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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사정기관 수뇌부 4명 동반퇴진 내막

청와대, 호남군맥 물갈이 시작하나

  • 글: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軍 사정기관 수뇌부 4명 동반퇴진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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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정비서관실 ‘비리’ 압박에 백기투항
  • ●헌병·법무 내부의 청와대 제보
  • ● DJ 정부 군 실세 기무사령관 경질 후 내사
  • ●사정비서관실, 합조단·군검찰에 수사기록 요구
  • ●고등군사법원장 겨눈 특검 수사와 음모론
  • ●일부 장성, 전역 후 사법처리 가능성
軍 사정기관 수뇌부 4명 동반퇴진 내막
9월25일 국방부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 벌어졌다. 군 사정기관의 총수라 할 수 있는 4명의 장성이 한꺼번에 전역지원서를 낸 것이다. 군 법무병과의 최고위직인 법무관리관 김창해 준장과 2인자인 육군 법무감 위성권 준장, 그리고 군 수사기관인 헌병 조직의 우두머리인 합동조사단장(이하 합조단) 이정 소장과 육군 헌병감 이길재 준장이 그들이다.

법무병과는 검찰과 사법부의 기능을 갖고 있다. 또 헌병은 경찰에 해당한다. 두 기관은 군의 국정원이라 할 수 있는 기무사와 더불어 군 사정의 트로이카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사실상 강제전역

임기를 못 채우는 것을 큰 불명예로 여기는 군의 특성상 이런 힘있는 기관의 지휘관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옷을 벗겠다고 나선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창군 이래 전례가 없는 일이다. 국방부 장관이 이들의 전역 지원서를 받아들임에 따라 이들은 11월말 예편할 예정이다.

전역 사유는 비리와 관련된 것이다. 4명 모두 군수사관 활동비 등 공금을 불법전용 또는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 중 김창해, 위성권 두 법무병과 지휘관의 비리혐의에 대해서는 그간 국방부 감사관실과 감사원 감사 등을 거쳐 확인된 바 있다. 그에 따라 두 사람은 지난 7월초 보직해임된 상태였다.

반면 헌병병과의 두 지휘관에 대해선 공식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두 사람은 조사나 처벌을 받지 않는 대신 자진 전역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보면 말이 자진 전역이지 사실은 강제 전역인 셈이다.

국방부 주변에서는 이들 4명의 전역서 제출이 청와대의 뜻에 따른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군 개혁을 주도하고 있는 청와대 민정 라인에서 군 사정기관 개편을 시도한 결과라는 것이다. 애초 이들은 청와대의 전역 요구에 반발했으나, 사법처리 압박에 굴복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공금 횡령(이들의 표현에 따르면 ‘예산 전용’) 혐의에 대해 ‘관행’이라고 강변하는가 하면 “인사조치 요구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들 중 일부는 기자에게 그런 심경을 표출하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취재 결과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개입했다는 소문은 사실로 확인됐다. 특히 사정비서관실이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과정에 청와대와 국방부간에 심각한 갈등이 있었으며, 국방부가 청와대에 맞선 흔적도 발견됐다. 전역을 강요당한 4명 중 2명은 알려진 것 외에 다른 비리 혐의가 사정당국에 포착돼 ‘백기 투항’한 것으로 보인다. 그 중 한 명은 관련자료를 넘겨받은 서울지검에 참고인 자격으로 불려가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와중에 논란이 된 법무병과 일부 고위인사의 비리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국방부 장관 지시로 특별검사가 임명돼 한시적으로 활동한 사실도 밝혀졌다. 군에서 특정사안을 놓고 공식 수사기관 대신 특검이 수사에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헌병 내부 제보가 발단

청와대가 이들의 비리 혐의를 확인하는 데 결정적인 단서가 된 것은 군 내부의 제보였다. 헌병측의 첫 제보는 지난 4월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호남편중인사에 따른 군 인사 난맥상을 표지기사로 다룬 ‘신동아’ 4월호가 발간된 직후, 기자는 군 관계자로부터 헌병병과의 지역편중인사 실태에 대한 제보를 받았다. 제보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 같은 내용이 비슷한 시기 민간인을 통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도 전달된 사실을 알게 됐다.

제보 내용을 확인한 결과 DJ정부 때 고착된 헌병병과의 지역편중 인사실태는 ‘이보다 더할 수는 없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합동조사단과 육군 헌병감실, 중앙수사단, 수방사, 33헌병대(청와대 경비), 육본 헌병인사 관련부서 등 핵심부서 요직 10여개의 대다수를 호남 출신이 장악하고 있었다. 제보 내용 중엔 이정 합조단장이 헌병 수사관 출장비 등 공금을 횡령했다는 의혹도 있었다.

국방부에 따르면 이정 소장과 이길재 준장은 2000∼2002년 육군 헌병감 재직 당시 군탈병 체포조 활동비 등 헌병감실 예산 수천만원을 개인 판공비로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방부는 “두 사람은 직무수행 과정에 썼을 뿐 사적 용도로 쓰진 않았다고 주장한다. 다만 물의를 빚은 데 대한 책임을 진다는 뜻에서 자진 전역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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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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