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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눈으로 본 정치

‘창틀에 낀 남자’ 정대철의 고민

통합만이 살 길인데 수는 안 보이고…

  • 글: 이승헌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ddr@donga.com

‘창틀에 낀 남자’ 정대철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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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정대철 상임고문은 몸 따로 마음 따로다.
  • 몸은 열린우리당에 있지만 마음은 민주당을 향해 있다.
  • 정 고문은 그래서 통합론을 강력히 주창하고 있다.
  • 과연 그의 몸과 마음이 합쳐질 날은 올까.
  • 데드라인은 2004년 총선. 시간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창틀에 낀 남자’ 정대철의 고민

2003년 11월7일 열린우리당 의원총회에서 김원기 의원(왼쪽 끝)과 이해찬 의원 사이에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정대철 상임고문(왼쪽에서 두번째).

정대철(鄭大哲) 의원. 열리우리당 상임고문. 경기고-서울대 법대-미국 미주리대 정치학박사를 거친 뒤 부친인 고 정일형(鄭一亨) 전 외무부장관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중구에서 5선을 기록한 대표적인 정치 엘리트. DJ 정권 시절 경성 사건으로 구속되는 등 비주류의 길을 걸어왔지만 2002년 대선에서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 선대위원장을 맡으며 정치인생의 절정기를 눈앞에 뒀던 인물이다.

그런 그를 정치권에서는 요즘 ‘창틀에 낀 남자’라고 부른다. 지난해 민주당 대표 시절 마지막까지 부친의 영혼이 서려 있는 민주당의 분당은 막겠다며 박상천(朴相千) 전 민주당 대표측과 막판 타협을 시도했던 정 고문은 그 노력이 실패하자 고심을 거듭하다 결국 우리당에 합류했다. 우리당의 많은 이들은 정 고문의 합류로 민주당이 갖고 있던 정통성의 상당 부분을 인계받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승차 시간’이 늦어서일까. 당내 유일의 상임고문이라는 직함을 갖고 있긴 하지만 우리당에서 그의 목소리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의 선대위원장을 맡았지만 최근 당내 현안을 놓고 그가 노 대통령과 접촉했다는 소식도 들리지 않는다. 더군다나 그가 대선 직전 굿모닝시티 등으로부터 거액의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로부터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데 대해서도 “그를 구해야 한다”는 당내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정 고문은 요즘 4월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과의 통합만이 살 길”이라며 양당의 통합파와 끊임없이 교류하며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한때 노무현 정권 최대 실세 중 한 명으로 떠오를 것이 확실시됐던 그가 어쩌다 이런 지경이 된 것일까. 이에 앞서 우리당 창당 과정에서 정 고문이 보여준 행보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과연 그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당무회의장에서 매번 폭력 사태를 연출하는 등 신당 논의를 두고 민주당 신당파와 구당파 간 갈등이 정점으로 치달았던 2003년 9월초 어느 날 오후. 정대철 당시 민주당 대표는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2층 대표실에 앉아 담배를 피워 물던 중 핵심 측근인 A의원의 방문을 받았다. A의원은 당시 중도파로 분류됐고 지금 민주당에 남아 있다.

“대표님, 어떻게 하실 겁니까?”

“나도 몰라.”

“제가 보기에 신당에 가시면 절대 안 됩니다.”

“왜?”

“대표님이 민주당에 남아 있으면 대표를 계속 할 수는 없어도 분명히 기회가 더 올 겁니다. 하지만 신당에 가면 그것으로 끝장입니다. 대표님이 신당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천정배(千正培) 신기남(辛基南) 정동영(鄭東泳) 의원 등이 대표님을 계속 ‘모실’ 것 같습니까?”

“…”

“게다가 대표님은 굿모닝시티 정치자금 수수 문제가 남아 있지 않습니까. 민주당에 남아 있으면 혹시 검찰에서 강공을 쓴다고 하더라도 ‘신당에 가지 않아 정치보복을 받았다’고 주장할 명분은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당에서는 그 논리가 통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들이 주장하는 ‘새 정치’에 걸림돌이 된다고 볼 겁니다.”

“두고 보자고.”

그 무렵 정 의원은 하루에 많게는 30여통의 전화를 소속 의원들에게 걸어 “분당만은 안 된다. 분당하면 공멸하고 실질적으로 야당으로 전락한다. 모두 함께 신당으로 가야 한다”며 호소하고 있던 터라 분명한 대답을 할 수 없던 처지였다. 신당파를 향해 “민주당을 좌파 정당으로 만들려는 음모를 중단하라”고 비난하던 구당파의 수장인 박상천 전 대표에게도 “형(정 의원은 자신보다 나이 많은 정치인에게 곧잘 ‘형’이라고 부른다), 정말 이럴 거야. 당을 쪼개서 우리 야당 하려고 이러는 거야”라며 치열하게 설득하던 그였다.

동시에 그는 신당파도 설득했다. 특히 신당파의 수장이자 절친한 술친구인 김원기(金元基) 당시 민주당 고문(현 우리당 공동의장)과는 거의 매일 밤 만났다. 그 자리에서 정 의원은 “구당파를 구주류라고 부르며 신경을 자극하면 결국 분당될 수밖에 없다. 긴 호흡으로 신당 논의를 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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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승헌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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