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밀착 취재

‘무소불위’ 검찰수사, 이대로 좋은가

무리한 ‘유죄추정’ 이 ‘사법살인’ 주범

  • 글: 김진수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무소불위’ 검찰수사, 이대로 좋은가

1/5
  • 무심코 던진 돌에도 개구리는 맞아죽는다.
  • 하물며 그 돌을 던진 이가 유난히 돌팔매질에 강하다면?
  • 가까스로 무죄판결을 받아 누명을 벗은 형사피고인들은 개구리 신세와 다를 바 없다. ‘사법피해자’를 양산하면서도 그릇된 기소관행으로 일관하는 검찰, 유죄인가 무죄인가.
‘무소불위’ 검찰수사, 이대로 좋은가
“감사 대상기간 중 대전고검에서 처리한 항소심 사건 중 무죄선고 인원은 모두 12명이고 무죄율은 1.26%로서 2001년도 전국 평균 무죄율 1.23%를 약간 상회하고 있습니다…(중략)…수사단계에서 증거수집을 철저히 하고 공소제기와 유지에 신중을 기하며 정기적으로 산하 각급 청별로 판례와 무죄사례를 분석하는 한편, 중요사건의 경우 항소심 공판에 수사검사가 직접 관여하게 하는 등 무죄방지를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도록 하겠습니다.”

2002년 9월27일 대전고검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국정감사에서 무죄방지대책을 묻는 민주당 조순형(68) 의원의 질의에 대한 명노승(57) 당시 대전고검장의 답변이다.

조의원은 지난 9월22일 열린 서울고검과 서울지검 등에 대한 2003년도 국정감사에선 비록 같은 내용의 공개질의를 하지 않았지만, 당초 질의요지엔 포함돼 있었다. 조의원은 수년째 이 문제를 꾸준히 지적해왔다. 이는 무죄판결의 상당수가 검찰수사과정에서의 잘못과 직결되는 까닭에 무죄율이 증가할수록 검찰수사에 대한 불신이 커진다는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

냉·온탕 오가는 ‘사법피해자’들

검찰의 수사상 잘못으로 양산되는 이른바 ‘사법피해자’는 ‘필요악’인가 아닌가. 무죄로 확정되기까지 장기간 돌이킬 수 없는 신체적·재산적·인격적 피해를 감내해야 하는 그들의 구구절절한 사연은 불합리한 우리 형사사법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우선 몇몇 사례부터 보자. 형사피고인이 억울한 옥살이를 겪으며 극(極)과 극(極)을 오가는 일들은 비일비재하다.

권모(49·여)씨는 2000년 7월 대마사범으로 몰렸다. 대마를 2회 흡입한 혐의(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위반)였다. 이는 대마흡입 혐의로 잡혀온 장모, 김모씨의 자백 때문. 권씨의 변호인측은 장씨를 증인으로 불러 권씨와 함께 대마초를 핀 적이 없다는 진술을 1심에서 받아냈으나 다른 증인인 김씨가 재판에 출석하지 않는 바람에 검찰 진술조서만을 근거로 징역 1년형을 선고받았다.

2심에선 김씨가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그의 증언의 신빙성이 부족하고 권씨의 소변과 모발에 대한 대마흡입 감정결과가 뒤늦게 음성으로 나온 데다 검찰이 피고인(권씨)이 유리해진다는 이유로 1심에서 증거 제출을 꺼렸다는 사실을 적시해내 권씨는 8개월의 옥살이 끝에 풀려날 수 있었다.

계주가 고소를 당해 낙찰계가 깨질 위기에 처하자 이를 막기 위해 회계업무를 맡은 사람이 계금을 임의로 사용했다며 업무상 배임죄로 몰린 사건도 있다. 최모(57·여)씨는 5년간 무려 58회의 1심 공판과정에서 계주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징역 10월에 법정구속을 당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계주의 부탁으로 회계업무만 담당했다는 사실관계를 새롭게 밝혀내 배임죄를 적용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우여곡절 끝에 무죄를 인정받아 누명을 벗는 사례는 이같은 ‘장삼이사(張三李四)’는 물론 공인들도 예외가 아니다.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는 대형사건, 정치인 등 고위층이 연루된 각종 비리사건에선 그런 경향이 특히 두드러진다.

최근 사례만 살펴봐도 옷로비사건의 김태정·박주선씨, 인천공항 유휴지 개발 사업자 선정 의혹사건의 국중호씨, 권노갑 수뢰·신광옥 수뢰사건 등 굵직굵직한 사건의 피고인들이 항소심에서 무죄선고를 받았다. 달리 보면, 이는 검찰이 소신에 따라 수사하기보다는 ‘봐주기 수사’란 비난여론을 피하려 공인에 대한 구속수사를 바라는 국민 법감정에 따르거나 스스로 공명심을 앞세워 무리하게 수사했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억울한 일들이 빈발할까.

그 원인의 태반은 검찰의 수사미진에 있다. 이는 통계수치로도 입증된다. 법무부가 이번 국정감사를 앞두고 지난 8월20일 국회 법사위 위원들에게 제출한 ‘법사위 위원 요구자료’에 의하면, 2003년 상반기(1∼6월) 전체 무죄판결 사건 1425건 중 검사의 과오(過誤)에 의한 것이 17%인 242건이나 된다. 과오의 유형별로 살펴보면 수사미진 100건(41.3%), 법리오해 97건(40.1%), 증거판단 잘못 11건(4.5%), 의율(擬律)착오(법규 적용상의 잘못, 예컨대 배임죄로 기소해야 하는데 횡령죄를 적용하는 경우 등으로 수사기관이나 하급심 재판부의 법률 검토가 미진한 것이 원인) 3건(1.2%), 기타(공소유지 소홀 등) 31건(12.8%)으로 나타났다.

또 2002년에는 전체 무죄사건 2102건 중 268건(12.7%), 2001년의 경우 1966건 중 248건(12.6%), 2000년엔 2285건 중 415건(18.2%), 1999년의 경우 2465건 중 454건(18.4%), 1998년에는 1610건 중 253건(15.7%)이 앞서 언급한 여러 유형의 검사 과오로 인한 것으로 분류됐다. 법무부의 이런 통계는 대검이 무죄감소책을 강구하기 위해 매년 반기별로 무죄가 확정된 사건의 원인을 자체분석한 것에 바탕을 두고 있어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1/5
글: 김진수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목록 닫기

‘무소불위’ 검찰수사, 이대로 좋은가

댓글 창 닫기

2018/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