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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기록·공판기록으로 본 권노갑 현대비자금 수수사건 10대 의혹

김영완 운전기사들은 다른 돈을 날랐다

  • 글: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검찰 수사기록·공판기록으로 본 권노갑 현대비자금 수수사건 10대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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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라호텔 회동의 수수께끼
  • ●현대상선 205억 인출의 비밀
  • ●다이너스티 리무진 아이스박스 논쟁
  • ●정몽헌, 해외에서 돈 전달 지시했나
  • ●200억 전달 시점, 관련자들 출국기록과 모순
  • ●3000만달러 받은 지 며칠 후 다시 200억 요구(?)
  • ●영수증 찾으러 미국 갔다는 김충식은 왜 돌아오지 않나
  • ●쓰고 남은 50억원으로 채권 구입했다는 김영완 진술은 허구(?)
  • ●왜 현대 관계자들은 아무도 기소되지 않았나
검찰 수사기록·공판기록으로 본 권노갑 현대비자금 수수사건 10대 의혹
지난해 8월11일 구속된 권노갑(74) 전 민주당 고문은 다음날 대검 중수부 1104호실에서 양부남 검사로부터 피의자신문을 받았다.

문 : 이익치는 신라호텔에서 피의자와 식사를 하기 위하여 정몽헌 회장과 함께 식당에 도착하면 항상 김영완이 먼저 와 기다리고 있었고, 잠시 후 피의자가 제일 나중에 도착하였다고 하는데 어떤가요.

답 : 만난 일이 없습니다.

문 : 피의자는 2000년 2월말경 위 신라호텔 1층 커피숍에서 정몽헌, 이익치, 김영완을 만난 사실이 있지요?

답 : 만난 사실이 없다는데 왜 검사님은 자꾸만 만났느냐고 질문하십니까.

문 : 이익치가 커피숍 밖까지 따라나와 피의자가 1층에 있던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가는 것을 지켜보았지요?

답 : 그런 일이 없다는데 왜 그러십니까.

공소사실에 따르면 권노갑씨는 16대 총선이 임박한 2000년 3월경 현대측으로부터 200억원을 받았다. 신라호텔에서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이하 정몽헌 회장)과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총선자금 지원 명목으로 돈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정 회장과 이익치씨는 이날 권씨에게 대북사업 지원과 금강산 관광선내 카지노 및 면세점이 허가 나도록 도와줄 것을 부탁했다고 한다.

그런데 권씨는 이날 신문에서 현대측으로부터 200억원을 받은 혐의는 물론 정 회장과 이익치씨를 신라호텔에서 만난 것 자체를 부인했다. 그는 검사가 두 사람의 진술을 들이대며 추궁하자 격한 표현으로 두 사람을 비난했다.

“이익치 정몽헌 이놈들은 거짓진술을 날조한 놈들로 날벼락 맞을 놈들입니다. 진승현 사건보다 더 날조가 심하네요. 어떻게 인간이 이토록 허위사실을 진술할 수 있다는 말인가요.”

신라호텔에서 정몽헌 본 사람 없어

뇌물수수사건에서 피의자가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는 것은 낯설지 않은 광경이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지 범행과 관련된 모든 정황을 송두리째 부인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파렴치범이거나 정말 억울하거나 둘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

권노갑씨 현대비자금 수수사건이 그렇다. 검찰은 권씨가 당시 현대측으로부터 200억원 외에 3000만달러(약 400억원)를 따로 받았다고 발표했다. 모두 600억원을 받았다는 얘긴데 권씨는 한 푼도 받지 않았다며 부인하고 있다. 이익치씨 진술에 따르면 권씨와 정 회장은 신라호텔에서 몇 차례 만나 커피는 물론 식사도 함께했다. 하지만 권씨는 아예 만난 적도 없다고 주장한다.

정 회장 진술에는 권씨가 돈을 받은 후 전화로 고맙다는 인사말을 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러나 권씨는 정 회장에게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며 기가 막혀한다. 권씨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김영완씨가 해외에서 보낸 자술서엔 권씨가 어느날 전화로 “50개(50억)만 갖다달라. 집으로 사람을 보내겠다”고 말했다는 꽤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대해 권씨는 김씨의 전화번호도 몰랐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쯤 되면 거의 홍콩 무협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재판에서 무죄판결이 나온다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죄가 없다기보다는 유죄를 입증할 증거가 없거나 부족하다는 뜻에 가깝다. 특히 뇌물수수사건에서 이런 경우가 많다. 입증책임이 검찰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권노갑 현대비자금 수수사건에는 몇 가지 짚어볼 만한 의문점이 있다.

먼저 현장검증을 통해 권노갑씨가 중식당에서 무슨 음식을 먹었는지, 커피숍에서 흡연석에 앉는지 비흡연석에 앉는지 등의 논쟁으로 화제를 일으켰던 신라호텔 회동 부분. 정몽헌 회장 진술서(2002.7.26)에 따르면 2000년 1월과 2월경 정 회장은 신라호텔에서 이익치 김영완씨와 더불어 권노갑씨를 만났으며 그 자리에서 권씨가 돈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만난 시각은 각각 오후 5시와 3시로 두 번 다 호텔 라운지 커피숍에서 만났다고 진술했다.

200억이 아니라 205억6900만원

이익치씨의 진술은 더욱 구체적이다. 이씨는 당시 정 회장과 함께 권씨를 신라호텔에서 다섯 차례 만났는데, 그 중 두 번은 중식당, 한 번은 일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했고, 나머지 두 번은 커피숍에서 만났다고 진술했다.

두 사람의 진술은 우선 신라호텔의 지배인, 도어맨, 여종업원 등의 증언과 배치된다. 정몽헌 회장의 얼굴을 모르는 직원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더욱이 권노갑씨가 이 호텔의 주요 고객이었던 만큼 그와 만나는 사람들은 호텔 직원들의 이목을 끌게 마련이다. 그러나 박순옥 박기동 이형제 등 당시 이 호텔 식당 및 커피숍 지배인들은 하나같이 정 회장을 본 기억이 없다고 증언했다.

그 무렵은 총선을 앞두고 권씨가 신라호텔 커피숍에서 사람을 많이 만날 때였다. 권씨가 그곳을 사무실처럼 이용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당시 커피숍 지배인 이형제씨의 증언에 따르면 관할 중부경찰서 정보과 형사, 국정원 요원, 재벌사 정보요원들이 매일 드나들며 정보를 수집했다. 권씨의 행적을 좇는 기자들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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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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