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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정보기관 고위장교가 작심하고 기록한 군 비리 고발 육필문서

‘뇌물전쟁’에서 이겨야 진급·보직도 이긴다

  • 글: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軍 정보기관 고위장교가 작심하고 기록한 군 비리 고발 육필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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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령관 지시 어기고 동료 모친상 조문했다가 좌천 인사
  • ●부하 가족들 시켜 은행알 까고 산더덕 벗겨 상관에게 선물
  • ●접대 태도를 인물평과 연결시켜
  • ●여름휴가 끝나면 뜨는 사람, 지는 사람 구분돼
  • ●부대 회식비를 민간인 업자에게 부담시켜
  • ●부인네들은 ‘사모님’ 몸종 자처해야
  • ●“L소령이 떠나면 우리 애는 누가 봐주나”
  • ●재력 있는 부하들에게 금품상납 유도
  • ●진급·보직심사 때 심사위원들에게 뇌물
軍 정보기관 고위장교가 작심하고 기록한 군 비리 고발 육필문서
국군기무사령부(이하 기무사)는 군내에서 가장 힘 있는 기관으로 통한다. 파워의 상징인 정보와 수사권, 동향관찰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무사가 부패하면 군 전체가 부패의 늪에서 헤어나기 힘들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꼴이기 때문이다.

‘신동아’는 지난 호에서 전직 기무사 고위관계자의 증언을 통해 기무사의 문제점과 개혁방안을 진단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군 정보기관의 한 관계자는 최근 ‘신동아’에 군부 비리를 고발하는 자료를 제공했다. 그는 제보 동기에 대해 “언젠가는 꼭 알리고 싶었던 얘기”라며 “‘신동아’ 7월호에 실린 관련기사를 읽고 용기를 냈다”고 밝혔다.

A4 용지 12장 분량으로 육필로 씌어진 이 문서엔 군 조직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생생히 적혀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군을 망치는 주범으로 꼽혀온 뇌물비리의 다양한 유형과 사례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뇌물비리는 모든 비리의 출발이요 끝이라 할 수 있다. 제보자는 오랜 세월 군을 오염시켜온 뇌물비리를 14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신동아’는 고발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고 제보자가 그런 사실을 파악할 만한 위치에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이를 가감 없이 싣기로 결정했다.

여기엔 제보자의 주장이 군 비리 척결과 제대로 된 개혁을 염원하는 다수의 선한 군인들의 여망에 부합하리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다만 명예 손상을 우려해 비리 당사자로 거론된 장교들의 실명은 가렸다. 아울러 내부고발자 보호 차원에서 제보자의 이름과 직위, 직책도 밝히지 않기로 한다.

피를 토하듯 씌어진 이 글의 주된 고발 대상은 부패를 방지하고 비리를 적발해야 할 위치에 있는 기무사다. 물론 이런 비리와 상관없는 다수의 기무사 장교들은 이 글을 읽으며 자괴감과 분노를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글 곳곳에서 엿볼 수 있는 제보자의 군에 대한 충정은 그런 불쾌감을 충분히 씻어줄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바라건대 이 기사가 특정인이 사심을 갖고 군을 부패집단으로 매도하는 것으로 오독되는 일이 없기를.

다음은 문서 전문이다.

“무엇으로 전쟁을 할 것인가”

6·25사변시 다부동에서 전선이 고착된 국가존망의 기로에서 북한군 포병대대장으로서 귀순해 북진의 기틀의 마련한 예비역 소장 정봉욱은 북한군의 장점을 3가지로 요약했다.

1. 장교(군관)는 모든 편제화기와 장비 사용에 능숙하다.

2. 군관과 하전사 간에 언어폭력이 없다.

3. 뇌물이 통용되지 않는다(물론 최근의 먹자판 뇌물판과는 다르지만).

만약 위의 3가지를 어길 경우 정치보위부에 출두해 자아비판을 받는다.

이와 비슷한 시기 한국군의 실태는 어떠하였는가. 전후 피폐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군 장비와 인력을 민간 분야에 투입하는 일명 후생산업을 대규모로 벌였다. 신간벽지 부대에서는 숯을 구워 내다팔아야 했으며 부대마다 주보(현 PX)를 운용하고 전속 사진사를 임명해 부하 장병들을 대상으로 한 돈벌이에 혈안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정봉욱 소장이 사단장에 부임해 비상을 걸어보니 편제차량은 오간 데 없고 겨우 성능을 유지하는 차량 몇 대가 고작이었다고 한다. 이유인즉 후생사업에 전부 나가버렸다는 것. 이 보고를 받고 눈앞이 캄캄해졌다고 한다. 무엇으로 전쟁을 할 것인가.

군단장 숙소에 부임인사차 빈손으로 갈 수 없어 사과(당시 아주 귀한 과일임) 한 상자를 가져갔는데 군단장이 “얼마야?” 하고 물었다. 처음엔 말귀를 알아듣지 못했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상자에 든 돈이 얼마냐”고 확인한 물음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청렴한 군인들은 늘 오지나 외지로 내몰리고 세상물정을 모르는 아둔한 무인으로 취급받을 수밖에 없다. 5·16쿠데타를 주도한 박정희 소장의 가슴속에도 이러한 부정과 비리에 대한 강한 불만과 거부감이 자리했다고 한다.

그후 하나회가 군은 물론이고 사회의 주도세력으로 자리잡으면서 기업가들로부터 막대한 후원금을 받아 부대운영비로 사용함으로써 병영 내에서 부자 부대와 가난한 부대가 구분됐다. 이른바 돈맛을 본 부하장병들은 돈을 물 쓰듯 하는 지휘관을 좋아하고 따르게 됐으며 강력한 사조직이 형성됐다. 많은 초급장교들이 영문도 모른 채 베풀어주는 회식과 가끔 집어주는 격려금에 황송해본분을 망각하고 물질을 추구하는 배금사상이 싹튼 것이다.

최근 하나회 등 사조직이 쇠퇴하고 은폐됐던 군 내부의 문제들이 하나하나 공개되면서 군의 사회적 위세(?)는 전만 못하게 되었다. 군인에게 호의적인 시류가 사라지면서 민간으로부터의 격려금과 지원금도 크게 줄었다. 이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많은 사람이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현상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으로부터 뇌물을 받는다는 것이다. 보직, 진급, 인사 평정 시기를 앞두고 규모는 상이하지만 상당한 금품이 오가고 그 뿌리가 깊어 가히 반근착절(盤根錯節)의 상황이라 할 만하다.

설마 군인들이 그럴 수 있을까. 반신반의해보지만 아직도 현실을 모르는 순진한(?) 장교라는 비난이 돌아올 뿐이다. 해마다 이뤄지는 인사이동 결과를 보고서야 왜 나에게는 외지를 빙빙 돌아야 하는 원심력만 작용하는지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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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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