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8월호

한나라발 ‘인적청산’ 카운트다운

‘親 이회창 소장파’ 급부상, ‘영남권 물갈이론’ 물밑 확산

  • 글: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3-07-28 15: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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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발 ‘인적청산’ 카운트다운

    한나라당 의원총회. 대표 경선 이후 당 개혁 요구가 다시 힘을 얻고 있다.

    2003년 7월7일 한나라당을 나가고 들어온 두 의원은 전혀 다른 각도에서 비판의 타깃이 됐다.

    우선 이날 한나라당을 탈당한 개혁성향 의원 5명의 대표인 이우재 의원.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가 탈당의원들에게 “성공하기를 바란다”고 덕담을 했지만, 그의 경우엔 분위기가 달랐다.

    이의원은 대선레이스가 본격 점화된 2002년 8월8일 재보궐선거에서 서울 금천의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2000년 총선 때 국회의원이 된 다른 4명과 달리 이의원은 한나라당 간판으로 11개월 전 당선된 것.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 A씨는 이렇게 말한다.

    “이의원이 출마해 당선된 2002년 8월 무렵, 이미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신주류는 ‘정치개혁’ ‘지역주의 극복’을 주창하고 있었다. 물론 ‘한나라당은 수구보수당, 경상도당’이라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의원은 그때는 침묵하면서 한나라당의 힘으로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는 11개월 만에 한나라당을 수구보수당, 경상도당이라고 비판하며 탈당했다. 이의원이 탈당 후 민주당 신주류에 ‘같이 정치하자’고 제의하는 것을 보니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재야 출신 이우재 의원이 2000년 총선에서 민주당 장성민 후보에게 지자 한나라당은 그를 ‘부총재’로 전격 발탁하며 위로했다. 2002년 8·8 재보궐선거에서도 이우재 후보가 민주당으로부터 ‘안기부 자금 수수설’로 파상공세를 받을 때 ‘육탄전’에 가까운 논평전을 벌이면서 공세를 막아준 사람은 남경필 당시 한나라당 대변인이었다. 충남 동향으로 이우재 후보를 아꼈다는 이회창 후보는 2002년 7월27일 금천으로 달려가 이우재 후보 지원유세를 했다. 당시 한나라당의 높은 정당지지도도 이우재 후보 당선에 결정적 요인이 됐다고 한다.



    ‘한나라당에서 홀대받고 무시당한 개혁파’라고 주장하기엔 최근까지도 한나라당에 신세진 것이 많았다는 얘기다. A씨는 “개혁파가 절대선은 아니며, 자기모순적 철새 행태에 대해선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영남 물갈이로 수도권에서 이기자”

    7월7일 이우재 의원을 포함한 탈당파가 기자회견을 한 직후 무소속 송광호 의원이 한나라당 입당 기자회견을 했다. 그의 입당은 한나라당 내 일부 개혁성향 인사들에겐 거의 ‘재앙’으로 받아들여졌다.

    충북 제천·단양 출신 송광호 의원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통일국민당을 비롯해 민국당, 신한국당, 자민련 등 뿌리가 다른 여러 당을 옮겨다닌 전력을 갖고 있다. 자민련 소속이던 지난 대선 당시 송의원은 이회창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그는 그 무렵 한나라당 입당을 시도했으나 한나라당 지구당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송의원은 2003년 6월10일 자민련을 탈당했다. 13일 뒤인 6월23일 제천시에선 자민련 당원 100여 명이 참석한 ‘송광호 의원 탈당 규탄대회’가 벌어졌다. “또 당을 옮기는 송광호는 자결하라” “제천 의병 앞세워 탈당 명분 삼은 송광호는 각성하라”는 험악한 구호들이 터져나왔다. 이 자리에선 송의원이 김종필 자민련 총재에게 보냈다는 편지도 배포됐는데, 거기에는 “JP에게 충성을 서약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자민련측 예상대로 송의원은 7월7일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에게 입당원서를 냈다. 그는 “한나라당이 ‘개혁적 보수’로 거듭나도록 역량을 발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시간 한나라당 충북 제천·단양지구당 당직자들은 서울로 올라와 “왜 개혁의 반대 쪽에 서왔던 인사를 입당시키느냐”며 박주천 사무총장에게 항의를 하고 있었다.

    송의원 입당은 7월7일 하루 동안의 단발사안으로 끝나지 않고 있다. 7월10일 당 운영위원회에서 김용수 경기 고양·덕양을 지구당위원장은 “송의원 입당은 구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에 비공개된 발언은 더 직설적이었다. 김위원장은 “신경식 의원, 사과하세요. 박주천 사무총장, 사과하세요”라고 실명을 거론하며 비판을 이어갔다고 한다.

