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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력특집|폐허된 정치, 찢겨진 사회…한국은 몇시인가

“고건 대행체제, 책임총리제 개헌 불씨 될 수도”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긴급방담

“고건 대행체제, 책임총리제 개헌 불씨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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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탄핵안 가결은 노무현 대통령이 던진 고도의 정치적 승부수였을까. 탄핵 이후 열린우리당 지지율 급등은 총선까지 이어질까. 국무총리의 대통령직 대행은 개헌의 불씨가 될까. 헌법재판소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궁금한 점이 한 둘이 아니다. 이에 대한 정치권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가감없이 전달하기 위해 청와대와 여야 정당을 출입하는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들이 2시간 동안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었다(편집자).
  • ■일시 : 2004년 3월13일
  • ■장소 : 동아일보사 14층 회의실
  • ■참석자 : 최영훈 차장, 반병희 차장, 윤영찬 기자, 박성원 기자, 정연욱 기자, 김정훈 기자
  • ■정리 : 허만섭 신동아 기자
“고건 대행체제, 책임총리제 개헌 불씨 될 수도”

‘탄핵정국’방담을 하고 있는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들. 왼쪽부터 김정훈, 윤영찬, 최영훈, 정연욱, 반병희, 박성원 기자.

사회(최영훈) 일반의 가장 큰 관심사는 아무래도 탄핵 가결이 총선에 미칠 영향이겠죠. 탄핵 가결 이후 각 당의 총선전략 변화를 이야기하죠. 일단 거대 야당 쪽 분위기부터 들어볼까요.

정연욱 여러 가지 시각이 있겠지만 한나라당이 탄핵 가결 이후의 역풍을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은 아니에요. 다만 친노(親盧) 세력의 결집이 강해지고 탄핵반대 여론이 커졌다는 것에 대해선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최근 최병렬 대표는 당의 자체 여론조사를 탄핵 일주일 이후로 늦추라고 지시했습니다.

기본적으로 당내 전략통들은 탄핵 가결 직후 열린우리당의 지지도가 40% 이상 치솟는 것에 대해서는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고 있습니다. 2002년 대선 당시나 노무현 캠프가 했던 여러 가지 특별한 전략의 결과 이 정도 수치는 항상 나왔던 게 아니냐는 겁니다. 문제는 이반층, 즉 기존 노 캠프나 한나라당 모두를 떠났던 이반층이 노쪽에 얼마만큼 합류하느냐 하는 점입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많지 않다고 보고 있어요.

앞으로 ‘친노 대 반노로 총선 구도가 개편될 텐데 그 시기가 앞당겨진 만큼 전의를 가다듬어야 한다’는 게 한나라당 생각입니다. 한나라당은 기존 지지층이 상당수 이반돼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들을 다시 흡수하는 전략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여러 가지 당 쇄신 방안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정국이 냉정을 되찾을 때까지 시간을 두고 해법을 모색하려는 것 같습니다.

사회 민주당은 어떤가요.

박성원 민주당 역시 열린우리당의 지지율 상승과 탄핵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부담스러워 합니다. 민주당은 당의 지지도가 추락하는 원인이 노 대통령이 국회 자체를 대의기구로 인정하지 않고 해체돼야 될 집단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왔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방송 등 일부 언론 매체가 탄핵안 표결에 대한 열린우리당 측의 물리적 봉쇄를 비판하지 않고 탄핵안을 제출한 측만 집중적으로 난타하고 있는 데서 빚어지는 현상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탄핵안 사태의 본질은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돼 있는 각종 비리, 불법 대선자금, 10분의1 논란 등인데 이런 것들이 탄핵안 가결로 인해서 묻혔다는 것이죠. 민주당은 향후 사태의 본질을 부각시키는 한편 의사진행이 물리적으로 저지됐다는 부분에 대한 절차적 정당성 문제도 제기해 나간다는 방침입니다.

민주당은 현재의 여론은 30여일이라는 총선 기간 동안 얼마든지 반전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탄핵안을 주도적으로 제기했듯이 탄핵 가결 이후 선전전도 민주당이 주도해 양강(兩强) 구도에 휩쓸리지 않겠다는 전략입니다. 그러나 호남표를 중심으로 한 전통적 지지층과 함께 부동층을 열린우리당에게 빼앗기고 있는 게 민주당이 처한 현실입니다. 민주당은 다시 반노의 중심에 섬으로써 이런 상황을 극복할 계획입니다.

“열린우리당, 개혁표 독식”

윤영찬 열린우리당의 경우 총선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고민은 친노-반노 구도가 아니라 개혁-보수(정확한 이분법은 아니지만)의 이분법하에서 개혁 지지표의 절반을 민주당과 나눠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수도권에서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경쟁을 하면 한나라당이 어부지리를 얻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탄핵안 의결 과정에서 한나라-민주 양당이 공조를 과시함으로써 이제는 그런 염려가 없어졌다고 열린우리당은 판단합니다. 과거 노무현을 믿었던 친노 세력(48%)은 거의 대부분 열린우리당으로 흡수될 것으로 보이며 민주당은 고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며 매우 자신감을 갖는 분위기죠.

또한 탄핵의결 이후에 몰아친 역풍이 워낙 강해서 친노-반노, 개혁-보수 구도의 틀을 더욱 넓혀 이제는 과거와 같은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로까지 발전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기대까지 합니다. 그렇게 될 경우 한 쪽을 열린우리당이 독식할 수 있는, 선거 전략상 매우 유리한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사회 청와대 쪽은 지금쯤 힘이 많이 빠져 있을 것 같은데, 어떤 입장인가요.

김정훈 청와대는 헌법재판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헌재 심판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낙관하는 분위기입니다만 판결 시기가 지연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반병희 총선 이전에 두 가지 새로운 변수가 각 당의 전략을 수정하게 만들 것이라는 예상을 해봅니다. 탄핵 가결에 따른 여론의 감성적 접근은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가라앉을 것입니다. 우리가 여기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검찰의 대선자금 추가 수사 결과가 나올지 여부입니다. 노무현 대통령후보 캠프에서 몇 가지 사안이 불거질 수도 있고 야당측의 비리가 더 나올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것이 향후 정국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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