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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특집|충격·혼미·격돌…‘재신임 政局’

노무현식 ‘감성정치’ vs 외국의 포퓰리즘 비교분석

국민과의 직거래, 월권과 독주 부른다

  • 글: 임현진 서울대 교수·정치사회학

노무현식 ‘감성정치’ vs 외국의 포퓰리즘 비교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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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투표에 의해 ‘황제적(Caesarist)’ 권위를 강화한 첫 시도는 나폴레옹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은 보통선거권을 모든 남성에게 확대시켜 직접투표에 의해 행정부를 장악함으로써, 새로운 민중권력을 자신의 정치적 기반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국민투표형 대중정치의 극단적 왜곡은 20세기 독일과 이탈리아의 파시즘에서 절정에 달한다.

국민투표형 민주주의를 즐긴 정치인으로는 프랑스의 샤를 드골 대통령이 꼽힌다. 그는 정치위기 때마다 국민투표라는 밑으로부터의 동원전략에 의지해 권력을 유지하곤 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영웅으로 절대적인 카리스마를 지닌 그였기에 국민을 상대로 하는 정치적 도박이 먹혀들었던 것이다. 맨 처음에는 1961년 알제리 독립문제, 다음에는 1962년 자신의 사임과 헌법개정 요구 선택, 세 번째는 1969년 정치·행정개혁과 자신의 퇴임 연계를 국민투표에 부쳤다. 그는 세 번째 국민투표에서 패배함으로써 대통령직을 떠났다. 패배를 확인한 그가 미련 없이 짐을 쌌다는 것은 잘 알려진 얘기다. 자신이 던진 부메랑에 맞은 격이다.

세계적 정치학자 레이몽 아롱은 드골의 국민투표형 민주주의를 “이기적이고 오만하고 교활한 방법”이라고 비판했다. 개발도상국 지도자들도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국민투표를 이용한 정면돌파를 시도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국민투표형 민주주의는 위험부담이 크다. 국민과의 직접상대가 대통령의 독주와 과신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 박정희 대통령이 1975년 유신체제에 대한 저항을 잠재우기 위해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강압에 의한 승리의 만끽이 오래갈 리 만무하다. 유신독재는 결국 국민투표 4년 만에 내부의 총성에 의해 막을 내렸다.

지난 5월 차베스 대통령에 대한 재신임을 국민투표를 통해 묻기로 결정한 베네수엘라는 이후 정국이 혼미한 상태다. 대통령의 임기가 절반 가량 지난 현 시점에서 헌법이 용인하는 재신임 투표의 실시시기를 놓고 정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석유에 대해 정치·경제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미국을 배후로, 여야와 노사와 군부가 뒤죽박죽 되어 격돌하고 있다. 공수부대 출신의 차베스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과 반대하는 세력 사이의 다툼이 워낙 심한 가운데 정치 세력들이 대통령 재신임을 서로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인 데다 쿠데타설도 난무한다.

대만의 천수이볜 총통도 내년 총통선거를 의식해 “대만독립 문제는 국민투표로 결정짓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개인 스캔들과 중국의 통일협공에 밀린 민진당의 선택은 국민적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법률적 기초검토 없이 내세운 대만독립 국민투표 제안은 정쟁과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시기와 방법 모두 문제 있다

아세안+한중일 정상회담에서 돌아온 노무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공론화를 통해 내년 총선전후 재신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국민투표를 통해 자신의 재신임을 물을 뿐 아니라 정책연계를 통해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후속 발언도 있었다. 이어진 국회 시정연설에서는 2003년 12월15일로 날짜를 못박으면서 재신임만 묻겠다고 천명했다. 불과 사흘 동안에 벌어진 일이다.

무엇보다도 집권한 지 불과 8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지금이 과연 국민투표를 통해 재신임을 물을 적기인지 의아스럽다. 굳이 국민으로부터 재신임을 묻겠다면, 임기 5년의 3분의 1은 지나야 하지 않을까.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누가 장담할 것인가. 재신임에 성공한다 해도 언제 또 재신임 얘기가 등장할지 국민은 불안하다. 국민투표형 재신임정치가 고착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옴직하다.

비록 현실이 어렵기는 하지만 대통령이 진퇴의 명운을 걸어야 할 정도로 위기인지도 의문이다. 국정난맥이 있었다면 그것은 새 정부의 정책실패와 인사실패에서 기인한다. 우왕좌왕하는 정책에 민생이 멍들고, 입맛에 따른 코드인사 때문에 정부가 신뢰를 잃고 있지 않은가. 대통령 측근의 비리가 이번 재신임 결정의 배경이라면 국정쇄신의 단안을 내리는 것이 마땅하다. 국회와 언론 때문에 국정혼란이 오고 있다면 왜 야당이 국정의 동반자가 되지 못하는지, 그리고 제도언론이 계속 시비를 거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찾아봐야 한다.

그렇기에 국민투표를 통한 재신임을 내년 총선을 겨냥한 정국구도의 개편과 연결짓는 대통령의 발상은 국면전환과 권력강화를 위한 승부수라는 비판을 모면하기 어렵다. 책임총리제를 전제로 중대선거구제와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도입해 지역구도를 타파하자는 정치개혁 논의는 이미 나온 바 있다. 대통령의 시정연설에서 개방적 선거제도와 투명한 정치자금의 필요성이 강조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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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임현진 서울대 교수·정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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