    김위원장측 주장에 따르면 충북 지역 한나라당 실세인 신경식 의원과 충청 출신 박주천 신임 사무총장이 송의원 입당의 막후 주역을 맡았다는 것이다.

    개혁파 이우재 의원의 탈당과 송광호 의원의 입당. 한나라당 내 개혁 세력은 이 두 사건으로 ‘자괴감’과 ‘좌절’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이들 사건은 거꾸로 밑으로부터의 개혁을 자극하는 반작용도 일으켰다. ‘제천에서의 반란 조짐’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해 대선 때부터 지금까지 한나라당 제천·단양지구당은 위원장이 공석이었다. 그러나 대선 투표 결과 충북에서 유일하게 이회창 후보가 노무현 후보를 앞선 지역구가 제천·단양이었다. 800여 명의 대의원과 57명의 운영위원들이 자발적 선거운동을 한 결과였다는 자평이다. 당원들은 당비도 내고 있다고 한다. 이 지구당 관계자는 “그만큼 아래로부터의, 자율적인 지역정당운동이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송광호 의원 입당 후 한나라당 제천·단양지구당은 뚜렷한 목표를 찾게 됐다고 한다. 지구당위원장 선출과 한나라당 국회의원 후보 공천에서 지구당 당원들과 지역 주민들의 의사가 완벽하게 반영되는 첫 사례가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 체제는 ‘한나라당의 변화’를 내걸고 출범했다. 실제로 그런 방향으로 갈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일단 변화를 원하는 당내 세력은 명분을 쥔 셈이다.

    특히 한나라당의 ‘두터운 인재 풀’에 들어 있는 원외 인사들은 ‘인적청산’이야말로 개혁의 알파요 오메가라는 ‘철칙’을 갖고 있다. 이들은 노령, 수구보수, 기득권층, 반개혁, 지역당 이미지의 진원지인 영남 등지에서 대폭적 물갈이가 이뤄져야 이를 바탕으로 수도권 총선에서 승산이 있다는 논리를 편다.

    인적청산 3단계 계획

    이와 관련해 최병렬 대표는 최근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기득권층이 신인의 정계진출을 막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지역주민의 검증을 받는 경선 등 상향식 공천의 틀을 만들겠다는 방법론을 제시했다.

    실제로 당내 일각에선 ‘인적 청산의 3단계 실행계획’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선 12월까지 이어지는 정기국회 회기 동안은 노무현 정부에 대한 강력한 원내 투쟁이 필요한 시기로, 당내 인적쇄신 논의의 잠복기가 된다. 이 기간 동안엔 공천심사위원회 구성과 관련된 물밑 작업이 진행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당헌·당규를 통해 상향식 공천을 한다는 원칙만 세워두고 있다. 구체적 공천방식은 향후 마련될 예정. 그러나 한 핵심 당직자는 “공천심사위의 심사를 거쳐 현역 의원들이나 원내외 후보들을 복수의 경선후보로 선출한다. 그 다음 총선(2004년 4월)을 2~3개월 앞두고 전국 각 지역구에서 이들 후보들이 입후보한 국민참여경선 등 예비선거를 실시해 한나라당 후보를 최종결정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구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당 일각에선 공천심사위 심사과정에서 한나라당의 수구보수 이미지, 반개혁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일부 중량감 있는 현역의원들을 상징적으로 낙천시키자는 아이디어도 나오고 있다. 경선실시는 거의 확실시되지만, 해당 지역구 전당원 투표제, 일부 당원 대상 투표제, 일부 당원+일부 비당원 유권자 투표제 가운데 어떤 방식이 될지는 미정이다.

    한나라당의 수도권 출신 한 재선의원은 기자에게 “지역구 내 모든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한 국민참여경선이 바람직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핵심 당직자는 “경선제의 경우 현역의원들이 조직을 활용해 투표자들을 동원할 공산이 크기 때문에 이를 제도적으로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의 모든 원내외 지구당위원장들을 사퇴시키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2000년 총선 때 이회창 총재는 총재직권의 공천권 행사로 인적청산을 단행함으로써 총선 승리를 이끌었다. 그러나 민주적, 분권형 당 운영을 공약한 최병렬 대표 체제에서 이러한 방식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대체적 견해. 대신 당 일각에선 ‘평당원과 유권자들에 의한 세대교체 방식’을 기획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 적극적인 층은 총선 출마를 준비중인 당내 ‘젊은 피 그룹들’. 그 중 ‘친 이회창 소장파 그룹’의 급부상이 눈에 띈다.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를 보좌했던 40대 그룹들이 이회창 후보의 정계복귀와는 무관함을 강조하면서 ‘당 개혁의 엔진’을 자처하고 나선 것.

