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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 취재

‘무소불위’ 검찰수사, 이대로 좋은가

무리한 ‘유죄추정’ 이 ‘사법살인’ 주범

  • 글: 김진수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무소불위’ 검찰수사,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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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현실의 주된 원인을 법조인 대다수는 우리 형사사법시스템 전반에 걸친 구조적 병폐에서 찾는다.

“검찰의 구속수사 관행이 무엇보다 큰 문제다. 좀 모호한 사건이다 싶으면 일단 구속시켜놓고 보자는 게 검사들의 일반적 정서다. 고문이 금지돼 있다보니 요즘은 구속수사가 또다른 ‘고문수단’쯤으로 남용되는 경향도 짙다. 경찰에서 불구속상태로 송치된 형사사건의 피의자를 검찰에서 바로 구속하는 것을 ‘직구속’이라 하는데 직구속률이 높으면 유능한 검사로 인정받곤 한다.”

법무법인 ‘세인’(수원)의 이창현(40·사시 29회) 대표변호사는 “초임검사 시절, 무죄사건을 두고 간부급 검사들이 ‘잘못된 기소’는 생각지 않은 채 무죄판결을 납득하지 않으려는 경우를 종종 봤다. 하지만 20∼30년씩 검사로 재직하며 처리한 무수한 사건들 중 단 한 건도 무죄판결이 나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은가”라고 반문한다.

실제로 형사피의자들이 무죄임을 주장하면 수사검사들이 이를 막기 위해 다른 꼬투리나 약점을 잡는 졸렬한 수단도 심심찮게 쓴다는 게 검사 출신인 이변호사의 귀띔이다. 더욱이 공인이 아닌 일반인의 경우 일단 구속되면 ‘무죄’보다는 ‘석방’이 더 큰 목표가 돼버리고, 그 경우 끝까지 재판을 이어가면 무죄판결을 받을 여지가 충분한 데도 얼렁뚱땅 억지자백을 한 뒤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 또 검찰 인사철이면 각 지검장들 사이에 해당 지검의 무죄율이 새삼 민감한 사안으로 여겨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쯤에서 엿볼 수 있는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보다는 ‘유죄추정’ 관행이 우리 형사사법시스템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는 점이다. 헌법 제27조 4항은 ‘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며 무죄추정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고, 형사소송법 역시 관련규정을 두고 있다. 주지하듯, 무죄추정은 형사절차상에서 아직 공소의 제기가 없는 피의자는 물론 공소가 제기된 피고인까지도 유죄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원칙적으로 죄가 없는 자에 준하여 다뤄져야 하고, 그 불이익은 필요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대원칙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사문화(死文化)된 지 오래다. 특히 재산범죄처럼 복잡하고 유무죄 여부가 애매한 사건의 경우 검찰은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피의자에게 유리하게 법해석을 하기보다는 웬만하면 유죄로 추정해버리곤 한다.

‘이용호 게이트’ 특검 특별수사관을 지내고 1998년 변호사로 개업한 이창현 변호사는 지난 8월 ‘형사변호와 무죄’란 사례집을 펴내 형사피고인의 인권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운 바 있다. 이 사례집은 어떤 경우에 무죄판결이 나오는지 실증적으로 분석해보자는 취지에서 살인, 강도상해 등 중범죄에서 단순범죄에 이르기까지 실제 발생한 무죄사건을 수집한 것으로, 이변호사를 포함한 법무법인 ‘세인’ 소속 변호사 5명이 직접 이끌어낸 무죄사건 34건을 포함해 모두 36건의 무죄사건 사례를 담고 있다.

이변호사는 “범죄유형별로 볼때 살인, 상해치사, 강도상해 등 강력사건 중 특히 2심 재판에서 증거를 엄격히 판단한 결과 무죄로 선고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징역 1∼2년의 단기형이 선고되는 사건도 당사자인 피고인에겐 인생이 걸린 문제이므로 중형일 때와 마찬가지로 증거를 엄격히 판단해 억울한 죄인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면서 “증거인멸이나 도주우려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사 초기엔 구속수사 대신 구속영장 청구시까지 48시간이 부여되는 긴급체포제를 활용해 피의자를 수사한 뒤 무죄가능성이 있는 사건은 불구속재판을 원칙으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 실제로 48시간이면 웬만한 형사사건은 유무죄가 판가름난다”고 지적한다.

무죄추정 원칙 누른 유죄추정 관행

검찰의 기소관행에도 문제가 널려 있다.

“이유없이 무죄판결이 나진 않는다. 사건 자체가 애매한 경우 1심 재판부와 2심 재판부의 법률적 판단이 달라 무죄판결이 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검사의 수사가 미진한 결과일 때가 많다. 즉 유죄로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불충분한데도 증인의 일관성 없는 증언만으로 기소하거나 수사검사가 기소 이후부터는 사건이 공판부 소관이란 이유로 공판에 입회하지 않고 사건 입증과 관련해 공소유지를 담당하는 공판검사에게 조력하지 않는 관행 등이 그런 사례다.”

김일두(80) 변호사는 “수사 미진의 책임은 검찰에 있지만, 그에 앞서 일선 경찰관의 법률지식이 낮거나, 반대 주장이 분명히 존재하는데도 그것을 무시하고 사건 전체를 유죄로 몰고가는 등 경찰의 수사능력과 질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라며 “경찰이 송치한 이런 사건의 기록들을 면밀히 검토하지 않은 채 기소 여부를 결정한 뒤 그 기록을 단순히 법원에 ‘전달’하는 ‘지게꾼’ 역할만 하는 검사가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꼬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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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진수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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