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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특집|요동치는 정치판

‘인적 청산’ 태풍 한나라당

“현역 45명 대상, 퇴출 시나리오 있다”

  • 글: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인적 청산’ 태풍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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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역의원 용퇴론은 거대야당 한나라당의 8개월 뒤 운명을 좌우할 실험이다.
  • 소장파와 보수중진의 대립, 당 지도부에 대한 재선그룹의 반발, 소장파와 재선그룹의 갈등 등 다양한 충돌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움직임들이 세대교체 실험의 진행 추이와 성패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최병렬 대표의 소장파 배후 조종설, 당지도부-소장파-재선그룹 막판 연대설, 한나라당 인적청산 실패설의 내막을 알아봤다.
‘인적 청산’ 태풍 한나라당

9월4일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인적청상론을 주장해 파문을 일으킨 소장파 원희룡 의원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이 말을 번복한 일은 없었다. 이 때문에 “군인출신답다”는 평도 있다. 2000년 재선에 도전하면서 그는 “이번이 마지막이다. 3선 출마 안 한다”고 했다. 2002년 말까지 이 약속은 굳게 지켜지는 듯했다.

조해진 한나라당 부대변인(서울대 법대·이회창 후보 보좌역 출신)은 김의원 지역구인 경남 밀양·창녕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내년 총선에 출마하려고 한다. 올해 들어 지역구 행사장에서 김의원은 조부대변인과 자주 만났다. 껄끄러울 수 있는 사이인데 김의원은 “선거라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 열심히 해라”고 조부대변인을 따뜻하게 격려했다. “김의원이 정말 마음 비우고 출마를 안 하려나 보다”는 말이 나왔다.

그런 김용갑 의원이 최근 말을 바꿨다. 대구유니버시아드 개막식이 열린 2003년 8월21일 김의원은 천안 한나라당 연수원에서 지구당원 1000명과 함께 당원연수회를 열었다. 이례적인 단합모임이었다. 이 자리에서 그는 2003년 총선 재출마를 강력하게 시사했다. 의외였다. 추석 연휴 때 조해진 부대변인이 김용갑 의원에게 인사를 갔다. 김의원은 “양보 없이 모든 것을 걸고 깨끗하게 경쟁하자”고 말했다. 마음이 달라졌음을 확실하게 보여준 것이다.

戰意 불태우는 김용갑

한나라당 탈당파 의원 5명이 대선 직후인 2003년 초 ‘대선 패배 5적, 10적 논란’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여기에 김용갑 의원 이름이 포함됐다. “당이 지나치게 수구보수로 비치게 해 대선에서 졌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김의원이 여기에 자극받았다는 얘기가 있다. 이때부터 “쫓겨나듯 퇴진당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 이럴 바엔 명예회복 차원에서라도 재출마해야겠다”고 김의원이 생각을 고쳐 먹게 됐다는 것이다.

김의원이 출마의사를 밝힌 2003년 8월21일 직후부터 공교롭게 한나라당 개혁 성향 초선의원들이 ‘60대 이상 퇴진론’, ‘영남 물갈이론’, ‘5·6공 출신 퇴진론’을 거세게 제기하며 파문을 일으켰다. 이들 의원들은 퇴진 대상자로 김용갑 의원을 실명으로 지목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우연의 일치였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고 한다.

개혁성향으로, 정보를 취합하는 자리에 있는 원희룡 기획위원장이 김의원의 8월21일 발언을 보고받았을 개연성이 없지는 않다. 분명한 것은 2003년 8월말~9월초 소장파측이 세대교체 파문을 동시다발적으로 일으킨 것은 당내 보수파 의원들의 움직임에 대한 역반응 성격이 강하다는 점이다.

다음은 한나라당 한 의원의 말이다. “중진들 중 상당수는 스스로 용퇴하는 듯했다. 그래서 명예롭게 물러날 기회를 주자는 얘기도 많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선 김용갑 의원처럼 ‘유턴’해서 내년 총선에 다시 출마하려는 움직임이 뚜렷이 나타났다. 소장파들은 이런 사태변화를 미리 감지했으며, 세대교체론 띄우기는 이런 중진들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김용갑 의원의 반격은 만만치 않았다. 잘못된 사실관계를 토대로 김의원에게 ‘청산대상’이라고 직격탄을 날린 심재철 의원은 김의원에게 사과해야 했다. 밀양·창녕 지구당원들은 성명서에서 심의원의 의원직 사퇴와 탈당을 요구했다. 역시 직격탄이었다. 김용갑 의원은 연초부터 계속 개혁파의 표적이 되어 화살을 맞아오다 이제 ‘재출마 선언’을 하며 소장파에게 선전포고를 한 것이다. 잘 단합되고 일사불란한 김의원의 조직에 소장파들은 놀랐다. 김의원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보수중진 밀어내기가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소장파들은 절감하고 있다.

정치신인 씨가 마른 TK

여론은 한나라당의 세대교체를 강하게 원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동아일보’ 등 각 일간지 여론조사에서 ‘5·6공 출신 퇴진’, ‘60세 이상 퇴진’은 60% 내외의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사실 ‘60세 이상 퇴진’은 이성적이지 못한 주장이다. 그런데도 이런 주장에 많이 사람들이 동조했다는 사실은 음미해보아야 할 대목이다. 유권자들이 상당수의 한나라당 현역의원들에게 ‘맹목적 염증’을 느끼는 단계까지 왔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론이 원하는 대로 한나라당이 바뀔지는 의문이다. 평소 여론을 잘 수용하는 정당이었다면 이런 극단적인 여론 자체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소장파 의원들과 이들에 동조하는 여론이 원하는 ‘정답’은 거의 나와 있다. 5·6공 때 정권요직에 있었던 경력, 고령, 영남출신의 다선, 수구에 가까운 지나친 보수 성향, 비리연루의혹, 수차례의 비례대표 경력 등 5가지 조건을 많이 충족시키는 순으로 우선적으로 물러나라는 것이다. 이 중 비리연루의혹은 가장 적극적으로 해석되는 퇴출 기준이고, 나이는 그 반대가 된다. 당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전체 한나라당 의원의 30.2%에 해당되는 45명의 의원들이 5가지 기준 중 두 가지 이상을 충족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단, 비리연루의혹이 있는 의원 두 사람은 다른 조건에는 해당되지 않았지만 포함됐음). 이 관계자는 “이들 중 최소 15~20명은 반드시 교체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감이 시작되면 일시 소강상태를 맞겠지만 앞으로 연판장도 돌고 살생부도 돌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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