    7월10일 ‘자유를 위한 행동’이라는 사회단체가 창립됐다. 이명우 전 이회창 후보 보좌역이 대표다. 박진 한나라당 대변인, 원희룡 기획위원장, 권영세 의원, 오경훈 의원, 진영 위원장, 박종운 위원장 등 이후보의 신임을 받았던 젊은 원내외 위원장들도 이 모임 멤버들. 차명진(경기도 공보관·수도권) 김해수(부대변인·강원 강릉) 정찬수(부대변인·충북 제천) 배중근씨 등도 이후보 측근 출신이다. 이정현 전략기획팀 국장(전남), 송태영 부대변인, 허숭 김문수 의원 보좌관, 김광용 한양대 교수, 김광동 나라정책원장 등도 참여했다.

    정찬수 운영위원장은 “수구와 일방주의적 진보를 거부하는 건강한 사회 중심세력을 결집하는 것이 모임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진보성향 개혁파가 빠져나간 자리를 ‘개혁적 보수’를 표방하는 이들 그룹이 일부 메워가는 모양새다.

    모임 멤버들 중 상당수는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이외에도 조해진(경남 밀양), 홍희곤(부산), 양현덕, 장준영, 구성찬, 김성완씨 등 전·현직 부대변인 그룹들 역시 4·24 재보궐선거에서 오경훈 전 부대변인이 당선된 이래 출마 준비에 탄력을 붙이고 있다.

    김정훈 변호사(이회창 후보 법률특보·부산), 신동철 강재섭 의원 언론특보(대구), 강원석 부산경남미래연대 대표(부산), 허성우 전 한나라당 선대위 대외협력부위원장(경북 구미), 김용주 전 한나라당 보좌관협의회장(부산)도 현역 의원들에게 도전장을 낼 채비다. 여성으로선 서경원 변호사도 합류할 예정.

    이회창 후보의 핵심 브레인이었던 유승민 여의도연구소장의 대구지역 출마설도 나오고 있다. 권영진 미래연대 공동대표(이회창 후보 전 보좌역)는 “도덕성, 전문성을 갖춘 개혁적 보수 그룹으로 세대교체를 이루는 것이 한나라당의 과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병렬 대표가 이들 ‘젊은 피’들과 이런 저런 연대를 맺고 있는 원희룡(기획위원장), 오세훈(홍보위원장), 박진(대변인) 의원을 당의 전면에 중용한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미래연대, 쇄신연대 등 개혁성향 원내외 위원장들과 이회창 측근 출신 30~40대 그룹들의 당내 활동폭이 넓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대표가 지속적으로 상향식 공천, 공천을 통한 인적쇄신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도 이들의 입지를 강화시켜주는 효과를 내고 있다.

    특히 이들 중에 TK-PK 현역 의원들의 아성을 깨뜨리려는 도전자가 많은 점도 관심의 대상이다. 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영남지역 인적청산을 통한 수도권 승리’ 공식과도 맥이 통하는 흐름이기 때문이다.

    이는 영남 현지 분위기와도 무관치 않다. 대표적인 곳이 대구다. 대구는 7월11일 2조364억원의 2003년 정부 추경예산 중 대구 배정액이 100분의 1 수준인 239억원인 것으로 나타나자 ‘쇼크’를 받았다.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대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화끈하게 대구를 지원해주겠다”고 말한 바 있어 충격이 더 컸다.

    영남에서 ‘反 현역’ 정서 확산

    지역경제 침체와 관련, 이 지역 한나라당 국회의원들과 단체장들의 무능을 질책하는 여론도 함께 비등하고 있다.

    강재섭 의원의 한나라당 대표경선 탈락, 안택수 의원의 원내총무경선 탈락, 김만제 의원의 정책위의장경선 참패도 잇따랐다. 이는 대구 정치인들이 텃밭인 한나라당에서도 비주류로 전락하는 ‘지리멸렬’의 모습으로 비쳐졌다. 한나라당을 비판할 때 자주 구사되는 용어인 ‘노인당’ ‘영남당’ ‘기득권당’ 이미지가 PK-TK 의원들을 겨냥한다는 점도 이 지역 유권자들에겐 짜증나는 일이 되고 있다.

    한나라당과 관련, 대구에는 현재 두 갈래 흐름의 여론이 나타나는 분위기다. 한나라당 자체에 대한 민심 이반현상이 하나고, 한나라당 소속 현역 국회의원-단체장에 대한 실망과 반감이 다른 하나다. 일단 전자보다는 후자가 큰 상황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을 틈타 ‘개혁국민정당 대구시위원회’ 등 진보적 정치세력이 잇따라 출범했다. 김부겸 의원은 최근 ‘대구·경북의 미래를 여는 모임’에 참석했다. 김의원이 대구에 출마한다면 바람이 불 것이라는 얘기도 나올 정도.

