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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우군, 적군 구분해 ‘전쟁’ 벌이지 말라

노무현 대통령과 언론

  • 글 : 정진석 한국외대 교수·언론학 historian0@hanmir.com

우군, 적군 구분해 ‘전쟁’ 벌이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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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론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 필요하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주장에는 수긍할 부분이 있다. 하지만 언론이란 대통령의 맘에 안 든다고 개혁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대통령은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도 끌어안고 설득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우군, 적군 구분해 ‘전쟁’ 벌이지 말라

제47회 신문의 날기념식에서 이상기 기자협회장, 홍석현 신문협회장, 노무현 대통령, 김태식 국회부의장, 최규철 신문방송편집인협회장(왼쪽부터)이 축하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건국 이래 우리에게는 아홉 명의 대통령이 있었다. 이 가운데는 이승만, 박정희와 같이 강한 카리스마와 권력을 지닌 대통령도 있었고, 윤보선과 최규하처럼 실질적인 권한이 약했던 대통령도 있었다.

전두환도 강한 권력을 행사한 대통령이었다. 정치적 민주화의 전환기에 당선됐던 노태우는 군인 출신이었지만 전임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큰 힘을 행사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민주화 투쟁의 전력을 지닌 김영삼, 김대중은 여론의 향방에 큰 관심을 기울이면서 여론정치에 의존하는 스타일이었다고 볼 수 있다.

언론자유 외치다 정권 잡은 후 돌변

이들은 모두 시대 상황과 개인적인 성향에 따라 각기 다른 언론관을 지니고 있었다. 대통령의 언론관은 언론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친다. 아홉 명의 대통령 가운데 특징적인 언론관을 지닌 인물로는 독립운동가 경력을 지닌 초대 이승만, 군인 출신의 박정희와 전두환, 그리고 직업 정치인이었던 김대중 대통령을 꼽을 수 있다.

이승만은 젊은 시절 언론인으로 두드러지게 활동했던 인물이다. 1904년 미국으로 떠나기 전까지 1898년부터 배재학당에서 발행하던 ‘매일신문’의 기자와 주필을 거쳐 같은 해에 창간된 ‘제국신문’ 기자로 활동하면서 일본인이 발행하던 ‘한성신보’와 뜨거운 논전을 펼친 일도 있었다. 독립협회 사건으로 투옥된 뒤에는 옥중에 있으면서도 상당 기간 ‘제국신문’의 논설 집필을 멈추지 않았다. 옥중에서 집필한 ‘독립정신’이라는 책도 언론 활동의 한 방편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광복 후 대통령이 돼 정권을 잡은 후에는 언론과의 갈등이 고조되더니 집권 말기에는 언론을 탄압하기 시작했다. ‘대구매일’ 테러사건이나 ‘경향신문’ 폐간사건이 상징하듯 언론 억압이 계속되자 언론은 더욱 강하게 그를 비판하는 갈등의 상승작용이 되풀이됐다. 그러다 4·19 학생혁명이 일어나자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고 말았다. 4·19는 언론이 이끈 혁명이었다는 게 정설이다.

그러나 이승만이 정책적 차원에서 직접 개입해 언론을 계획적으로 탄압한 것은 아닌 듯싶다. 언론에 직설적이고 극단적인 반감을 드러내는 발언도 자제한 편이었다. 그의 언론관은 가부장적인 형태를 띠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박정희는 언론에 뿌리 깊은 불신을 갖고 있었다. 5·16 직후 “국론을 통일하기 위해 무책임한 언론의 자숙이 요청된다”고 한 말이 그의 언론관을 집약한 것이었다. 그해 11월22일 미국 내셔널 프레스클럽에서 행한 연설에서도 “과거 많은 신문이 금전에 좌우되고 부패했으며, 공산주의 색채를 띠었다”고 단정할 정도였다.

군인이었던 그의 눈에는 언론이 자유당 시절에는 대안 없는 비판과 인신공격을 언론의 자유인 양 여기고 제2공화국이 시작되자 주어진 자유를 절제할 줄 모르고 남용하는 존재로 비쳤던 것이다. 총칼로 권력을 쥔 박정희는 언론계 정비를 단행했다. 4·19 이후 난립했던 군소 언론사를 대량 폐쇄하고 조석간 하루 두 차례 발행이 관행이었던 일간지에 단간제(單刊制) 실시와 카르텔화를 강요해 경영과 편집 양면에서 통제가 쉽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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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진석 한국외대 교수·언론학 historian0@hanm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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