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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부산, 러시아 3각 취재

국내 조폭 업고 총기 밀매·매춘·카지노사업 손댄다

한국 속의 러시아 마피아

  • 글: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사진: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국내 조폭 업고 총기 밀매·매춘·카지노사업 손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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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보면 러시아 마피아는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살인과 매춘알선, 청부폭력을 저지르는 깡패와 범죄자들의 그룹은 두말할 것 없는 범죄조직이죠. 이들이 합법을 가장하기 위해 합법회사를 차린다 해도 여전히 범죄조직입니다. 그러나 경제마피아나 관료마피아, 정치마피아 등은 조금 개념이 다릅니다.

경제마피아는 합법사업을 하면서 불법을 저지르는 사람들입니다. 물론 이런 사람들은 다른 나라에도 있겠지만 소수겠죠. 그러나 사실 구 소련 붕괴 이후 시장경제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러시아의 비즈니스는 대부분 이런 ‘경제마피아’식으로 형성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이런 의미에서 이들을 ‘시장경제의 개척자’로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관료마피아나 정치마피아도 이와 비슷하다고 이 사업가는 전한다. 자기들끼리 형성된 인맥과 동지애를 바탕으로 서로 탈법을 알선하고 눈감아주는 공무원과 정치인들을 일컫는다는 것. 우리식 혈연, 지연, 학연이 좀더 나쁜 방향으로 발전해 만연하고 있다는 게 정확한 분석일 것이라고 한다.

“문제는 이들을 제어하거나 감시할 만한 시스템이 없다는 거예요. 우리로 치면 경찰이나 감사원, 국세청, 정보기관도 모두 이런 식의 마피아 관계를 맺고 있으니까요. 그러니 법을 지키고 제대로 세금을 내서는 살아남을 수가 없죠. 아예 합법과 비합법의 경계가 모호해집니다. 합법적인 사업을 하다가 결국은 마피아화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아요. 거리 총포상에서 누구나 쉽게 살 수 있을 만큼 총기가 흔해서 문제가 생기면 ‘법보다 가까운 총’을 쓰고 싶은 유혹도 크죠.”

러시아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한해동안 압수한 총기류만 24만정이었다.



민간기업 3분의 2가 관련

알려진 바와 같이 고도로 조직화된 ‘진짜’ 러시아 마피아는 1980년대 말 구 소련 붕괴과정에서 탄생했다. KGB와 공산당, 군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무기를 손에 쥔 이들은 탁월한 조직력과 끈끈한 동지애를 바탕으로 러시아 전역에 걸쳐 세력을 확보했다. 특히 이들은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러시아에 도입되는 과정에서 국유재산 빼돌리기, 군대무기 밀반출 등을 통해 지하경제를 장악해 갔다.

이들 러시아 마피아는 홍콩의 삼합회나 미국 마피아와 달리 단일한 계보나 통일된 조직체계가 없는 것이 특징. 주로 도시나 민족별로 인간관계가 있는 전직 군인이나 기관원들이 ‘알음알이’로 모이는 것을 시작으로 한다. 러시아 마피아 사정에 정통한 현지 관계자들은 “우리식 조직폭력배라기보다는 ‘범죄자들의 인맥’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말한다. 러시아 내에는 이런 식으로 분류될 수 있는 조직이 8000여 개에 달하고, 관련인원만 12만명을 넘어선다는 것이 러시아 당국의 추산이다.

여러 마피아 중 우리식 ‘범죄조직’ 개념에 맞아떨어지는 것으로는, 러시아 지하세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진 ‘야포치크’라는 인물이 이끄는 집단이 있다. 이런 거대 마피아 조직은 크게 다섯 개 계층으로 구성된 조직체계를 갖고 있다. CEO격인 ‘대부’와 한 지역을 총괄하는 이사에 해당하는 ‘보스’, 나름의 인간관계를 통해 조직원을 관리하는 중간간부 역의 ‘권위자(압토리테트·Avtoritet)’, 그 밑의 조장(세스테루키·Cesteruki), 행동대원(보르타·Vorta) 순이다.

이들 중 ‘보스’는 해당 지역에서 합법적인 신분을 갖고 유지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아 ‘법률 속의 도둑(보르 브 자코녜·Vor v Zakonye)’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러시아 경찰과 언론들은 이러한 등급분류를 다른 조직에도 적용시켰다. 지난 4월17일 부산에서 피살된 바실리 나우모프(54)에 대해서는 언론에 따라 ‘보스’급과 ‘권위자’급이라는 보도가 엇갈렸다.

이들 조직화된 마피아들은 풍부한 자원과 넘쳐나는 실업자들, 혼란스런 법체계를 악용해 급성장했다. 이들은 겉으로는 합법적인 기업을 운영하며 신분을 위장하고 마약 거래, 위조지폐, 무기 밀매, 자금세탁 등의 범죄를 꾸미는 것이 일반적. KGB의 후신인 러시아 연방안보국(FSB)의 추산에 따르면 총 민간기업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4만여 개 회사, 전체 은행의 30%, 총 GDP의 40% 가량이 직간접적으로 러시아 마피아와 연관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모든 러시아 마피아가 앞에서 설명한 ‘야포치크’파처럼 거대한 이권사업에 개입하는 대규모 범죄조직은 아니다. 단순한 ‘동네 양아치’ 집단, 지역 잡범들의 무리도 러시아 마피아라고 불린다. 또한 합법적인 기업을 운영하며 사업을 펼치지만, 그 과정에서 불법행위를 감수하는 경우도 있다. 피살된 바실리 나우모프의 경우가 전형적인 케이스. 죽은 나우모프와 친분이 있었다는 한국 기업 러시아 현지지사의 한 직원은 “수산업 자체는 합법이지만 불법이 개입될 여지가 많다. 적대적인 관계에 놓인 인물을 제거하거나 영역을 침범한 경쟁상대와 맞서기 위해서는 폭력도 불사하는 ‘매우 거친’ 사람이었다”고 말했다(상자기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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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사진: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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