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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정부 5년, 얻은 것과 잃은 것│정치

‘낡은 정치’ 확대재생산한 ‘제왕적 권력’

  • 글: 박효종 parkp@snu.dc.kr

‘낡은 정치’ 확대재생산한 ‘제왕적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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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출범한 김대중 정권. 하지만 정치개혁에는 손도 대지 못한 채 임기말을 맞았다. 누구보다 현실 정치를 잘 알기 때문일까. ‘의사가 자기 병 못 고친다’는 속담처럼 김대중 정권 5년은 실천은 사라진 채 정치개혁 과제만 양산한 시기였다.
‘낡은 정치’ 확대재생산한 ‘제왕적 권력’

1998년 8월, 취임 6개월을 맞은 김대중 대통령은 기자간담회에서 정치개혁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김대중(金大中) 정부가 추진해야 할 개혁 어젠더는 한둘이 아니었지만 가장 절박한 과제는 정치개혁이었다. 개혁의 시대정신에 부응해 ‘국민의 정부’도 정치개혁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새롭게 태어나기는커녕, 낡은 정치의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정치적 권위주의와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은 각종 ‘권력형 게이트’를 양산하더니 마침내 권력누수현상으로 이어졌다.

보스 중심의 정당정치도 계속 건재했다. 국회는 ‘식물국회’ ‘방탄국회’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2000년 4·11 총선에서 시민단체들이 실정법을 위반하면서까지 낙천·낙선운동을 주도하며 정치개혁에 지지와 성원을 보냈음에도 DJ정부는 ‘낡은 정치’의 청산을 외면하고 말았다.

정치개혁은 IMF사태 이후 대량 실직과 퇴직을 강요한 사회·경제개혁과 관련, 정치권이 솔선수범해 추동력을 제공한다는 의미에서도 정언명법(categorical imperative)의 성격을 갖는 필수적인 과제였다. 환자를 치유하려는 의사에게 “의사여, 너 자신의 병부터 고쳐라”는 주문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김대중 정부에서 유의미한 정치개혁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정치개혁에 관한 논의는 기껏해야 정부부처와 국회의원 규모를 줄이는 ‘양적’ 범주에 접근했을 뿐이다. 행정부처가 줄어들었고 국회의석이 줄었다. 이것이 그나마 DJ가 벌인 정치개혁의 가시적인 성과다.

그러나 한국의 정치현실에서 행정부와 국회의 규모를 줄이는 것이 정치개혁의 우선 과제라고 할 수는 없다. 더욱 중차대한 개혁 어젠더는 정치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질적’ 변화이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의 출범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민주적 절차에 따른 실질적 정권교체라는 점에서 획기적 의미를 갖는다. 30년간 지역적 소외의 상징이었던 호남의 정치지도자가 마침내 국가권력을 장악함으로써 지역주의 정치를 종식시킬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컸다. 또 1987년 민주화 운동 이후 10여 년이 지나도록 지연된 ‘민주주의의 질(quality of democracy)’을 제고하고 민주화를 공고화할 수 있는 절호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열망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기대와 열망은 희망사항이었을 뿐, 충족되지 못했다. 지역감정은 김대중 정부에서 오히려 악화되었고, ‘권력의 인격화’와 ‘제왕적 대통령’으로 표현되는 권위주의 정치 또한 강화되었다.

후진정치의 주범 ‘제왕적 대통령제’

정치발전의 당위성을 감안할 때 정치개혁의 내용과 방향은 크게 두 가지로 집약할 수 있다. 하나는 대통령 1인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키는 문제다.

‘제왕적 대통령제’는 민주주의의 안정적 발전과 결코 공존할 수 없다. 민주선거에 의해 뽑힌 대통령이 제왕적 권력을 행사하는 한, 삼권분립이나 지방분권은 불가능하다. 또 검찰 등 권부의 직무수행도 공평무사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쟁의 대상이 된다. 국무총리가 아닌 대통령 비서실장이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주체가 되는 현실, 청와대비서실이 소내각으로 작동하는 현실은 모두 입법부와 사법부를 위축시키는 제왕적 권력에서 비롯된 후진정치의 현주소다.

김대중 정부는 소수정부다. 자민련과 내각제 개헌을 매개로 공조한 결과 대통령의 권한은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원론적으로 내각제는 장단점을 지니고 있어, 이 제도가 한국의 정치현실과 정치문화에 적합한가 하는 논란이 그치지 않았다. 내각제 논의는 제도의 장점보다 제왕적 권력을 제한해야 한다는 당위성에서 출발하고 있기 때문에 내각제 개헌 공약은 실시 여부를 떠나 대통령의 권력집중을 완화하겠다는 묵시적 약속으로 보아야 했다. 하지만 김대중 정부는 현실적으로 개헌에 필요한 정족수인 국회의석 3분의 2는커녕 과반수에도 미달하는 소수여당이라는 점을 빌미로 내각제 개헌 논의조차 시도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제왕적 권력을 축소하려는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았다. DJ정권의 국무총리는 ‘책임총리’는커녕, 예전처럼 ‘방탄총리’와 ‘의전총리’의 노릇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고비용과 투명하지 못한 정치자금의 운용도 큰 문제였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검은 돈과 관련될 소지가 많고, 무기명 기탁이 가능한 정액 영수증을 기부받을 수 있게 했다(제7조2항). 또 기부자명단을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검은 돈이 유입될 수 있는 통로를 열어놓아 사실상 고비용의 정치구조를 부추기고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되는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이 1980년대 초기에 비해 100배 이상 인상되었다. 1981년 8억원이던 것이 2002년 1140억원으로 증가했다.

결국 정경유착을 막고 깨끗한 정치를 실현한다는 취지는 실종되고 정당 보스들만 힘 들이지 않고 돈줄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더욱이 정당에 들어가는 국고보조금이 과연 투명하게 사용되었는지 알 수 있는 실질적 조치조차 마련하지 않음으로써 정당 보스가 나랏돈을 쌈짓돈처럼 쓸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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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효종 parkp@snu.d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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