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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 진단

‘동맥경화’ 걸린 北核 대응체계

정보 빈약·전문가 부재·공조 미흡의 불협화음

  • 글: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동맥경화’ 걸린 北核 대응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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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핵 문제에 대응하는 한국 정부의 실력은 어느 수준일까.
  • 6자회담 등 해결방안 마련의 경우 미국과 중국에 기댈 수밖에 없다지만, 정보를 분석하고 상황을 판단해 장기전략을 준비하는 작업 또한 발등에 불 끄기 수준을 넘지 못한다면?
  • 1차 수집부서인 국정원과 국방부의 허약한 정보역량, 이를 통합·조정해야 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역할의 한계 등 문제가 한둘이 아니라는데….
‘동맥경화’ 걸린 北核 대응체계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 한국 정부는 장님이다. 영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폐연료봉 8000개가 재처리되고 있는지, 북한은 과연 핵무기를 갖고 있는지… 무수한 북핵 문제 관련 질문에 대해 한국 정부는 답할 능력이 없다. 의심 지역에 요원을 침투시키고 제3국을 통한 핵 기술 반입시도를 확인하는 일회성 정보수집에선 간간이 개가를 올려왔지만, 상황을 꾸준히 지켜보고 이상징후를 확인하는 작업의 경우 거의 전적으로 미국에서 건네는 정보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수집하는 북핵 정보는 크게 세 가지다. 첩보위성 KH-12에서 찍은 가시광선 사진과 열적외선 사진,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에 나와 있는 정찰기 WC135W를 통해 수집된 크립톤85(폐연료봉을 재처리할 때 공기 중으로 퍼져나오는 불활성 기체) 농도정보. 이렇게 수집된 ‘생자료(raw data)’와 ‘첩보(information)’는 미 국방정보국(DIA)과 중앙정보국(CIA) 분석관들에 의해 의미를 지닌 ‘정보(intelligence)’로 탈바꿈한다.

한편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북핵 관련 정보를 전달받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오산에 있는 미7공군사령부의 전술항공통제본부와 DIA에서 한미연합사(CFC)를 거쳐 합동참모본부 정보본부에 전달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미 CIA에서 국가정보원 과학기술과에 전달하는 경로다.

그러나 미국이 한국에 고정적으로 전달하는 생자료 혹은 첩보는 가시광선 사진뿐이다. 열적외선 사진과 크립톤85 농도정보는 ‘특이사항이 있어 설명할 필요가 있을 때만’ 전달된다는 것이 정보기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결국 한국이 갖게 되는 것은 난방용 연기인지 재처리로 발생한 연기인지도 구분할 수 없는 가시광선 사진뿐이다(자세한 내용은 ‘신동아’ 2003년 12월호 ‘북 폐연료봉 8000개 재처리의 진실’ 참조).

사실 미국 수준의 정보 수집력을 확보하려면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요된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WC135W는 대당 가격만도 수백억 원이고 유지비도 엄청나다. 한국군은 거저 준다 해도 운용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설명한다. 청와대와 국방부가 ‘정보군·과학군’을 역설하면서도 그에 필요한 예산은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토로다.

일견 수긍이 가는 얘기다. 그러나 조금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한국 정부가 갖지 못한 것은 수천억 원이 필요한 첨단장비만이 아니다. 미국이 ‘떠 먹여주는’ 밥을 씹을 힘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갖고 있는 역량도 제대로 활용 못하는 시스템의 한계가 뚜렷하다. 더 크게는 근시안적인 시선과 장기전망의 부재가 곳곳에서 엿보인다.

정보학 개론에서는 정보가 ‘수집-분석-배포’의 3단계를 거친다고 설명한다. 이 가운데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단계는 수집이지만, 가장 미묘한 단계는 분석이다. 수집된 정보를 판독하고 해석해 어떤 의미가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이 단계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위성사진에서 발견된 연기가 재처리 때문인지 난방용인지 판단하는 일부터 그 동안 누적된 정보를 종합해 과연 재처리가 얼마나 이루어졌을지 추정하는 작업까지 이 단계에 포함된다.

따라서 이 작업에는 전문지식이 필수적이다. 재처리가 어떤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고 이때 어떤 징후가 나타나는지 꿰뚫고 있어야 하므로 핵공학 전문가가 분석관을 맡는 것이 좋다. 이는 미국으로부터 ‘해석된’ 정보를 전달받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이 해석이 충분한 근거를 갖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미국의 정치적 이해를 위해 ‘채색된’ 것인지 검토하는 작업은 첩보 분석보다 더 수준 높은 전문성을 요구한다.

‘학사’가 유일한 전문가?

그렇다면 한국의 합참과 국정원은 과연 얼마나 전문성을 갖추고 있을까. 해당 분야의 국내 최고 전문가들이 모여 난상토론을 벌일 듯하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우선 합참 정보본부에는 핵공학에 관한 전문지식을 갖춘 분석인력이 한 사람도 없다.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고는 대학에서 학부과정을 마친 초급장교 한 명이 전부다. 그나마 북핵 위기가 불거지고 나서 한참 후에야 다른 부대에서 급히 파견받아 배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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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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