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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극비 제안 “정몽준을 해외로 내보내라”

대선 최대 드라마 ‘單風’ 막전막후

  • 글: 김기영 hades@donga.com

한나라당 극비 제안 “정몽준을 해외로 내보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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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새벽 이 전의원은 시내 호텔 사우나로 정대표를 찾아갔다. 합의안대로 여론조사를 해도 정대표에게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이 전의원의 얘기에 정대표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협상을) 깨세요. 그걸로는 안 됩니다.”

정대표가 상황을 비관적으로 본 이유는 지난밤에 보고받은 4개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 협상 직전까지 정대표는 노후보에 앞서 줄곧 2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1차 협상안이 타결된 직후 공개된 4개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노후보에게도 뒤져 3위로 처진 것으로 나타나자 정대표는 큰 충격을 받았던 것이다. 이 상태로 TV토론을 하고 여론조사를 실시할 경우 패배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던 것이다.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은 이 전의원은 협상 파트너였던 이해찬 의원을 찾아 “여론조사 방식 유출책임과 역선택 방지장치문제로 협상이 깨질지도 모른다”며 민주당측의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이에 이의원은 “그렇다면 빨리 대책을 마련해야지요”라며 맞장구를 쳤다.



그런데 그로부터 30분 뒤, 민주당 기자실에서는 예상 밖의 얘기가 흘러나온다. 민주당 관계자의 입을 통해 “협상안에 대해 양측에 별다른 오해가 없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한쪽에서는 사태가 심각하다며 새벽부터 부산을 떨었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정반대의 반응이 나온 데는 민주당과 국민통합21 사이의 또 다른 대화채널이 개입해 혼선을 빚었기 때문이었다. 그 주인공은 민주당 김한길 미디어본부장과 통합21 신낙균 최고위원이었다. 신최고위원과 전화통화를 한 김본부장이 “통합21의 문제제기가 심각한 수준은 아닌 것 같다”고 보고함에 따라 민주당은 사태를 느긋하게 보았던 것이다.

하지만 통합21의 공세는 거셌다. 여론조사 방식이 유출된 만큼, 한나라당 지지자의 역선택을 막을 안전장치를 만들자고 요구했다. 아울러 유출 책임이 있는 민주당의 사과를 촉구했다. 후보등록일이 임박했는데 단일화 절차에는 제동이 걸렸고 대화채널은 잠깐이지만 끊어지고 말았다.

이때 양측의 연락창구로 나선 이가 민주당의 신계륜 후보비서실장과 통합21의 민창기 전 홍보위원장이었다. 이제 단일화는 노후보의 결단 없이는 불가능한 작업. 따라서 노후보 비서실장인 신의원이 불가피하게 민주당 쪽에서 총대를 멘 것이다.

민창기 전위원장은 11월15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단일화 합의 발표 이후, 역사적 사진으로 남을 노-정 두 후보의 소주 ‘러브샷’을 제안했던 인물. 그는 어떻게든 단일화의 명맥을 이어가야 한다는 생각에 연락창구를 자임했고 이후 국민통합21의 2차 협상단장을 맡게 된다.

점심식사를 겸한 첫 대면 자리에서 두 사람은 소주를 맥주 글라스에 따라 각각 4잔씩 나눠 마셨다. 신의원은 고려대 법대 74학번, 민 전위원장은 고려대 정외과 56학번이다. 18년 차이를 뛰어넘어 고려대 동문이라는 이유 하나로 두 사람은 ‘고려대식’ 의기투합을 했던 것이다. 민 전위원장은 신의원에게 이렇게 말했다.

“易地思之 합시다” 의기투합한 두 사람

“역지사지(易地思之)하자. 이제부터 나는 민주당의 협상대표라고 생각하겠다. 반대로 신의원은 국민통합21의 협상대표라고 생각해라. 서로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고 판단하면 못 풀 문제가 없을 것이다.”

이 얘기에 신의원은 눈시울이 붉어질 정도로 감동했다. 두 협상단장이 이렇게 의기투합함으로써 그날 이후, 날짜로는 3박4일, 36시간이 걸린 마라톤협상은 숱한 결렬의 위기를 넘겨가면서 최종 종착점에 무사히 이르게 된 것이다.

두 사람이 처음 알 게 된 것은 1970년대. 신의원이 대한축구협회에 잠시 근무했는데, 장덕진 당시 회장과 가깝던 민 전위원장이 협회에 가끔 들르면서 인사를 나눴다고 한다. 두 사람은 서로를 “신의원” “민선배”로 불렀다.

협상을 앞두고 두 사람은 2차례 개별접촉을 가졌지만 회담 시간의 3분의2는 회의주제와 무관한 얘기를 나눴다. 대학시절, 두 사람의 사회생활 경험 등등.

2차 협상은 11월20일 밤부터 시작됐다. 민주당측에서는 신의원과 김한길 미디어본부장, 그리고 여론조사 전문가인 홍석기 전 기획실장이 협상대표로 나섰다. 국민통합21에서는 민창기 전위원장을 단장으로 김민석 전의원과 김행 대변인이 나섰다.

국민통합21 협상단에 김 전의원의 이름이 들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민주당은 긴장했다. 김 전의원은 불과 두 달 전 민주당에서 국민통합21로 넘어간 인물. 그가 협상대표로 나오는 게 달가울 리 없었던 것이다. 김 전의원은 누구보다 민주당의 사정을 잘 아는 사람 아니던가.

협상 장소는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 10층 스위트룸. 첫날 밤을 꼬박 새 설문의 핵심 문항을 만들었다. 그리고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역선택 방지안은 ‘최근 2주일 동안 조사한 이회창 후보 지지도 결과의 최저치 오차범위 하한선’으로 정했다.

설문 항목의 쟁점이 해결되면서 협상은 마무리단계에 접어드는 듯했다. 합의문 타이핑 작업이 이뤄졌고 양측 협상대표의 서명만 남겨둔 상황이었다.

21일 아침 두 진영은 각각 노후보와 정대표에게 결과를 보고했다. 노후보는 “수고했다”는 짧은 대답으로 협상안을 추인했다. 하지만 정대표에게 전화를 건 김민석 전의원은 오랫동안 수화기를 붙잡고 있어야 했다. 협상안에 대한 정대표의 불만이 수화기 저편에서 쏟아졌다. 설문 문항에 ‘경쟁력’이라는 단어가 반드시 들어가야 하며 역선택을 방지할 안전장치도 미흡하다는 것이었다.

정대표는 역선택 방지를 위해 이후보의 지지도를 최근 조사 가운데 최저치에서 평균치로 바꿀 것과 여론조사 실시 시간을 TV토론 다음날인 토요일 오후 1시부터 할 것 등을 요구했다.

합의문 작성을 마치고 기자회견을 위해 면도하고 옷까지 갈아입은 협상단은 정대표의 문제제기에 다시 짐을 풀어야 했다. 오전 10시로 예정됐던 기자회견은 11시 반으로, 다시 오후 3시로 연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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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기영 had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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