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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정부 5년, 얻은 것과 잃은 것│사회복지

어설픈 선진모델 모방, 그래도 길은 닦았다

  • 글: 김연명 중앙대 교수·사회복지학

어설픈 선진모델 모방, 그래도 길은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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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대중 정부 5년 동안 사회복지정책은 그 변화만큼이나 많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직장과 지역 의료보험통합에 이은 의약분업 등 개혁정책은 이해당사자들의 거센 반발과 건강보험 재정파탄을 초래하는 등 많은 부작용을 빚었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의 사회복지정책은 그 어떤 정권보다 양적·질적 팽창을 이끌어냈다는 긍정적 평가가 우세하다.
어설픈 선진모델 모방, 그래도 길은 닦았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대한의사협회 소속 의사 2만여 명이 2002년 12월27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DJ정부의 의약분업정책 즉각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국민의 정부 5년’이란 코너가 있다. 김대중(金大中) 정부 5년의 업적을 일목 요연하게 정리해놓은 곳이다. 이 곳을 보면 ‘생산적 복지의 확충’이란 제목의 글이 다른 분야에 비해 매우 길다. 그만큼 많은 정책을 시행했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는 20여 년을 끌어온 의료보험 통합논쟁에 종지부를 찍고 과감하게 통합방식 의료보험제도를 실시했고, 의사와 약사 등 이익집단의 반대로 수십년간 시행이 미뤄졌던 의약분업을 단행했다. 통합방식 의료보험과 의약분업, 이 두 가지 제도의 시행은 복지제도의 모델이었던 일본 학계에서도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한국 사회복지제도에서 가장 상징적인 변화라 할 수 있는 기초생활보장법을 제정했을 뿐만 아니라 선진국을 제외하면 좀처럼 발견하기 힘든 전국민 연금시대를 열었다. 김대중 정부의 사회복지정책은 한 정권이 얼마나 많은 정책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만하다.

몇 가지 외형적인 지표를 보면 그 변화는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김대중 정부 출범 이전인 1997년, 보건복지부 예산은 2조8510억원으로 국가예산의 4.2%를 차지했으나 2002년에는 7조7750억원으로 그 비중이 7.3%로 커졌다. 예산의 변화만 보더라도 대규모의 복지팽창이 발생한 것이다. 복지정책의 수혜자도 크게 늘었다. 기초생활보장 수혜자가 1997년 37만명에서 155만명으로 늘어났으며, 빈곤한 노인에게 지급되는 경로연금 대상자 또한 27만명에서 72만명으로 확대됐다.

국민연금 가입자는 경제활동인구의 36%에서 48%로 약 240만명이 증가했고, 1997년 전체 임금근로자의 62%에 불과하던 산재보험 대상자는 2002년 80%로 늘어났다. 공무원의 대규모 인원감축이 진행되던 상황에서도 사회복지 전담공무원은 3000명에서 5500명으로 무려 2500명이 늘어났다.

김대중 정부가 사회복지정책에서 해방 이후 그 어떤 정권보다 양적·질적 팽창을 이끌었다는 평가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학자들은 거의 없다. 김대중 정부의 복지정책을 비판하는 입장이건 옹호하는 입장이건 상관없이.

그렇다면 이러한 사회복지정책의 혁신적 변화는 한국의 사회발전과 관련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일까. 서유럽에 존재하는 ‘복지국가체제로의 본격적인 이행’이 이루어진 것인가, 아니면 외형만 화려한 내용 없는 ‘어설픈 복지국가 흉내내기’에 불과한 것인가.

김대중 정부의 복지정책 가운데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이 바로 사회보험제도의 변화다. 그 변화의 방향은 국가책임의 확대를 통한 사회연대성의 증진이었다. 국민연금제도는 가혹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사회연대의 원리가 강하게 설계된 ‘진보적인’ 제도다. 이 제도는 국민연금 40년 가입시 중간 소득자 기준으로 평생소득의 60%라는 비교적 관대한 연금을 제공하며, 계층간 소득재분배와 세대간 재분배가 강하게 나타나도록 설계돼 있다. 1998년 국민연금법 개정으로 연금액이 70%에서 60%로 인하됐지만 여전히 소득재분배 효과는 유지되고 있다.

또 국민연금제도는 생산직과 사무직 근로자, 농어민과 도시자영업자 등 모든 국민이 하나의 제도에 가입하는 지역통합형 모형이다. 이것은 직업별로 별도의 연금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독일, 프랑스 등 일명 ‘조합주의적 복지국가’에서 나타나는 연금의 불평등 현상을 초래하지 않는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김대중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국민연금제도를 신자유주의적 이념이 내포된 제도로 변경하라는 집요한 압력을 받아왔다. 국민연금을 기초연금과 소득비례연금으로 이원화하는 개혁안이 정권 초기에 강력하게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국민연금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약화시켜야 한다는 IMF(국제통화기금)와 세계은행의 요구도 수용하지 않았다. 국민연금의 핵심원리인 공공기관에 의한 관리, 세대간·계층간 소득재분배, 비교적 관대한 급여수준, 그리고 전국민의 통합관리라는 기본 골격을 그대로 유지했으며, 도시 자영업자에게까지 확대 적용해 사회연대의 범위를 넓혀놓았다.

의료보험은 김대중 정부에서 가장 극적인 변화를 겪은 제도이다. 개혁 이전 한국의 의료보험제도는 독일과 일본에서 시행하고 있는 조합주의적 사회보험방식이었다. 직업과 지역에 따라 의료보험조합을 구성하고 재정을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조합주의 방식의 가장 큰 약점은 조합간 재정격차문제의 발생이다. 실제 통합 이전 한국의 의료보험은 지역의료보험 적자, 직장의료보험 흑자라는 등식이 유지됐고 농촌지역은 끊임없는 보험료 인상에 시달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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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연명 중앙대 교수·사회복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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