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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눈으로 본 정치

민주당 전천후 공격수 함승희·노관규

검사 때 실력으로 대선자금 폭로 앞장선 투톱

  • 글: 박성원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swpark@donga.com

민주당 전천후 공격수 함승희·노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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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정치권에 입문한 것은 2000년 초. 수원지검 특수부 검사를 끝으로 검사직에서 물러난 그는 4·13 총선 ‘새 피’ 수혈에 총력을 기울이던 민주당의 영입 제의를 받아들여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현 열린우리당) 의원과 맞붙는 모험을 치렀다. 50일이라는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42%(4만2000여 표)를 얻을 정도로 선전(善戰)했다. 변호사라는 직업에 어울리지 않게 33평 전세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두 아들 중 장남(11세)이 태어나면서부터 혈액종양(에반스 증후군)을 앓고 있다.

그러고 보면 그는 공교롭게도 노대통령과 공통점이 많다. 고졸 출신 변호사에 같은 광주 노(盧)씨다. 가난한 성장기를 보내다가 법조인이 돼 명성을 쌓은 뒤 정치권에 입문한 것도 같다. 그런데 한 사람은 대선자금 실체를 토해내라고 닥달하고, 한 사람은 “꿀릴 게 없으니 다 파헤쳐 보라”는 식으로 맞서고 있다.

11월5일 기자와 만난 노위원장은 “주변에서 ‘대통령과 싸우는 셈인데 괜찮으냐’고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내가 간단치 않은 일을 저질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일을 벌여놓고 별 소득을 거두지 못한 채 끝난다면 어찌할 것이냐”는 질문에 “나의 일이 비록 작지만 사회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으로 살아온 사람이다.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못하는 한이 있어도 정치자금 부패를 근절하는 데 작은 보탬이라도 될 것이다”고 답했다.

그는 ‘민주당판 정형근(鄭亨根)’이라는 소리가 제일 듣기 싫은 수식어라고 한다. 여권의 약점을 공격적으로 치고 나와 이슈화함으로써 소속당의 정치적 이해를 관철시키는 ‘폭로전문가’와 정치자금 부패구조를 내부고발하는 데 한 몸을 던지기로 한 자신의 활동은 성격이 전혀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검은 돈봉투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람은 개혁을 말해서는 안 됩니다. 며칠 전에는 정치권의 검은 돈 얘기가 TV 화면을 가득 메우다가 나의 대선자금 조사결과 발표 장면이 나오니까 초등학교 2학년짜리 아들이 ‘아빠, 돈 먹어서 나온 것 아니지?’라고 묻습디다. 이것이 내가 정치판에서 ‘검은 돈과의 전쟁’을 벌여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요?”



그는 “정치권의 부패구조가 고쳐지지 않으면, 쓸모 있는 인재가 정치권에 들어와도 얼마 못가 국민에게 짜증을 주는 인물로 비쳐지고 마는 악순환을 막을 수 없다”며 “한국판 마니 풀리테 같은 대대적인 비리척결 수사가 전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자금이란 ‘괴물’과 맞선 이유

그는 “기업에 미치는 충격을 이유로, 또는 정치권의 정쟁 때문에 번번이 정치권력의 부패에 대한 검찰 수사가 좌절됐던 전철을 되풀이한다면 정치권은 영영 정치자금과 관련한 비리의 고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런 바탕 위에서 정치권이 대선자금에 대한 특검을 스스로 결의해 성역 없는 수사를 받은 뒤 제도개혁으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것.

그는 특히 “선관위 정도의 인력과 전문성을 갖고는 정당 회계감사를 제대로 하기 어렵다”며 “공인회계사 시민단체 등이 망라된 조사기구를 통해 정치자금에 대한 실질적인 외부감사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선거 때면 정신없이 돈을 끌어다 쓰고나서 선거 후 이리저리 꿰어 맞춘 회계장부를 내놓는 ‘분식회계’가 일반화된 것이 우리 정치판인 만큼 정치자금에 대한 철저한 검증장치가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그는 친정인 검찰에 대해서도 주문이 많았다. “최도술(崔導術)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이 SK에서 받은 11억원의 비자금 가운데 4억3000만원은 총선에 쓰려고 가명계좌에 남겨뒀다는데 그 차명인이 누구인지는 왜 밝히지 않는 겁니까. 또 SK 이외에 7, 8개 기업에서 돈을 더 받았다는데 어느 기업에서 무슨 명목으로 받았는지 더 조사해야 합니다.”

전문수사관도, 밀폐된 조사실도 없는 정당에서, 그것도 공식적으로 맞춰놓은 자금서류 위주로 조사를 할 수밖에 없는 자신과 달리 검찰은 보다 깊숙하고 본질적인 부위에 메스를 들이대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렇다고 그가 ‘반(反)정치자금론자’는 아닌 것 같다. 그는 “좋은 정치인을 육성하기 위한 후원금 자체는 나쁜 게 아니다”며 “다만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 뺏기는 기분으로 내놓는 정치자금은 민주주의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캠프의 대선자금에 대한 일종의 ‘사설(私設) 특검’ 역할을 마치면 훌훌 털고 몸이 불편한 큰아들의 요양에 전념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잘못된 일을 보았을 때 피하거나 꺾이지 않는 모습을 아들에게 보여주는 것, 그것이 내가 여권의 대선자금 의혹이라는 거대한 괴물과 맞서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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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성원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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