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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핵폭풍’ 막전막후

‘발상전환’ 비주류, ‘미국중시’ 주류에 KO승!

  • 글: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외교부 핵폭풍’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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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당시의 합의가 불평등한 것이었던 만큼 이를 백지화하거나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조약국의 논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 군사 당국자들도 ‘주한미군 재배치는 동북아 지역군 전환을 위한 것’임을 공언한 만큼 이전비용 전체를 우리가 부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협상팀의 입장은 단호하다. 불합리한 비용부담은 없어야겠지만, 이미 장관 명의로 합의한 문서를 뒤엎는다는 것은 국가간 신의 문제라는 요지다. ‘이전비용은 한국이 부담한다’는 기본원칙도 주한미군 주둔의 주된 목적이 여전히 한반도 안보를 위한 것이므로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양측의 논쟁이 불거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6월 열린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 공동협의(이하 미래동맹회의)’ 2차회의 직후라는 게 정설이다. 당시 협상팀에서는 “미국 측이 ‘기본원칙을 담은 포괄협정(국회 비준을 받는)을 만들고 비용에 관한 세부사항 등을 담은 이행계획을 별도로 합의하자’는 방안을 제안했고, 우리측은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협상팀 입장에서는 비준이라는 명분을 얻으면서도 세세한 사항에 대한 국회 검토를 피할 수 있는 방안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절충안’에 대해 조약국이 강력히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전비용이 적게는 30억달러, 많게는 수백억달러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만큼, 그 구체적인 소요사항에 대해 국회의 동의를 얻지 않고 ‘보고’로 처리한다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주장이었다고 한다.

이 무렵 국방부 주변에서는 국회 비준을 요구하는 조약국에 대해 “어렵사리 협상을 매듭짓고 있는데 원칙만 갖고 발목을 잡으려 한다”고 비난하는 이야기를 어렵잖게 들을 수 있었다. ‘조약국만 침묵하면 일이 마무리된다’는 분위기는, 특히 지난해 10월 열린 5차 미래동맹회의에서도 협상이 결렬되어 11월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이 방한해 열린 한미연례안보협의회가 ‘썰렁’해지면서 더욱 수위가 높아졌다.



반면 언론에서는 협상이 진행되면서 독소조항은 대부분 개선되었다는 실무부서의 설명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보도가 꾸준히 이어졌다. 용산기지가 이전되는 오산·평택에 새로 건설될 C4I 센터가 기존 시설보다 기능이 대폭 향상돼야 하므로 수천억원의 추가부담을 초래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는가 하면, 미군 가족용 임대아파트도 훨씬 강화된 기준에 따라 지어주기로 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비판은 이전협상 실무팀의 협상태도에 대해서도 가해졌다. “협상을 하려면 상대방을 잘 이해해야 한다”는 협상팀의 발언이 도마에 오르기도 하고, 국방부 주변에서 확인된 협상내용을 근거로 “1990년 각서의 불평등 요소가 대부분 개선됐다는 정부의 공식입장은 사실과 차이가 있다”며 “실무부서들과 NSC가 대통령에게도 공식입장대로 보고했다면 대통령이 문제점을 잘 모르는 것 아니냐”는 시민단체들의 비판도 이어졌다.

언론유출, 청와대 보고, 그리고 반격

그 가운데 협상실무팀을 가장 당혹케 한 것은 1990년 합의·양해각서와 1년 뒤 이를 추인한 SOFA 합동위원회 각서 전문을 공개한 10월8일자 ‘오마이뉴스’ 기사 및 10월21일자 ‘뉴스위크 한국판’ 기사였다. 체결되자마자 3급비밀로 분류되어 13년간 공개되지 않았던 이 문서들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반기문 현 외교보좌관 등 당시 외무부 담당자들을 강하게 비판한 이들 기사는 북미국 입장에서는 매우 당혹스러운 것이었다고 한다.

한편 비밀로 분류되어 있던 이 자료가 어디서 새나갔는지에 대한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유출후보 1순위’로 떠오른 조약국도 그 입지가 매우 좁아졌다. 더욱이 ‘오마이뉴스’가 후속보도에서 문건의 출처를 “천문학적인 돈이 미국의 이익을 위해 일방적으로 쓰이는 ‘제2의 을사조약’을 막아야겠다고 생각한 (정부 내) 관계자들”로 특정함에 따라 입장이 더욱 난처해졌으리라는 후문이다.

이 무렵 이전협상 실무부서들 사이에서는 “협상과정과 대표팀의 태도를 비판하는 보고서가 청와대 간부를 통해 ‘최고 결정권자’에게 전달됐다”는 설이 나돌았다. 최근 청와대 민정수석실측은 “11월 조사는 외교부 내부의 제보로 시작된 것”이라고 말해 일련의 ‘설’이 사실이었음을 사실상 확인해주었다.

이 보고서가 제출된 이후 이전협상에 관한 청와대의 의중에 조금씩 변화가 생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이 문제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 본인의 발언. 8·15 경축사까지만 해도 “용산기지는 가능한 한 최단시일 내 이전토록 하겠다”며 협상팀에 힘을 실어주었던 노대통령은 이후 한동안 이 문제에 대해 공개적인 언급을 전혀 하지 않았다. “대통령이 용산 문제를 빨리 해결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 같다”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제기됐다.

이와 함께 9월말 미국을 방문해 롤리스 미 국방부 차관보 등과 제반문제를 협상했던 차영구 국방부 정책실장 등이 상당한 곤란을 겪었다고 국방부 인사들은 토로했다. 당초 연합사와 유엔사용 잔류부지를 ‘22만평까지는 수용할 수 있다’던 청와대 지침이, 미국이 28만평을 계속 고집하는 가운데 오히려 17만평으로 줄어드는 바람에 미측과 심각한 마찰을 빚었다는 이야기였다.

‘청와대의 뜻에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정점에 달한 계기는 바로 앞서 설명한 11월 하순 민정수석실의 이전협상 관계자 조사. 대통령 측근 가운데 한 사람인 박범계 당시 법무비서관이 맡았던 것으로 전해진 이 조사는 ‘윗분’의 뜻이 아니고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북미국 인사들은 “조약국에서 386 실세 등을 이용해 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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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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