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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특집|충격·혼미·격돌…‘재신임 政局’

국민투표, 문제는 없는가 : 정책 연계하면 위헌 아니다

  • 글: 장영수 고려대 교수·헌법학 jamta@korea.ac.kr

국민투표, 문제는 없는가 : 정책 연계하면 위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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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책과 신임이 연계되려면 김대중 전 대통령과 ‘햇볕정책’처럼 정책에 대한 찬반이 곧 대통령 신임과 동일시될 만큼 밀접한 연관성이 확보돼야 한다.
국민투표, 문제는 없는가 : 정책 연계하면 위헌 아니다

1975년 박정희 대통령은 유신헌법과 자신에 대한 재신임을 연계해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근대 민주주의의 출발점은 국민주권이다. 전제군주도, 대통령도 아닌 국민이 주권자인 정치체제가 민주주의인 것이다. 그러나 군주주권과 달리 국민주권은 실제 행사되기 어렵다. 국가공동체 구성원 전부로 구성된 국민은 하나의 통일된 의사를 가지기 어렵기 때문에 주권을 현실적으로 행사하기 곤란한 것이다. 그로 인해 민주주의는 대표자를 선출해 국가사무를 처리하도록 하는 대의제와 결합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의제 하에서 대표자의 활동이 항상 국민의 의사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국민의 의사를 직접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가 노출되며, 특히 대표자의 국정운영과 관련해 정치적 갈등이 날카로울 경우 대표자의 활동에 대해 정당성 문제가 제기되기도 한다.

국민투표는 이러한 대의제의 문제를 완화시키기 위해 일정한 경우 국민의 의사를 직접 물어서 최종 결정을 내리는 제도다. 가장 강력한 민주적 정당성을 갖고 있는 국민이 직접 결정하도록 함으로써 더 이상의 시비가 존재할 수 없게 만든다.

그러나 시간과 비용의 문제, 그리고 전문성을 갖는 사안에 대한 부적합성 문제 등으로 인해 국민투표를 광범위하게 실시하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현행 헌법은 헌법개정에 대한 최종확정(헌법 제130조 제2항)과 더불어 대통령이 부의(附議)한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헌법 제72조)이라는 두 가지 경우에만 국민투표의 실시를 인정하고 있다.

국민투표는 크게 정책투표(referendum) 와 신임투표(plebiszit)로 나뉜다. 전자는 중요한 제도의 도입이나 변경 등과 같은 정책의 결정을 국민투표에 맡기는 것이고, 후자는 정치권력에 대한 국민의 신임여부를 국민투표로 결정하는 것이다.

두 가지 모두 국민주권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장점이 많다. 그럼에도 현대 민주국가들은 국민투표 실시에 상당히 소극적이다. 예컨대 나치의 뼈아픈 경험을 안고 있는 독일처럼 연방영역의 변경이라는 특수한 경우 이외에는 헌법상 국민투표제도를 아예 두지 않는 나라도 있다.

더구나 신임투표제도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부정적이다. 대통령에 대한 신임투표가 인정될 경우 그것이 대통령의 독선 내지 독재를 정당화하는 데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대통령의 권한남용이나 불법행위가 문제가 되어 신임투표를 실시했는데 다수의 지지를 받았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신임투표가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 되어도, 다수의 지지만 확보된다면 상관없다고 할 수 있을까? 만일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치도 다수의 지지에 의해 집권했고, 독재화됐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신임투표는 야당에 의해 남용될 소지도 있다. 대통령제는 의회의 내각불신임권과 내각의 의회해산권이 인정되는 의원내각제 정부형태와 달리, 대통령의 임기중 국정의 안정적 수행이 보장된다. 그런데 신임투표제도를 도입하면 야당이 대통령에 대한 정치공세의 수단으로 신임투표 실시를 수시로 요구할 수 있다. 그로 인해 국정의 안정적 수행이 어려워진다면 대통령제의 중요한 장점 하나가 유명무실해질 수도 있다. 바로 이같은 문제점 때문에 현대 민주국가들은 신임투표제도에 대해 부정적이며, 우리 헌법도 정책투표에 관한 규정만 두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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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장영수 고려대 교수·헌법학 jamta@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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