안 모습을 감췄던 임춘원 전 의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차분히 가라앉아 있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깊은 회한과 분노가 복잡하게 뒤엉켜있는 듯했다.

이날 임 전 의원의 인터뷰 내용은 DJ에 대한 비난 일색이었다.

“대우는 김대중씨를 가장 많이 도와준 기업이다. 그런데 (김대중은)조금 도와주는 척하다가 파멸시켰다. 결국 보복을 당할 것이다.”

임 전 의원은 그러나 새로운 구체적인 사실관계나 물증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조만간 때가 되면 말하겠다”며 추가폭로를 시사하는 선에서 그쳤다. 다분히 개인적인 감정이 뒤섞였을 뿐만 아니라 추측을 근거로 한 의혹제기에 불과했던만큼 그의 인터뷰는 국내 언론에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그로부터 50여일이 지난 10월12일 임 전 의원은 또다시 뉴욕에서 LA로 건너와 한인방송을 통해 ‘김대중 대통령에게 드리는 글’을 발표했다. 다음은 글의 일부다.

“이제는 모든 짐을 벗어버려야 합니다. 두 아들을 감옥에 버려두고 국정에 전념할 수 없는 현실은 우리 국민들에게 누가 될 것입니다. 국무총리에게 국정을 맡기고 국민 앞에 죄송하다는 말씀을 행동으로 보일 때입니다.”

임춘원 한나라당 막후거래 의혹

이는 사실상 김 대통령의 하야(下野)를 요구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와 함께 모든 의혹들에 대한 특별검사와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금은 황당하고 무모한 요구다.

그동안 언론을 통해 알려진 임 전 의원의 행보를 보면 그가 이런 돌출발언과 행동을 한 이유를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1992년 14대 총선에서 DJ의 공천을 받아 민주당(평민당 후신) 지역구(서대문을)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3선 의원이 된 직후 임 전 의원은 탈당을 선언했다. 사실상 DJ와 결별을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해 대선 때 그는 YS의 당선을 위해 뛰었다.

다시 1997년 대선 때는 ‘반DJ’ 진영에 서서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비쳤다. 임 전 의원은 대선을 2개월 남짓 앞둔 10월7일, 반DJ인사들 모임인 ‘한길연구회’에 자금을 대고 발기인으로도 참여했다.

특히 대선 직후 최대 이슈였던 ‘북풍(北風)공작’에 그가 등장했다. 선거 1주일 전인 12월13일. 재미동포 김영훈 목사 일행이 일본 도쿄 제국호텔에서 ‘북한 조선사회민주당 김병식 위원장이 DJ에게 보내는 편지’를 공개하는 기자회견 자리에 합석했던 것으로 언론에 보도됐던 것이다. 그 후 ‘북풍공작’ 사건에 임 전 의원이 개입했다는 것은 지금까지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당시 ‘김병식 편지사건’은 1998년 3월 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감찰팀의 자체조사에 이은 검찰 수사에서 안기부에 의한 공작이었던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임 전 의원이 대선을 앞둔 지금 또다시 DJ를 공격하고 나선 것은 그동안 그의 행보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특정 후보를 위한 ‘의도적인 정치공세’라는 오해를 살 여지도 크다. ‘DJ에 대한 공격’은 곧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돕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실제로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나라당 측에서 임 전 의원을 비밀리에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모 의원은 얼마 전 기자에게 “우리측에서 임 전 의원에게 메신저를 보낸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 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접촉사실을 시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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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엄상현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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