    ‘대구의 비주류’인 박근혜 의원이 한나라당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상임운영위원회의 대구 몫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 지역 일부 의원들은 불편한 감정을 표출하고 있다.

    충청은 또 다른 주목대상이다. 지난해 대통령후보(이회창), 당 대표(서청원), 국가혁신위원장(김용환) 등 한나라당의 ‘빅3’는 모두 충청 출신이었다. 그러나 최병렬 대표 출범 이후 한나라당의 선출직과 임명직 주요 당직에서 충청지역구 의원은 일제히 사라졌다. 이를 두고 ‘대전일보’는 “한나라당 내 충청권의 위상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논평했다.

    지난해 철새논란에 휩싸인 입당파 의원들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현역 프리미엄’이 타 지역에 비해 그만큼 취약하다는 것이다.

    최대표-홍사덕 원내총무-이강두 정책위의장 3두 체제는 당 개혁 논의 끝에 나온 새로운 시스템이다. 그래서인지 적응기가 길어질 조짐이다. 지도부의 리더십 불안이 계속될 경우 당이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홍사덕 총무의 특검 단독통과는 그 첫 사례였다. 다음은 최대표가 말하는 당시 상황이다. “오전 6시에 홍총무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늘 별 일 없습니다’라고 했다. 행사 참석차 대구에 내려갔다. 그런데 홍총무가 다시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와 ‘제가 일을 냈습니다’라고 말했다. ‘150억+α’에 한정된 특검법을 독자적으로 통과시켰다는 것이다. ‘아니 그런 문제를 어떻게…’라고 하자 ‘말씀드리면 부담만 드릴 것 같아서’라고 했다.”

    당내 보수성향 의원들은 최근 중진의원모임을 활성화하고 있다. 강경·보수파의 반발로 원내총무가 이미 통과시킨 특검법은 폐기된 뒤 새로 통과됐다. 홍총무는 이 과정에서 ‘사쿠라총무’라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보수파는 “한나라당의 주인은 우리”라는 입장이다.

    최병렬 대표는 대표당선 뒤 경선 출마 후보들을 저녁식사에 초청했다. 그러나 서청원 의원은 선약이 있다며 참석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대표경선 후 한 차례도 만나지 않았다. 서대표측 김용수 위원장은 최대표에게 제왕적 대표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최대표 취임 후 강재섭 의원은 기자들에게 “최병렬 후보 쪽에서 ‘강재섭을 지지하면 서청원 후보가 당선되는 만큼 강재섭 표는 사표가 된다’는 식의 루머를 퍼뜨려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선주자였던 김덕룡 의원은 “당이 바뀌지 않고 있다”면서 “원점에서 다시 생각하겠다”고 말한다. 경선주자들에겐 서운한 마음이 남아 있는 듯했다.

    “강한 대여투쟁이 한나라당 내부 결속을 가져왔다”는 평가가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이러한 전략도 이완되는 분위기라고 한다. 나라종금이 안희정씨 등 여권 실세에 금품을 제공한 사실을 폭로한 바 있는 홍준표 의원은 기자에게 “앞으로는 비리 폭로를 자제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홍의원의 말.

    “집권층의 실정과 부정부패를 고발하는 것은 국회의원의 당연한 책무며 칭찬받아야 할 일인데도 요즘 사회분위기는 ‘폭로정치’나 하는 구태의연한 의원이라며 매도한다. 이회창 후보는 그 일이 국익을 위해 가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정치인이었다. 그래서 이후보는 내게 도와달라고 부탁했고 나도 열심히 했다. 그러나 이후보 이후 당내에선 여권 비리 파헤치는 것 같은 궂은 일 하는 의원들은 별로 인정해주지 않는다. 젊은 의원들은 ‘개혁’을 주장하며 이미지 관리만 잘 하려 한다.”

    ‘영남권 물갈이론’의 확산, ‘친 이회창 소장그룹’의 부상은 최대표 출범 이후 한나라당의 주목할 만한 특징이 되고 있다.

    그러나 당지도부 리더십, 계파간 갈등 발생 여부, 다수 보수성향 의원들의 반응, 대여 관계가 변수가 되고 있다. 최악의 경우 의원들 각자의 생존전략에 따른 전방위 당내 투쟁으로 개혁의 선명성이 퇴색되고, 혼란만 가중되는 상황이 한나라당에 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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